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빅스텝 공포...“부동산 침체 장기화 피할 수 없어”
한은 금통위 추가 빅스텝 단행
대출 이자 부담 커지며 영끌족 고통 커질 듯
매수 심리 약화·거래절벽 지속…부동산 침체 가속화 전망
한국은행이 석 달 만에 다시 '빅 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을 단행하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침체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2일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3.00%로 0.50%p 인상했다. 3%대 기준금리는 지난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고, 4·5·7·8월에 이은 다섯 차례 연속 인상도 한은 역사상 역대 최초 기록이다.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여러 지표가 있지만 올해 1∼8월 실거래가 기준으로 3∼4% 정도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금리가 이렇게 올라가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연이은 금리인상과 부동산 침체 우려 속에 매수심리가 약화되며 부동산 시장은 거래절벽이 심화한지 오래됐고, 집값 하락 본격화 움직임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전국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서울의 매매수급지수는 이달 3일 기준 77.7로 3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값의 낙폭도 최대치를 기록했다. 10월 첫째 주(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21%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12년 12월 3일(-0.21%) 이후 9년 10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5월 마지막주 0.01% 내린 이후 19주째 하락세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주택 거래량의 둔화와 가격 하락세도 심상치 않다. 국토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38만539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3만7317건)보다 47.4% 줄었다. 전국 아파트값은 22주째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완화 조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기간내 집을 팔려는 매도자들이 올 연내에 몰리며 시장의 급매물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추가 금리 인상으로 전세시장 역시 동반 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전셋값 하락은 계약갱신청구권, 상생임대인 제도 등으로 재계약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자금대출금리가 7%대까지 치솟으면서 이사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 크다. 대출 금리가 단기에 오르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팔라진 것도 전세 적체의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금리 인상이 가팔라지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갭투자자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세를 낀 상태에서 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로 간신히 아파트 매수에 성공했는데, 이자부담은 급증하고 전셋값은 떨어지니 대출이자부담과 고통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미분양사업장과 가구수도 급증하는 등 부동산 침체에 대한 우려 요소다. 이날 조오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위)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분양보증사업장 중 미분양사업장(가구수)은 2018년 12개소(190가구)에서 ▶2019년 66개소(1146가구) ▶2020년 147개소(3328가구) ▶2021년 231개소(1만7725가구) ▶2022년 9월 말 168개소(2만9390가구)로 5년 사이 155배 급증(가구수 기준)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금리인상 등이 지속되면 지금의 부동산 침체 분위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기준 금리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좀 무리하게 대출 받은 젊은층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고, 매수세도 더 냉각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년 경기 전망을 좀 하향 조정해서 발표하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좀 더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하반기를 넘어 내년 상반기까지도 매수세 위축에 따른 거래 절벽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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