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 수축 부작용 해소에 정책 초점 둬야 [김광석 경제 읽어주는 남자]
금융 부실, 지방 소멸 등 충격 우려
충격 완화 위한 정책 재설정 필요해
긴축의 시계가 빠르게 감기고 있다. 세계는 마치 달리기 경주하듯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2020년~2021년 동안 풍선이 부풀어 올랐다면, 2022년~2023년은 풍선에 바람이 빠지는 과정이다.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에서 현금성 자산으로 ’돈의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조정이 일어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과연 조정의 시작인가? 아니면 조정의 끝자락인가? 주택 매매가격을 결정짓는 수요-공급-정책적 요인에 걸쳐 진단해 보자.
첫째, 부동산 시장의 수요여건을 보자. 2022년 하반기 들어 매수세가 급격히 약해지고 있다. 매수우위지수가 2021년 8월 114.6p의 고점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 2022년 9월 21.9로 떨어졌다. 2019년 3월 이래 최저 수준이다. 2021년 8월부터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면서 매수심리가 ‘사자’에서 ‘팔자’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2022년 말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되었다.
2022년 들어 주택 매수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이유는 ‘향후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2020년~2021년 동안 집값이 폭등하면서 투자자뿐만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던 세입자들이 매수심리가 급격히 치솟았다가, 2022년 들어 집값이 조정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매도심리가 크게 확대되었다. 더욱이, 가계의 향후 주택가격에 대한 전망을 보여주는 주택가격전망CSI가 통계 작성(2013년 1월) 이래로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2023년 중반까지도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침체한 수요가 급격히 반등하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부동산 시장의 공급여건을 보자. 보통 신규 주택 공급규모를 전망하기 위해 주택건설 인허가실적을 분석한다. 인허가실적은 주택공급 규모를 결정짓는 선행변수이기 때문이다. 택지 발굴 이후 ‘인허가 → 착공→ 준공’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규모나 종류 등에 따라 다르지만, 인허가만 1~2년, 착공 후 준공까지 2~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지난해 주택 인허가 늘어 내년 신규 공급 증가
신규 주택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의 매도세도 두드러지게 나타날 전망이다. 2023년까지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높은 이자 부담이 투자자들의 매도심리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2022년 하반기 급매 물건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매수세가 약해 ‘거래절벽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매 물건도 많아지고 있는 반만, 낙찰가율이 하락하는 흐름이다.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2019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경매 응찰자 수가 감소해 낙착률도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부동산 매매시장 전반에 걸쳐 위축되는 있음을 반증해 준다.
셋째, 부동산 시장 정책 여건을 보자. 2022년 발돋움한 윤석열 신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공급확대와 규제완화를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내 신규주택 250만가구를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청년에게 상당 비중의 신규주택이 우선 배정될 수 있도록 약속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가 도입해 왔던 각종 부동산·금융 규제를 다시 제자리로 완화할 방침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크게 완화하고, 리모델링 규제를 완화해 주거 수준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를 개편하며 보유세 세제 개편 및 세율 적용 구간 단순화를 추진함으로써 거래 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주택공급과 취득세 면제를 통해 내 집 마련을 유도하면서도,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에도 의지가 있다.
수요 미진한데 공급 늘어 미분양 더욱 증가할 듯
2023년 부동산 시장은 ’거품 수축(Bubble Deflating)‘의 해다. 2020년~2021년 동안 형성되었던 자산버블이 2022년부터 상당 부분 해소되는 기간이다. ’버블 붕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2020년 말 기준 가격보다는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매매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미분양주택 추이를 보아도 명확하다. 미분양주택은 수요와 공급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주택가격의 흐름을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미분양주택 수가 증가하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음을, 감소하면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할 수 있다. 2020년 미분양주택이 급격히 해소되면서 가격이 급등했고, 2021년 속도가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세가 다소 둔화하였다. 2022년 들어 미분양주택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2023년 들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는 미진한 데 반해 공급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2021년 말에 형성되었던 가격보다 내려가지만, 2021년 6월 수준의 기준선을 밑돌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부동산 정책은 거품 수축의 과정에서 야기되는 부작용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2020년~2021년의 부동산 정책과 2022년~2023년의 부동산 정책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조정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금융부실로 연결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깡통전세‘로 인해 세입자들의 고충이 커질 수 있다. 재건축이 집중되는 수도권과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비수도권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지역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거품 수축기에 부동산 시장에 나타날 부작용들을 미리 상정하고,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정책이 집중되어야 할 시점이다.
* 필자는 ‘경제 읽어주는 남자’로 알려진 한국의 대표 이코노미스트다. 현재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자 한양대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과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하며 경제 이슈를 분석해 왔다. 정부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인사혁신처·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2021년 경제 전망’, ‘위드 코로나 2022년 경제 전망’, ‘그레이트 리세션 2023년 경제 전망’ 등 5년째 베스트셀러 경제전망서를 발간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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