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두고 ‘엇박자’…금융위·금감원 동상이몽
김주현 “구체적 답변 어렵다” vs 이복현 “어떠한 조치든 쓸 수 있다"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보단 증안펀드 재가동에 집중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공매도 금지’가 화두에 오른 가운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수장이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공매도 금지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구체적 답변이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어떠한 조치든 예외를 두지 않고 다 쓸 수 있다”며 공매도 전면 금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내려가면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이다. 코로나19 하락장 이후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으나 지난해 5월 3일부터 일부 재개됐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등 대형주에 한해 부분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지수가 2100선까지 밀리자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매도 한시적 전면 금지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코스피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4907억원으로 전월(3493억원) 대비 40.46% 폭증했다. 코스피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건수도 9월엔 12건으로 8월(6건) 대비 2배가 됐다.
공매도 금지에 대해 금융당국이 가지고 있는 기본 입장은 ‘필요하면 시행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11일 취임식 당시 “외국도 시장이 급변하는 등 필요할 경우 공매도를 금지한다”며 “우리도 필요하면 공매도뿐 아니라 증안기금(증시안정화기금)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금감원-산업부-은행연합회 사업 재편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식’에서 “시장의 큰 쏠림이 있는 경우, 어떤 조치든 예외를 두지 않고 다 쓸 수 있다”며 “상식적인 면에서 공감대가 있으면 (공매도 금지와 같은) 조치들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공매도 전면 금지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의 입장은 다소 달라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공감하고 신경 쓰고 있지만, 구체적인 언급은 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지난 4일에도 그는 “(공매도 금지는) 금융위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이는 취임식 당시 발언과는 거리가 있다.
최근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보다는 증안펀드 재가동에 우선 집중하는 모양새다. 금융위는 이달 중순 증안펀드 재가동을 위해 증권 유관기관과 실무 협의와 약정 절차를 거쳐 조성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조성 규모는 10조원 수준이다. 그간 증안펀드와 공매도 금지는 증시 안정을 위한 대책으로 거론돼 온 방법이다.
다만 증안펀드 시행을 앞두고 공매도 금지가 함께 시행될 가능성도 있다.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증안펀드 자금이 투입되면 공매도 물량을 모두 받아주게 돼 효과가 미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증안펀드 집행을 결정하는 투자관리위원회 측은 “금융당국인 금융위원회가 결정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허지은 기자 hur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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