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O 증설 러시…“생산 능력만이 능사 아냐” [주목받는 CDMO 시장②]
생산 능력은 수익성…외형과 함께 ‘품질’ 챙겨야
CDMO 틈새시장 찾아라…기술 발달로 기회 생겨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에 도전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이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을 빠르게 점유해나가고 있는 만큼 성장 산업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모습이다.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에서는 기업의 대규모 생산 능력(capacity)이 곧 경쟁력이다. 생산 능력은 최대 수주 물량을 결정해 CDMO 사업의 수익성으로 이어진다.
실제 스위스의 론자와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글로벌 CDMO 기업들은 CDMO 생산 설비를 지속해서 늘려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CDMO 사업 부문에서 1조133억원의 매출을 올린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국내에서만 42만ℓ 규모의 생산 설비를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최근 바이오의약품 CMDO 사업에 7조5000억원을 투자해 생산 능력을 160만ℓ 규모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셀트리온과 롯데바이오로직스, SK팜테코 등 국내 기업들도 늘어나는 바이오의약품 수요에 맞춰 국내외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증설 중이다.
‘품질 신뢰도’가 CDMO 수주 좌우한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은 상위 5개 기업이 전체 시장의 60%를 점유한 상황이다. 구체적으로는 론자의 시장 점유율이 25%로 가장 높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카랄란트가 각각 9%, 베링거인겔하임과 써모피셔사이언티픽 등이 각각 8%로 뒤를 잇는다.
최근에서야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이 짧은 시간에 선도 기업의 생산 능력을 따라잡기는 어렵다. 초기 생산 시설을 건설하려면 착공부터 밸리데이션(적격성 평가)까지 최소 3년이 필요하다. 바이오의약품 CDMO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대규모 생산 설비를 구축하려면 오랜 기간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설비를 이미 보유했거나 자금 여유가 있는 대기업이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이런 이유다. 생산 능력을 확장해 수익성을 높일 수 없다면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거나 특수 시장을 공략해 고객을 끌어모아야 한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을 제대로 끌어가려면 품질이 관건이다.
김수민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CDMO의 품질과 신뢰도가 기업의 수주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의약품은 품질 문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CDMO 업체를 선정할 때 생산 비용보다 제조 역량과 품질 규정의 준수 여부 등이 판단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오의약품에 품질 문제가 발생한다면 고객사가 감수해야 하는 기회비용은 크다”면서 “고객을 유치할 때는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의 제조 역량과 규정, 품질을 준수했는지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들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 품질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바이오의약품 CDMO 계약은 통상 5년 이상으로, CDMO 협력사를 찾는 기업은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 유연성 등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김 연구원은 “2024년까지 자료를 보면 글로벌 CDMO 기업들이 생산 설비를 확장하는 속도가 항체 의약품 시장의 수요 증가 속도보다 빠르다”며 “기업들이 수주 물량을 본격적으로 확보하기 시작하면 대형 CDMO 기업들의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은 수요가 확대돼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위권인 바이오의약품 CDMO 업체들은 검증된 cGMP 설비와 품질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빠르게 수주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중·소형 기업 CDMO 틈새시장 노려야
기업 규모가 작고 대규모 생산 설비를 마련하기 어려운 기업이라면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의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의약품 원료나 개발 과정 일부에 특화한 기술과 경험이 있는 기업들이 연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임상시험을 담당하는 CRO는 물론 바이오의약품 생산 설비를 보유한 기업들도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에 진입하는 추세다.
국내 중소형 CDMO 업체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회사들도 특화 분야를 만든다면 CDMO 사업에서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설비는 없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중소형 CDMO 기업들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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