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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이자장사’ 오명 벗으려 ‘제살깎기’ 경쟁 나섰다

상반기 은행권 순이익 증가율…작년 26%→올해 14%
4대 시중은행 이자비용 50% 급증한 7.8조원
이자장사 비판 부른 작년 순익 급증, 2020년 위기 따른 착시효과

 
 
서울의 한 은행 상담 창구. [연합뉴스]
금리 상승 영향에도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이 하반기에 지난해처럼 증가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은행권 ‘이자장사’ 비판 강도가 여전하고 코로나19 ‘고통분담’ 요구와 대손충당금 확대 영향으로 비용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보다 떨어진 순이익 증가율…원인은 비용 증가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융지주회사의 은행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52억원(13.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4491억원(26.5%) 증가액과 비교하면 33.4% 줄어든 규모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수신(예적금)금리가 여신(대출)금리보다 더 빠르게 오른 영향이다. 아울러 대출 자산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확대한 영향도 있다.  
 
[자료 한국은행]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28%로 지난해 말에 기록한 1.66%와 2020년 말의 1.84%에 비해 한참 낮았다. 각 은행이 최근 당국의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 비교 공시에 대비해 대출금리에 우대금리를 적용하거나 예·적금 금리를 더 높여 예대금리차를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그 영향에 은행권 이자비용도 크게 증가했는데, 대표적으로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이자비용은 총 7조830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조5897억원(49.4%) 급증했다. 이자수익은 올해 상반기 23조1674억원을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9.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기에다 은행들은 자산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대손충당금도 늘려서 적립했다. 국내은행의 대손 비용은 2분기에 2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조6000억원 증가했다. 상반기의 총 대손비용은 총 3조1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4% 급증했다.  
 
문제는 하반기로 갈수록 순이익 증가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과 함께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에 은행들이 동참하고 나서면서 우대금리를 적용하거나 금리 상한제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신금리는 계속 오를 전망이다. 최근엔 신한은행이 최고 금리가 연 11.0%에 달하는 적금 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광주은행이 최고 연 13.2%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을 출시했다. 케이뱅크도 신규 고객 10만명을 대상으로 최고 연 10% 금리를 받을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앞다퉈 수신금리를 올리면서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난을 피해기 위해 은행 간에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자장사 비판 지나친 부분 많아”

일각에서는 예대금리차 확대와 최대 이익 결과만으로 은행이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은 과하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특히 지난해 당시 역대 최대 순이익과 이익 증가율이 2020년 순이익 감소에 따른 착시 효과 영향도 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2020년 당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4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00억원(14.3%) 감소한 바 있다. 은행권의 순이익이 10% 이상 감소한 적은 1998년 IMF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도 대출 자산 부실 우려에 따라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바 있고, 대출 금리를 낮추는 등으로 순이자마진이 하락하기도 했다.  
 
이후 금융지원 확대와 저금리에 따른 대출 수요가 증가하면서 2021년 순이익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했는데, 순이익이 2020년 전년 대비 감소에서 2021년 증가로 전환하면서 순이익 증가율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비교공시가 나온 뒤로 생각보다 예대금리차가 높지 않다는 의견이 은행권에 많았다”며 “현 수준에서 이 숫자가 더 낮아지게 되면 은행의 수익성만 아니라 2금융권의 자금조달 어려움도 문제로 발생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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