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한정판 포켓몬빵”…‘핼러윈 에디션’ 출시에 또 ‘오픈런 지옥’
SPC삼립, 9월29일 ‘포켓몬빵 핼러윈 한정판’ 출시
편의점 점포 당 발주 1개씩으로 제한, 리셀 성행
“집객 효과 있다” vs “희소성 마케팅 근절해야”
“이번엔 핼러윈 에디션이고, 두 달 뒤엔 크리스마스로도 나오려나요?”
지난 9월 29일 출시된 SPC삼립의 ‘포켓몬빵 핼러윈 한정판’이 일주일도 안 돼 품귀현상을 일으키자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월 16년 만에 재출시된 포켓몬빵이 지난달 기준 7000만 봉 이상 판매되며 유례없는 기록을 세운 데 이어 7월 시즌 2 제품이 출시되고, 이번엔 핼러윈 데이를 맞아 ‘한정판 야광 띠부씰’이 들어있는 제품이 나왔다.
연이은 포켓몬빵 신제품 출시에 일부 소비자들은 지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 유치원이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소비자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카페의 한 회원은 “아이들은 포켓몬빵 하나에 너무 행복해 하지만 부모 입장에선 띠부씰 지옥이 끝날 때 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핼러윈 에디션도 출시된 판에 조만간 크리스마스 한정판도 나온다에 한 표를 건다”고 말했다. 일산 지역 맘카페의 한 회원은 “포켓몬빵 오픈런이 또 시작된거냐”며 “삼립이 도대체 언제까지 하려고 하는건지, 제발 이러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1~2개씩 발주 제한…중고 플랫폼서 2만원에 ‘리셀’
포켓몬빵의 제조사 SPC삼립 관계자에 따르면 핼러윈 한정판은 기존에 나오던 시즌 1, 2의 제품 중 ‘컵케익’과 ‘쿠키앤크림슈’ 두 종을 핼러윈 기간 한정 판매 제품으로 바꿔 출시했다. 이 두 가지 제품에는 기존 포켓몬빵에 들어있는 일반 띠부씰이 아닌 ‘야광 띠부씰’ 27종이 하나씩 들어가 있고, 한정된 기한에만 판매해 희소성이 더 해졌다는 설명이다.
현재 포켓몬빵 핼러윈 한정판은 물량 부족으로 편의점마다 1~2개씩으로 발주 제한을 둔 상황이다. CU 관계자에 따르면 ‘피카츄 펌킨 컵케익’은 일주일에 4일, ‘블래키의 쿠키앤크림슈’는 일주일에 2일씩 각각 1개씩 발주되고 있다.
GS25 관계자는 “포켓몬빵은 시즌 1, 2와 핼러윈 에디션까지 합해서 하루에 보통 2~3개씩 들어오고 있다”며 “매일 같은 상품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요일마다 들어오는 날짜가 따로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중 핼러윈 에디션 빵은 1개씩 들어온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마트24 측에서도 “점포당 핼러윈 제품 2종이 1개씩 발주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편의점 점포당 핼러윈 에디션 빵은 하루에 1개씩만 입고되고 있는 상황이라 당근마켓과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엔 관련 거래 글이 쏟아지고 있다. 당근마켓에서는 핼러윈 띠부씰만 5000~2만원에 판매되고 있고, 빵만도 5000~1만원으로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펌킨 컵케익의 정가는 3500원, 쿠키앤크림슈는 2000원으로, 정가의 최대 3배 이상의 가격에 리셀되고 있다.
포켓몬빵 핼러윈 에디션은 ‘기간 한정 판매’라는 희소성이 더해져 기존 포켓몬빵보다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희소성에 희소성을 더하는 마케팅에 소비자들은 피로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SPC삼립 측은 또 다른 신제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SPC삼립 관계자는 “이번 핼러윈 한정판 제품은 판매 기한이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10월 중까진 계속 판매할 예정이고, 11월까진 미정인 상태”라며 “정확한 계획에 대해선 말씀드릴 순 없지만 후속 제품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불황기 덕 보는 ‘희소성 마케팅’?…“진정성 없인 오래 못 가”
소비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반면 업계에서는 포켓몬빵 인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포켓몬빵이란 제품이 상당히 많은 소비자들을 편의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편의점에 와서 찾는 빵이 없어도 온 김에 다른 빵이나 제품을 구매해서 나가는 소비자들이 꽤 많아 방문객 증가 효과는 확실히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희소성’이란 프리미엄이 붙은 마케팅이 불황기의 덕을 보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과)는 “포켓몬이란 콘텐츠는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강력한 서사가 있는 대표적인 ‘러브 마크’ 중 하나로, 불황기와 맞물려 오히려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불경기 탓에 주식이나 코인에 재미를 잃은 사람들이 많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 집착하는 이들이 늘면서 포켓몬빵 신제품이 더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고, 이는 대표적인 ‘불황기 마케팅’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의 마케팅에 ‘진정성’과 ‘진심’이 없다면 결국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전문가 의견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과)는 “포켓몬빵을 활용한 희소성 마케팅이 장기화될수록 소비자들의 피로도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며 “피로감만 누적시키는 마케팅이 계속된다면 기업도 결국 ‘자기 꾀에 자기가 빠지는 꼴’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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