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는 주식시장 하락의 절대 요인일까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금리 역전 후 침체 종료까지 주가 상승 더 많아
경기 침체를 주가 하락과 동의어로 보기 어려워
하반기 이후 내수와 수출이 모두 침체되는 복합불황이 우려되고 있다. 높은 물가 상승세에 소비 심리가 악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높은 물가 수준이 고공행진 하면서 사람들의 지갑이 얇아지고 있다. 점점 전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으로 향후 수출 회복세가 제약될 가능성도 점증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9월 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유럽 각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데 우선순위를 부여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앞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올릴 것을 예고했다.
물가상승률이 중기목표치인 2%로 돌아가기에는 기준금리 수준이 한참 떨어져 있다고 믿고 있다. ECB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 1분기에 걸쳐 유로존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한다. 완전고용 수준의 실업률을 예로 들며 미국의 경기 침체는 가짜라고 주장하는 월가와 상관없이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월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보았다.
여러 악재 겹쳐 복합 불황 우려되는 상황
IMF는 정의대로 경기 침체를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정의할 때는 미국은 경기 침체가 시작된 것이다. 미국 유수 기업이 불과 얼마 전에 세운 채용 계획을 취소할 정도로 기업의 사업 전망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에서 물가 정점이 지났다는 소식에 6월 저점 이후 미국 시장은 상당히 올랐다.
하지만, 9월 연준 의장의 강력한 인플레이션 파이터 의지로 미국 주식시장은 하락했다. 그런데 ECB가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한 날부터 미국 주식시장은 오히려 강세를 띠고 있다. 왜일까? 더 이상의 악재는 없다고 믿었던 것일까? 하지만 미국의 8월 물가는 예상을 뛰어 넘었다. 전년 동월 대비 8.3%에 주식시장은 다시 침몰했다. 사람들은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주식부터 채권, 원자재 가격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미국 주식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믿고 있으나 위험자산에 안전한 우산은 없다. 위험자산은 위험 자산일 뿐이다.
미국 주식 위주 펀드에 투자자들이 몰린 반면, 기타 지역의 주식형 펀드에서는 자금이 2019년 10월 이후 최장기간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세일러 교수는 미국 경제의 견고함을 강조한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낮은 실업률과 높은 고용은 경제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변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물가보다 약간 덜 빠르게 성장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약간 떨어진 것을 경기 침체로 묘사하는 것은 웃긴 일이라고 까지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세계 주식시장의 중심에 선 미국 주식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올해 미국 10년물과 2년물 금리간의 장단기 금리역전현상을 두고 경기 침체의 신호로 읽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모두 경기 침체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NBER)는 경기 침체를 어떻게 볼까? 동 연구소는 경제활동에서 의미 있는 하락이 경제 전반에 걸쳐있고 몇 달 이상 지속되는 상황을 경기침체라고 정의한다. 2020년 2월 코로나 19 발발로 경제활동 감소폭이 매우 크고 널리 확산되자, 단기간의 현상이지만 경기침체로 규정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주가 상승 가능해
게다가 미국 경기 침체 논쟁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주가 전망은 더 어려워 질 수 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논의와 관련해 노벨경제학상을 탄 폴 그루그먼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그는 2020년 4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은 경제가 아니라고 역설하면서 주식 시장은 미국인들이 경제적, 정치적, 개인적으로 겪고 있는 사안과 무관해 보이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하긴 유동성으로 가는 주식시장을 우리는 얼마 전에도 목격했다. 증시는 연준이 계속해서 시장에 현금을 투입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인해 부양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실업률이 높아도 현금 주입으로 주식시장에 기름을 마음껏 넣을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주식시장이 경제를 제대로 반영하는 효율적인 시장만은 아니었다. 다양한 데이터로 미국 주식 시장을 추적해 보자.
2020년 코로나 19로 실업률이 광범위한 상황에서 S&P 500과 다우존스는 2020년 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경제가 셧다운된 상황에서 그해 3월의 가파른 주가 하락을 회복한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2020년 말 연초 대비 500만 명의 미국인이 추가실업자가 되었다.
왜 주식 시장의 성과는 이 불황 동안 미국인의 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을까? 코로나 19로 주입된 유동성으로 개인 저축률이 4월에 급등했다. 제로 금리 상황에서 일부 미국인들이 저축을 더 많이 하였으나 투자자들은 더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식시장을 머니게임의 장소로 인식했다.
시장에서 기업 수익률이나 경기 침체보다 더 중요한 게 유동성이란 사실이 실감이 안 난다면 빈발일 것이다. 기축통화란 달러의 이점과 혁신기업으로 무장한 미국 시장이 매력적일 수 있지만, 이제는 거대한 인플레이션 앞에서 예전과는 다르다. 2021년 미국인의 부에서 주식보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41.9%였다. 지금의 상황은 이전과 다르며 주식시장은 불안한 울렁증 환자가 되고 있다. 그 속에서 연준은 언제든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융시장에 뺨을 때릴 수 있다. 주식시장은 경제의 전부가 아니나 상당한 부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위험의 파장을 우리는 예의주시해야 한다.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이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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