‘들쭉날쭉’ 증권사 전산장애 보상안…달라지는 이유는?
장중 최고가 vs 평균가, 보상기준·금액도 제각각
실제 매도 여부가 관건, 매매 패턴 등 증거 필요
해마다 반복되는 증권사 전산 장애로 피해를 호소하는 개인 투자자가 늘고 있다. 서버 장애를 일으킨 증권사 과실로 금전적 손실을 보았지만, 증권사마다 보상기준과 금액이 모두 달라 제대로 된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8월 8일 발생했던 시스템 장애로 피해를 본 보상금을 30일부터 지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상안을 두고 투자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피해보상 기준으로 접속 장애 기간 중 보유 종목의 최고점이 아닌 장애 기간 중 거래량을 고려한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한 가중평균가보상이라는 기준을 적용했다. 가령 보유종목의 주가가 1만원인데 접속 장애 기간 중 최고점이 1만1000원인 경우 주당 1000원씩을 보상해주지만, 기간 내 매도에 성공한 평균가가 1만500원이라면 500원을 보상해주는 식이다.
한국투자증권 이용자 A씨는 “이전까지 한국투자증권의 서버접속 장애 관련 보상 규정은 접속 장애 기간 중 보유종목의 장중 최고가를 기준으로 보상을 해줬는데 이번엔 가중평균가보상이라는 기준을 내놨다”며 “최고가 기준으로 보상해달라고 고객센터에 건의했지만, 최고점에 매도 가능했다는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면 검토해보겠다는 답변만 내놨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카카오뱅크 상장일에도 전산 장애가 발생해 피해 보상을 진행했다. 당시 배상 기준은 매도한 주식의 장애 시간 중 최고가와 실제 고객이 매도한 가격의 차액이었다. A씨는 “서버 장애가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 갑자기 이번부터 보상 기준을 바꾼다고 하니 보상을 적게 주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측은 전산 장애 발생 기간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보상안 자체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전산 피해 보상안은 실제 매도 의사가 있었는지, 기존의 매매 패턴 등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 고객마다 제시하고 있다”며 “과거의 보상안과는 (전산 장애의) 케이스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선상에서 비교해서 보기는 어렵고, 장중 최고가로 보상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증권사들은 그간 전산 장애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각기 다른 보상안을 제시해왔다. 지난해 11월 카카오페이 상장일 당시 대신증권과 삼성증권 모두에서 서버 장애가 발생했지만, 대신증권은 서버 장애 시간(9시 1~10분) 중 거래량 및 거랫값을 가중 평균해 보상금을 19만4759원으로 산출했다. 반면 삼성증권은 장애 시간(9시~9시 2분) 중 최고가 23만원을 기록한 9시 1분 42초를 기준으로 30초간 가격을 가중 평균해 21만원으로 책정했다.
객관적인 증거 없으면 보상받기 어려워
전문가들은 증권사 전산 장애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의 매도 의지여부가 보상안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버 장애 발생되는 시간동안 거래 시스템에 로그인하려는 기록이나, 매도 가능한 화면을 캡처해서 증거로 남겨야 한다. 정규장 내에 서버에 접속하지 못했더라도, 서버가 정상화된 직후에 실제 매도를 하는 식으로 매도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면 향후 증권사를 상대로 소송에 돌입하더라도 손해를 입증받기가 어렵다.
박병채 법률사무소 선 대표 변호사는 “전산 장애가 발생했을 때 매도 의지가 있었는지 객관적으로 입증이 되지 않으면 법원에서 인정받기가 어렵다”며 “투자자가 느끼는 손해는 재판부가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현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증권사 입장에선 (전산장애로)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배상을 받으려면 투자자가 처분 의사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지은 기자 hur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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