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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 갈등 종결…지배구조 향방 주목

[한미家 경영권 분쟁 마침표]①
형제 측, 모녀 측에 지분 수천억원 매각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회장 역할 관심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미약품그룹 내부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선대 회장이 별세한 후, 지난해 불거진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과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 등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단독 대표 체제로 일단락됐기 때문이다.

한미약품그룹의 창업주 일가는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녀 측이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하며 갈등했다. 형제 측인 차남 임종훈 전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장남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이 통합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후 임 선대 회장과 절친했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모녀 측에 가세하면서 힘의 균형추가 기울기 시작했다. 이후 임 회장이 지난해 말 지분 5%를 송 회장 등 모녀 측에 넘기면서 사실상 경영권 갈등은 매듭지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올해 2월 임 전 대표가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고, 송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로 신규 선임됐다.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갈등이 정리되고 있는 만큼 기업의 지분 구조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송 회장을 비롯한 모녀 측이 지배구조(거버넌스)를 단단히 하기 위해 우호 지분을 확대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임 전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대표에서 내려온 후 모녀 측인 킬링턴유한회사에 한미사이언스 주식 192만주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주식 매각 금액은 총 672억원으로, 주당 가격은 3만5000원이다. 거래는 올해 2월 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킬링턴유한회사는 사모펀드운용사(PEF)인 라데팡스파트너스가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라데팡스파트너스는 그동안 모녀 측의 우군 역할을 했다. 송 회장과 그의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은 앞서 신 회장, 킬링턴유한회사와 의결권 공동 행사 계약을 맺기도 했다. 

장남인 임 회장도 지난해 말 신 회장과 킬링턴유한회사에 한미사이언스 주식 341만9578주를 1265억원에 장외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신 회장에게 주식 205만1747주를 759억원에 장외 매도하고, 킬링턴유한회사에 136만7831주를 506억원에 처분하는 내용이다. 모녀 측에 힘을 실어줬던 신 회장은 임 전 대표가 주식 매도 계약을 체결한 날 킬링턴유한회사의 주식 100만주를 장외 매수하는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신 회장이 사실상 임 전 대표가 킬링턴유한회사에 넘긴 주식 일부를 사들이는 모습이다.

계약이 모두 마무리되면 송 회장을 비롯한 모녀 측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전체 지분의 57% 이상으로 높아진다. 이 중 신 회장의 지분은 16%, 킬링턴유한회사의 지분은 8% 정도다.

지주사 이사회 재편 향방은

한미약품그룹의 이사회에도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당장 형제 측 인사 2명이 한미사이언스 이사 자리에서 사임하며 공석이 생겼다. 올해 3월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주총)에서는 모녀 측 인사 3명의 임기가 만료돼 이사회 공석이 5명으로 늘어난다.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 정원은 최대 10명이다. 정관에 따르면 이사는 3명 이상 10명 이내여야 한다. 이 중 사외이사는 전체의 4분의 1 이상이어야 한다.

우선 임주현 부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진입할 공산이 크다. 임 부회장은 경영권 갈등 과정에서 한미사이언스 이사로 선임되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다. 주총 표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지난해 말 열린 임시 주총에서 모녀 측이 임 부회장을 이사회에 진입시키기 위해 이사회 정원을 총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의 안건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이 안건이 부결되며 임 부회장은 이사회에 입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모녀 측이 승기를 잡은 지금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형제 측 인사들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빠져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 신 회장 등 모녀 측 인사들이 내부 관리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갈등을 벌여온 형제 측 인사들은 이사회에서 발을 빼는 형태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가운데 임 회장과 임 전 대표를 제외하면 형제 측 인사는 배보경 한미사이언스 기타비상무이사 1명뿐이다. 한미약품 이사회에서는 임 회장과 임 전 대표만 형제 측 이사이고, 다른 이사들은 모녀 측 인사로 구분된다.

정기 주총에 쏠리는 눈

한미약품그룹은 1년 이상 이어진 갈등을 봉합하고 기업 내부를 정비하는 데 시간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모녀 측은 한미약품그룹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형태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전문경영인 체제 준비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송 회장은 “한미약품그룹의 조직을 정비하고, 경영을 정상화하는 일에 매진할 예정”이라며 “한미사이언스의 지배구조(거버넌스) 체제에 대해서는 정기 주총 이후 공식적으로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했다. 

가족의 경영권 갈등 속 ‘조력자’를 자처한 신 회장의 움직임에도 이목이 쏠린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일가가 경영권을 두고 갈등하는 과정에서 모녀 측에 서, 경영권 확보에 공을 세웠다. 또,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을 확대해 두 자릿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한미약품그룹의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을 창업한 임 선대 회장의 고향 후배로, 임 회장이 동신제약을 인수할 때 이를 지원하고 한미약품그룹에 직접 투자했을 만큼 인연이 끈끈하다. 송 회장은 지난해 “한미약품그룹이 신 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새롭게 탄생하길 바란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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