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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시장은 버블 붕괴 중...반도체산업,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구조적 위기

[인터뷰]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회장
M&A시장,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간 쌓였던 버블 꺼지기 시작
반도체, 패키징 등 후(後)공정분야 적극 공략해 미래 먹거리 만들어야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회장. [이영훈 이데일리 기자]
“그동안 비상장사들에 거품이 많이 껴 있었는데 앞으로 반 토막은 날 것 같습니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회장은 지난 19일 서울 강남의 집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최근 침체에 빠진 인수합병(M&A)시장과 관련,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간 쌓였던 버블이 꺼지기 시작했다” 며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공급망 재편으로 전환기에 접어든 반도체산업에 대해선 “사이클에 따른 일시적 위기가 아닌 지정학적 갈등, 그에 따른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구조적 위기”라며 “메모리분야에서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되 대기업들이 패키징 등 후(後)공정분야를 적극 공략,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M&A시장, 금리인상으로 유동성 메말라...몸값도 하향조정  

 
Q : M&A시장이 침체에 빠졌습니다.  
A : 이미 금리인상으로 시장 유동성이 메말라가고 있고, M&A 매물들의 몸값도 하향조정되고 있어요. 투자유치 단계를 올릴 때마다 몸값이 뛰던 스타트업들도 이젠 자금줄 자체가 막혀 허덕이고 있지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간 쌓였던 버블이 꺼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동안 비상장사들에 거품이 많이 껴 있었는데 반 토막은 날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바이오업체들의 경우만 해도 지금 적자상태이고 언제 매출이 발생할지도 모르는데 몸값이 2000억원씩 되요. 말이 안 되지요. 공유경제나 암호화폐 등에도 버블이 많아요. 언젠가 농수산물 매입하는 일종의 공유 플랫폼 업체가 투자해달라고 찾아와선 1조원을 부르더군요. 매출을 보면 기껏 몇백억원 수준인데 혀를 내둘렀어요. 1조원이라는 가치 산정의 근거가 불투명해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요.
 
Q : 당분간 회복은 어렵겠군요.  
A : 그럴 것 같아요. 조 단위 메가딜이 쌓여 있지만, 매도자 측이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소화되기 어려울 거에요. 내년까지는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 같습니다. 금융위기 때에는 금융부문만 문제였는데 지금은 실물부문에서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생긴 만큼 더 심각해요. 특히 중국에서 생산하는 게 원활하지 않은데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가 없잖아요. 전 세계가 필요로 하는 품목을 중국이 공급하지 못하면 가격은 올라가고 인플레이션이 또 높아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지요.  
 
Q : 이런 상황에서도 투자와 회수를 계속 이어가고 있죠.
A : 지난해 프리미엄 다이닝 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코리아(아웃백)를 성공적으로 매각했어요. 올 들어 연성동박적층필름(FCCl) 제조기업인 넥스플렉스 매각도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지요. 티맥스소프트를 인수했고 세포치료제 전문기업인 메디포스트도 품에 안았지요.  
 
Q : 투자하실때 어떤 점을 보시나요. 대표적인 성공작인 아웃백의 경우엔.  
A : 성장성을 보지요. 개선해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인수할만 하다고 생각해요. 아웃백의 경우에도  음식료 업종이니 서비스 업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제조업이라고 봐야 되요. 서플라이 체인을 손봐서 제조업을 잘하도록 만든 게 아웃백을 키운 비결이지요. 주말에 방문하는 고객 수를 90% 이상 맞출 수 있도록 예측을 잘하고, 그에 맞게 식자재를 준비한 거에요. 그러면 재료가 남지 않아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에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인건비도 절약되지요. 재고관리가 되니 냉동고기 대신 냉장고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음식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됐죠. 그게 먹혔지요.
 

