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아프고 난 뒤 모든 게 달라졌어요”
‘모야모야병’ 걸린 아이 실화 바탕으로 한 동화
불치병 겪는 아이, 학교폭력과 왕따 극복하기 위한 모습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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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입으로 바람을 불어서 음식을 식히던 사람이 갑자기 마비된다면, 혹은 심하게 울던 사람이 힘없이 쓰러진다면.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가족이 그렇다면 큰 충격을 받을 것입니다. 그런 일을 자주 겪어야만 하는 이라면 일상 생활을 하는 자체가 힘들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고통을 평생동안 짊어지고 가야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모야모야병’을 앓는 이들이 흔히 겪는 증상이라고 합니다.
모야모야병은 일반인은 평생에 한 번 들어볼까 말까 한 병명입니다. 흔히 말하는 ‘불치병’ 중의 하나입니다. 서울아산병원의 설명에 따르면 ‘양측 뇌혈관의 내벽이 두꺼워지면서 일정한 부위가 막히는 특수한 뇌혈관 질환’이라고 합니다. 뇌혈관이 막히고 피 공급이 부족한 부위에 따라 간질, 두통, 지능저하, 시야 장애 등의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모야모야병 자체 치료는 현대의학으로는 불가능하고 다만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불치병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에게도 큰 고통일 것입니다. 〈빡빡머리 천백지용〉은 모야모야병을 앓는 아이와 그 가족이 겪어야만 했던 실화를 동화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아프고 난 뒤 모든 게 달라졌어요”라는 아이 천백지용의 말은 모든 것을 함축한 것입니다.
궁정빌라 4층에 천백지용은 엄마와 앵무새와 함께 삽니다. 동물원 사육사로 일하는 아빠를 만나기 위해 싱가포르 여행이 잡혀 있고, 아빠를 만난다는 마음에 하루하루가 설렙니다. 여행 하루 전 천백지용은 체육시간에 축구공을 차다 쓰러집니다. 병원에서 진단은 가족에게 청천벽력과 같습니다. 모야모야병이라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병. 싱가포르 여행 대신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천백지용은 한 달 만에 학교에 갔지만 모든 것이 달라져 있습니다. 친구들은 천백지용의 빡빡머리를 놀려대고 괴롭혔고, 왕따가 됐습니다. 아이들의 공격을 피하다 쓰러져 다시 병원에 입원하게 된 천백지용과 마음이 아픈 가족들. 가족들은 천백지용이 아이들의 괴롭힘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힘겨운 싸움에 들어갑니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폭력에 노출된 불치병을 앓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아이를 둔 부모가 읽으면 가슴이 아픕니다. 이 책은 아픈 아이가 학교폭력의 고통 속에서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 지혜롭게 보여줍니다. 이 과정에 도움을 준 사람은 이웃 주민인 진자 누나와 진자 누나의 남편이었습니다. 이들이 없었다면 천백지용은 학교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모야모야병이라는 불치병을 소재로 이 책은 왕따와 학교폭력이라는 민감한 문제까지 보여줍니다. 왕따와 학교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합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의 주인공 천백지용의 모델인 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됐다고 합니다. 머리에는 여전히 수술 자국이 남아 있지만, 숨기지 않고 오히려 친구들이 조심할 수 있도록 당당하게 보여준다고 합니다. 아픔을 이겨내고 리더십이 강한 청소년으로 자랄 수 있던 것에 대해 백은하 작가는 “진정한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 친구가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리지 말아요. 내가 먼저 다가가 용기 있게 ‘나랑 친구 하자’라고 말해 보는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최영진 기자 choiyj7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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