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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스텝의 엄습…부동산 시장 한파 깊어지나 [한파 불어닥친 부동산 시장①]

금리인상·대출규제·경기 침체 우려에 부동산 시장 찬바람
지난해 뜨거웠던 경매·분양 시장도 열기 식어
내년 금리인상·입주 물량 늘면 부동산 하락 지속 전망도

 
 
서울 남산에서 본 서울 아파트. [연합뉴스]
 
"내년에 본격 조정기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시장에 여파가 이어질 수 있겠죠"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기준 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우리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 매수심리가 더욱 얼어붙으면서 거래 절벽이 심화되고, 가격하락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마지막주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전주(85.9)보다 낮은 84.8로 집계됐다. 매매수급지수는 조사 시점에서의 상대 비교이지만 단순 수치로만 볼 때 이번 지수는 2019년 10월 둘째 주(84.8) 조사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8.5를 기록하며 지수 80선이 무너졌다. 이 역시 지난 2019년 6월 셋째 주(77.5) 조사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낮으면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금리인상·대출규제 여파 매수세 약화…거래절벽 ↑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등의 여파로 매수세가 약화되면서 거래 절벽 현상도 심화된 지 오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전국의 주택 매매량은 총 38만539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3만7317건)과 비교해 47.7% 감소했다. 지역별로 수도권은 15만444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3% 감소했고, 지방은 23만943건으로 38.5% 줄었다. 수도권 중 서울은 4만3818건으로 53.8% 줄었다.
 
거래절벽이 지속되면서 매매시장뿐 아니라 전세시장도 수요자 우위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집이 팔리지 않자 전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었고 월세선호로 전세수요가 줄면서 전세매물이 쌓이고 있어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9월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4만107건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4만건을 넘은 것은 2020년 7월25일(4만324건) 이후 약 2년2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1월 0.01% 상승을 끝으로 하락 전환해 8월까지 0.72%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경매시장도 찬바람이 불고 있긴 마찬가지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9.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0년 3월(83.3%)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인기를 누렸던 서울 아파트 경매도 싸늘하게 식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67건이었지만, 그 중 15건만 낙찰됐다. 낙찰률은 22.4%로 10건이 경매에 나오면 약 8건이 유찰된 셈이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주택시장에선 미분양 공포도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3만2722호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만7710호였던 것과 비교하면 9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서울이 188호로 전달보다 24.5% 증가했고 수도권도 1042호로 2.5% 늘었다.  
 
최근 투기과열지구 해제된 인천 송도국제도시 모습. [연합뉴스]
 

부동산 침체 고개…경매·분양 시장도 찬바람

청약 불패 지역으로 꼽혔던 서울에서도 청약 미달 사업장이 나오고 있다. 이달 청약을 받은 구로구 가리봉동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와 오류동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모두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하고 미달됐다. 이른바 '줍줍(줍고 또 줍는다)'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 열기도 빠르게 식고 있다. 무순위 청약은 새 아파트에서 발생한 미분양이나 미계약 물량을 청약통장 없이 추첨을 통해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무순위 청약에서도 미달되면 미분양 물량으로 집계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15일(공고일 기준)까지 서울 지역 아파트 무순위 청약 건수가 총 3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건) 대비 5배가 넘는 것이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쌓이면서 건설사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분양 일정 지연이 지속되면 건설사의 재무적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분양을 계속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실패한 중·소형 건설사들의 줄도산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가격 하락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집값 내림세가 지속되면서 ‘똘똘한 한 채’라고 불리는 대장주 단지에서도 억대 하락 소식이 계속 들리고 있다. KB부동산 조사 결과 9월 선도아파트 50 지수 증감률은 -1.12%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달 하락 폭은 월간 기준으로 지난 2019년 3월(-1.15%) 이후 3년6개월 만에 가장 컸다.
 
선도 50지수는 매년 전국 시가총액(가구 수X가격) 상위 50개 단지를 선정해 시가총액 변동률을 지수화한 것이다. 선도아파트50 지수에는 ▶서울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아크로리버파크 ▶송파구 리센츠 아파트 ▶엘스 아파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등 지역 랜드마크로 불릴 만한 고가 아파트가 포함돼 있다. 최근 주요 고가 아파트에서 하락 거래가 이어졌는데, 이런 현상이 통계에도 반영됐다.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서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 돌려주는 것이 어려워지는 '역전세난'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역전세난은 세입자가 전셋집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전세난'과 상반된 개념이다. 역전세난이 심각해지면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연이어 떨어지면서 ‘깡통주택(집값이 전세보증금에 미치지 못하는 집)’을 양산하게 된다. 깡통주택이 속출하면 경제위기 고통에 취약한 서민 주거안정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우리 경제의 또 다른 위기다. 깡통전세 현상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 위기 때마다 반복해 왔다.  
 

내년 입주 물량 대거 대기…집값 하락 지속 전망도  

정부는 주택 거래가 위축되고 집값 하락도 가팔라지자 최근 규제지역을 대폭 해제하는 등 시장 연착륙에 나섰다. 그러나 주택시장 분위기 반전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집값 하락이 계속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데다 향후 2~3년간 지방을 중심으로 입주 물량도 대거 예정돼 있어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부터 2024년까지 향후 2년간 전국에선 62만8362가구의 입주 물량이 대기 중이다. 광역시·도별 입주 예정물량을 살펴보면 ▶경기 19만6901가구 ▶인천 6만6455가구 ▶대구 5만7555가구 ▶충남 4만4579가구 ▶부산 3만7051가구 순으로 집계됐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의 상황은 가격 조정의 시작이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그 여파는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입주 물량이 많아 공급이 본격화되면 서울에 본격적으로 이제 조정 들어가는 거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글로벌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우리나라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예를 들어 지금 PF대출 금리가 거의 10% 수준이 넘어가고 있다. 그러면 사실 개발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이제 고금리 시대에는 부동산 분양 시장이 됐던, 개발 시장이 됐던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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