반도체 기술적 한계 직면… ‘파운드리+패키징’ 복합전략 구사해야  

Q : 반도체시장의 공급망 재편은 역사적인 맥락에서 보면 미일반도체협정과 유사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A : 1985년 플라자 협정 이후 2년간 엔화는 달러화에 비해 66%가량 절상됐어요. 졸지에 한국의 반도체에 경쟁력이 생겼지요. 1년 후 반덤핑방지조약인 미일 반도체협정이 체결됐어요. 협정에 따라 일본 반도체업체의 미국시장점유율을 60%에서 20%로 내리라고 했지요. 기회를 타고 한국의 반도체가 약진했습니다. 삼성이 반도체를 시작한 83년부터 87년까지 누적적자를 88년 한 해 동안 모두 만회했어요. 당시 메모리반도체를 석권하던 NEC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이 무너졌지요.
 
Q : 칩4의 출범이 임박하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겠군요.    
A : 미국이 블록을 형성해 중국 배제전략을 펼치겠다는 건데 반도체는 분명 미국이 우위에 있으니 이 전략은 상당히 먹힐 겁니다. 파장은 내년 초부터 눈에 띄게 나타날 거에요. 지금은 중국이 반도체 재료 등을 일정 부문 확보하고 있어 문제 없겠지만 시진핑 3연임 이후엔 IT업계, 전자회사 등에서 실상이 드러날 거에요. 지금 반도체 공급망 문제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처럼 중국내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이 어려워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전자제품 품귀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요. 세계 전자제품의 3분의 2가량을 중국에서 만들잖아요.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서방에서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더니 러시아 천연가스가 끊기면서 유럽에 비상이 걸린 것과 마찬가지지요.
 
Q : 전략적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는군요.  
A : 블록 간 마찰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여러 갈등상황에서 줄타기를 잘해야 되죠. 문제는 중국시장인데 눈치를 잘봐서 팔아야죠. 사실 중국시장이 고립된다고 해서 예전 코콤(COCOM·대공산권전략물자 수출통제위원회) 규제 때처럼 메모리반도체 등에 대한 수출을 전면적으로 제한하진 못할 겁니다. 당시에도 기업들은 우회로를 찾아 팔건 다 팔았어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되는 러시아 미사일을 보니 서양의 반도체가 모두 들어있었다는 것 아니에요. 이런 문제는 굳이 공식화할 필요 없어요. 미국이 수출을 제한해도 기업으로선 비용이 더 들더라도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있으니 정부는 모르는 척하면 됩니다.
 
Q : 반도체산업은 정말 격변기에 돌입하는군요.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까.
A : 반도체는 기술적 한계에 직면한 지 꽤 오래됐어요. 앞으로 10년 후면 더 이상 혁신이 어려워지고 가격경쟁만 치열해지면서 반도체산업 전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패키징과 같은 후(後)공정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어요. 전력소모를 줄이고 반도체 칩의 속도와 성능을 올리기 위한 첨단기술은 설계(Fabless), 제조(Foundry) 같은 전공정 만큼 후공정에도 필요합니다. ‘파운드리+패키징’ 복합전략을 구사해야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어요. 현재 패키징 시장 규모는 1000억 달러 정도로 팹리스나 파운드리와 거의 비슷해요. 대만과 중국이 80%가까이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톱10에 들어가는 패키징 전문회사 하나 없습니다. 후공정쪽에 투자하는 대기업들이 따로 나와야 해요. 앞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중요한 분야입니다.
 
☞진 회장은=
▶1952년 경남 의령 출생 ▶경기고 ▶서울대 전자공학과 ▶메사추세츠 주립대 전자공학과 석사 ▶스탠퍼드대 공학박사 ▶IBM왓슨연구소 연구원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사장·디지털미디어총괄 대표이사 사장 ▶정보통신부 장관 ▶스카이레이크 에퀴티 파트너스 회장 ▶KAIST 석좌교수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송길호 이데일리 논설위원 겸 에디터 khsong@edaily.co.kr·권소현 이데일리 마켓IN센터장 juddi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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