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티크부터 티파니향수·디올뷰티 ‘다 올랐다’…마스크 벗었는데 지갑은 ‘텅텅’
신세계인터 딥티크, 향수·캔들 평균 6% 인상
에스티로더·디올 등 가격 올해 들어 2차례 올려
원자재값, 인건비 상승 탓…경기침체에도 잘 팔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화장품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연이은 가격 인상에 ‘꾸꾸(꾸미고 꾸미는)족’들의 지갑이 얇아지고 있다. 올해 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며 화장품업계는 이미 한 차례 가격을 인상한 바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2차 도미노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가성비 화장품부터 명품까지…주재료 팜유 가격 ‘급등’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딥티크’의 향수와 캔들 등 일부 품목 가격이 5일부터 평균 6%대 인상됐다. 딥티크는 지난 2월 바디케어와 홈 프래그런스 등 품목의 가격을 올렸던 바 있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대표 제품인 ‘오 드 뚜왈렛(50㎖)’는 14만3000원에서 15만5000원으로 올랐고, ‘오드 퍼 퓸(75㎖)’는 23만5000원에서 25만3000원이 됐다. 캔들 190g은 9만1000원에서 9만5000원으로 인상됐다.
이번 가격 인상에 대해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본사 글로벌 가격 정책으로 인한 조정으로, 지난 2월엔 홈 프래그런스와 바디류 제품에 한해 가격을 올렸고 이번엔 캔들이랑 향수 위주로 가격이 조정됐다”며 “전 세계적으로 원부자재와 인건비가 오른 요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딥티크 외에도 글로벌 화장품·향수 기업들은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티파니앤코 향수는 지난 8월 20%, 구찌 향수는 평균 12%, 버버리·끌로에 향수도 평균 11%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디올 뷰티도 지난 7월 가격을 인상해 향수 제품인 ‘메종 디올’이 반년 만에 6~7% 올랐다. 에스티로더 그룹은 지난 8월 ‘갈색병’으로 유명한 ‘어드밴스드 나이트리페어’ 가격을 5% 인상했다. 지난 1월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 인상이다.
국내 화장품업체들도 도미노 인상에 나서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후’의 일부 상품 가격을 이달 들어 평균 4.5% 인상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지난 4월 ‘설화수’와 ‘헤라’의 가격을 약 10%, 지난 7월엔 ‘한율’과 ‘라네즈’ 가격을 올렸다. 에뛰드도 지난 4월에 이어 9월에 일부 제품 가격을 11~23% 인상했고, 잇츠스킨은 8월부터 71개 제품 가격 조정에 나섰다.
화장품업계의 가격 인상 러시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인한 인건비와 물류비 폭등 때문이다. 화장품의 주재료로 쓰이는 팜유(글리세린)와 오일 등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원료인 ‘스테아릴 알코올’ 매입가는 1㎏당 1만691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 비싸졌다. 올해 상반기 아모레퍼시픽이 매입한 글리세린 가격도 ㎏당 194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6% 급등했다.
일상품 된 화장품, 경기 영향 안 받아…중국 의존 업체는 ‘휘청’
이 같은 가격 인상에도 화장품 수요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패션·뷰티 업계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업계 중 특히 메이크업 시장은 마스크 착용으로 가장 어려웠던 시장 중 하나였지만 마스크 착용 의무가 내년 초에는 실내에서도 해제된다고 해 수요는 분명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향수의 경우에는 어려웠던 적이 거의 없었던 품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오히려 더 호황을 누렸기 때문에 특히 재구매율이 높은 니치 향수 시장의 확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장품은 현재 하나의 일상품이 돼 버렸기 때문에 가격 인상에도 수요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고, 다양한 외부 요인으로 인해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은 수입 화장품 쪽은 더더욱 경기 침체랑은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의 의존도가 높은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실적은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빅2’로 불리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3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에프앤가이드는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 감소한 1조318억원, 영업이익은 56.4% 줄어든 39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LG생활건강은 3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감소한 1조9352억원, 영업이익은 26.6% 줄어든 2511억원으로 추정된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실적 감소는 면세점과 중국 매출이 회복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법인 매출이 16% 감소할 것이며 국내 채널에서는 면세 매출이 30%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LG생활건강도 중국과 면세점 매출이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돼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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