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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에 앉아서 목적지까지”… 미리 본 현대차그룹 ‘PBV’

현대차그룹, PBV 인테리어 비전 및 미래 UX 기술 첫 공개
안내용 외부 디스플레이·도어 열림 극대화 등 목적에 최적화
MIT 미디어 랩 협업해 개발 중인 ‘반응형 PBV 시트 콘셉트’ 등 눈길

 
 
현대차그룹은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에 마련된 UX 스튜디오에서 첨단 기술이 적용된 PBV 엔지니어링 벅을 공개했다. 이지완 기자
미래에는 차량이 단순한 이동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사용자는 운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 이동 과정에서 업무를 보거나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공간의 제약 또한 사라질 것이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일들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계열사와 협력해 사용자에게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목적기반차량(PBV·Purpose Built Vehicle)이다.
 
현대차그룹인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UX 테크데이’를 열고 목적기반차량(PBV) 및 UX(사용자 경험) 관련 개발 성과 등에 대해 발표했다. 현대차·기아 제품통합개발담당 양희원 부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은 PBV와 수소연료전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지완 기자
현대차그룹은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UX 테크 데이 2022’를 열고 PBV 인테리어 비전과 미래 UX 기술을 처음 공개했다.
 
PBV는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다양한 요구 사항을 반영해 설계할 수 있는 단순한 구조의 모듈화된 디바이스로 정의된다. 확장 가능한 아키텍처(스케이트보드 플랫폼)를 기반으로 3m에서 최대 6m까지 제원 확장이 가능하다. 모빌리티·로지스틱스·리빙 스페이스 등 다양한 비즈니스 및 고객 UX(사용자 경험)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향후 자율주행 기술과 결합하면 로보택시, 무인 화물 운송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내에서도 특히 기아가 공격적이다. 미래 전략인 ‘플랜S’를 바탕으로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PBV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라스트 마일 배송에 적합한 구성의 레이 1인승 밴과 택시 사업자 및 라이드 헤일링을 위한 니로 플러스 등으로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PBV 전용공장도 신설한다. 기아는 지난 5월 미래 전략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PBV 전용공장 설립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착공 시점은 내년 상반기이며, 2025년부터 PBV 양산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행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시대 PBV와 UX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양희원 현대차·기아 제품통합개발담당(부사장)은 “과거에는 성능과 기능 향상에 모든 힘을 쏟았다”며 “그런데 어느 순간 감성 품질이라는 주제가 우리의 개발 목표로 변경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미래 모빌리티와 사용자 경험을 뜻하는 UX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동하는 모든 순간에 사용자가 느끼는 것들을 뜻한다. 이 부문이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의 제품 개발 방향이 기술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효린 현대차·기아 제품UX총괄실 상무는 “우리는 사람 중심의 미래를 만들어 간다”며 “UX는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에 마련된 UX 스튜디오에서 PBV 개발 방향 설정 및 데이터 수집 목적으로 제작한 초기 스터디 모델을 공개했다. 이지완 기자
현장에서는 PBV의 파워트레인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2025년 양산 예정인 PBV는 중형급 모델로 배터리 전기차 형태로만 출시된다.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친환경 파워트레인인 수소는 당장 활용되지 않는다.
 
양희원 부사장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PBV의 공간 콘셉트와 낮은 지상고 등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수소연료전지는 대형차 쪽으로 갈 것으로 예상한다. 대형 PBV에서는 접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예술의전당 인근에 마련된 UX 스튜디오에서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PBV의 결과물도 살펴봤다. 스튜디오는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개선점을 찾고, 제품 개발 과정에 활용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현장에 있던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신차 개발 후 결과물을 가지고 소비자 평가를 받았다”며 “지금은 제품 개발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이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결과물을 만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에 마련된 UX 스튜디오에서 공개한 PBV 엔지니어링 벅.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가운데 시트 위치를 앞·뒤로 조절할 수 있다. 이지완 기자
1~2층으로 구성된 스튜디오에는 데이터 수집을 목적으로 개발돼 사용된 초기 스터디 모델인 ‘PBV 스터디 벅’부터 기술 검증 목적으로 제작된 ‘PBV 엔지니어링 벅’, 현대차·기아와 미국 MIT 미디어 랩이 공동으로 개발한 ‘반응형 PBV 시트 콘셉트’, 현대모비스의 ‘모드 변환 콕핏’, 현대트랜시스의 ‘다목적 모빌리티 시트 시스템’ 등이 전시됐다.
 
PBV 스터디 벅에 대해 설명하던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차량의 목적에 따라 eS 등 플랫폼을 선택하면 된다”며 “PBV의 핵심은 전고다. 딜리버리용 차량의 경우 지하주차장 높이인 2.3m를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PBV 엔지니어링 벅에는 25가지 신기술이 적용됐다. 차량 외관에 설치된 정보 전달 디스플레이 램프는 사용자의 승하차 여부를 실시간으로 알려줬다. 실내에는 실내 자외선(UV) 살균 기능과 오염도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리콘 가죽의 시트, 보다 편안한 공간 활용을 위한 좌석 위치 조정 기능, 교통약자를 배려한 도어 열림 극대화 기능 등이 탑재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에 마련된 UX 스튜디오에서 MIT 미디어 랩과 공동 개발한 ‘반응형 PBV 시트 콘셉트’를 공개했다. 이지완 기자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술은 현대차·기아와 미국 MIT 미디어 랩이 공동 개발한 시트 콘셉트다. 말랑말랑한 시트가 사용자 착석으로 변형되면 추가 압력을 가해 그 형태 그대로 고정해주는 방식이다. 이를 활용하면 운전석과 조수석의 경계가 없는 벤치형 시트를 양산 모델에 적용하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과거 유행했던 벤치형 시트의 경우 급격한 방향 전환 시 사용자가 시트에서 미끄러지는 단점이 있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편안한 소파에 앉아서 이동하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시트 콘셉트에 대한 설명을 듣던 중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메모리 폼 형태의 시트에 열선 및 통풍 기능이 탑재될 수 있는지 말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통풍 및 열선 시트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다행이었다. 현장에 있던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전시된 시트 모듈에 홀(구멍)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부분에 열선 및 통풍 기능을 넣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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