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5원 ‘킹달러’에 직구 ‘뚝’…해외여행族 공략하는 카드사
26일 장중, 원·달러 환율 1435원 돌파…13년여만
2분기 직구 규모 전분기 比 9.2% 감소
해외여행 수요는 ↑…일본 예약률 한달새 801% 폭등
카드사, 할인·환전우대·마일리지 등 여러 혜택 선봬
그동안 해외 직접구매(직구) 마케팅에 힘써오던 카드사들이 고심에 빠진 모양이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직구 소비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전 세계적으로 입국·여행 제한 조치가 점차 풀리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늘자, 카드사들은 해외여행족(族)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혜택을 선보이고 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22.0원 오른 달러당 1431.3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넘어선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17일(고가 기준 1436원) 이후 약 13년 6개월여 만이다. 올해 초 1100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9개월 만에 약 30% 급등한 셈이다.
이 같은 환율 상승세에 해외 직구 시장도 움츠러들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비용부담이 커져 직구 소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거주자의 온라인쇼핑 해외 직구액은 10억3000만 달러로 1분기의 11억4000만 달러보다 9.2% 줄었다. 같은 기간 평균 원/달러 환율은 1204.9원에서 1259.57원으로 4.54% 상승했다. 이미 1400원대를 넘어선 3분기에는 직구 규모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내국인의 신용·체크·직불카드 등 해외 사용실적 전체를 보면 그 규모는 오히려 늘어났다. 올해 2분기 국내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금액은 36억6000만 달러로 지난 1분기 30억6000만 달러보다 19.6%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도 8.6% 증가했다.
이를 두고 한은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온라인쇼핑 해외 직구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의 입국 제한 조치 완화 등으로 인한 내국인 출국자 수 증가가 (내국인의 카드 해외 사용실적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 내국인 출국자 수는 올해 1분기 40만6000명에서 2분기 94만4000명으로 132.7% 급증했다. 또 하나투어에 따르면 9월 1~20일 해외여행 예약률은 전달 8월 같은 기간보다 172.3% 증가했다. 오는 10월 11일부터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지는 일본의 경우, 여행 예약률이 같은 기간 801.8%나 증가했다.
이처럼 직구족의 지갑은 닫히고, 눌렸던 여행수요는 폭발하면서 최근 카드업계는 해외여행족을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해외여행족을 위한 할인 이벤트는 물론, 해외여행 특화 카드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현대카드는 다양한 해외여행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투어, 인터파크투어, 여기어때를 통해 국제선 항공권 구입 시 최대 20%를 할인해준다. 진에어를 통해 20만원 이상 결제하면 결제 건당 최대 2만 포인트까지 M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진에어를 이용해 동남아, 괌 노선을 이용한다면 수하물 패키지 100원 이벤트도 누릴 수 있다.
NH농협카드는 10월 31일까지 ‘세계여행 부루마블’ 이벤트를 진행한다. 40만원 이상 이용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1012명에게 경품과 캐시백을 제공한다. 결제액 40만원당 추가 추첨궈이 부여되며, 해외 이용액이 있다면 3배의 가중치가 부여돼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하나카드의 경우 지난 7월, 이벤트를 넘어서 해외 특화 서비스 플랫폼인 ‘트래블로그’ 서비스를 선보였다. 트래블로그 서비스는 여행시 환율 우대 100% 무료 환전(USD, JPY, EUR, GBP 충전 시)이 가능하다. 또한 해외 결제와 ATM 인출 시 수수료 무료 혜택도 제공한다.
해외여행에 특화된 카드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신한카드는 이달 초 ‘싱가포르항공’과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개발 및 공동 마케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고객들이 싱가포르항공을 통해 해외여행, 비즈니스 트립, 공항 이용 시 폭넓은 혜택을 누릴 것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KB국민카드는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에 특화된 ‘스카이패스 티타늄 카드’를 출시했다. 전월 이용 실적이 없어도 마일리지 기본 적립과 추가 적립 혜택이 제공된다. 이 카드로 국내외 가맹점 이용하면 1000원당 기본 1마일, 직구와 온라인 구매를 포함한 해외 및 면세점 업종 이용 시 추가로 1마일이 적립된다. 월간 적립한도는 최대 5000 마일이다.
우리카드는 지난 8월 프리미엄 카드 ‘다이너스 클럽(Diners Club)’ 2종을 선보였다. 다이너스 클럽은 포인트형과 마일리지형으로 구성됐으며, 공항라운지 혜택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국내외 라운지를 기본으로 20회 이용할 수 있다. 혜택을 모두 사용해도 국내 라운지 30% 할인은 무제한 제공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분간은 고환율 때문에 직구보다 해외여행 프로모션에 집중할 것 같다”며 “환율이 안정화되고 광군제(11월 11일), 블랙 프라이데이(11월 넷째 주 금요일) 등 대규모 해외 직구 시즌이 다가오면 직구 프로모션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