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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부채역습 속에서 주식시장 운명은?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인플레이션 잡기 갈수록 난항
위험성 감소 뒤 진입 고려를

 
 
미국 달러 지폐와 인플레이션 영어 단어 퍼즐 조합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경제가 좋은 시절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제롬 파월은 당시 금리를 높게 올리는 호기를 부리다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납작 엎드렸다. 세계가 긴축의 시대로 들어선 올해 킹달러가 달러 부채 많은 국가들을 괴롭히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2023년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신흥국의 달러 표시 부채는 830억 달러(약 115조3700억원) 규모에 육박한다. 미국발(發) 고금리와 강달러로 신흥국과 그 기업들이 갚아야 할 달러 표시 부채 부담이 더욱 커졌다. 모두가 고대하는 미국의 최종 금리인상 시기와 폭은 어떻게 될지에 시장은 계속 번민을 하고 있다.  
 
미국의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다시 한 번 시장을 놀라게 했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신고점을 기록했고 인플레이션 정점이 지났다는 기대는 완전히 무너졌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물가와 경기 모두 잡지 못하고 세상을 참혹함으로 뒤엎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이 몰려든다. 전체(헤드라인) 물가지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임대료는 매우 느리게 움직여 본격적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 파월 의장은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서 지난 9월 연준 의장으로서는 금리가 인상되면서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이례적인 발언을 했다.  
 
뒤늦게 움직이는 주택 가격은 임대료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이 부문의 영향이 앞으로 적어도 18개월 이후에 나타날 것이라 한다. 문제는 임대료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요금이 하락하기 어려운 구조란 점이다. 이 부분은 전체 CPI의 25%, 근원 CPI의 33% 정도를 차지한다.  
 
병원 서비스, 의료 서비스, 금융 서비스, 법률 서비스, 전화 서비스, 등록금 같은 서비스 요금은 임금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임금이 더 오르게 되면 외식비 상승은 불 보듯 뻔하다. 이렇게 높아진 물가는 연준의 물가와의 싸움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노무라 증권은 연준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연 5.5%까지 올릴 것이라고까지 했다. 연준의 기준금리는 다른 국가들의 기준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세상의 빚 갚을 능력이 제대로인지 궁금해진다. 지난 9월 IIF는 금년 2분기 세계 GDP(국내총생산) 대비 총부채 비율을 발표했다.  
 
이는 차입국의 빚을 되갚을 능력을 위해 두루 사용되는 지표이다. 이 비율이 1분기 252% 수준에서 2분기 350% 수준으로 늘어났는데 이는 5분기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IIF는 물가 압력과 금리인상으로 그 수준이 올 연말에는 350% 수준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본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한 시위대가 10월 18일 프랑스 파리 거리에서 연료저장소 운영 방안을 두고 집회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주식시장 베어마켓 랠리의 재개를 보며

금리인상의 수혜주는 금융주라고 하는데 은행주 시대가 진정 왔을까. 미국 주식 시장은 11월 12월 금리인상 시나리오를 무색하게 널뛰기 장세를 시현하고 있다. 고금리에 미국 대형 은행들의 실적이 개선됐다.  
 
JP모간, 씨티그룹, 웰스파고에 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시장 기대를 웃돈 3분기 실적을 내놨다. 시장 한파로 폭삭 주저앉은 주식 거래 수익을 메우고도 남는 이자 수익을 냈다고 시장이 야단이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대형 은행들은 미국 소비가 여전히 견조하다고 낙관하고 있다.  
 
모든 악재가 다 나왔고 그게 주가에 선반영되었다는 것일까? 향후 금리 추가 인상으로 실업률이 상승하고 경기침체 확률이 높아지며 기업과 가계의 차입 비용 증가로 도산가능성도 올라가는데 주식시장은 참 요지경이다. 증시안정기금의 투입과 공매도 금지에 대한 기대 때문으로 국내 주식 시장도 설렘에 차 있는듯하다.  
 
영국 채권 시장은 과연 안정을 찾은 것인가? 증시랠리의 구실을 찾는데 이제 영국 채권 시장을 살펴보는 게 투자자들의 습관이 된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준은 3차례의 양적완화(QE) 정책을 단행했다.  
 
이 기간 동안 연준의 자산은 2.1조 달러가 늘어났다. QE로 경기가 회복되자 2014년 매입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 나가는 테이퍼링(Tapering)을 실시했다. 2017년에는 재투자 규모를 줄이는 양적긴축(QT)을 실시했지만 그 규모는 기대와 달리 소규모였다. 2020년에 팬데믹으로 QE 정책이 재개 되었다. 이 기간 동안 연준의 자산규모는 4조4000억 달러가 늘어났다.  
 
문득 2019년 9월 레포(Repo) 금리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연준이 급하게 채권 매입을 한 게 생각난다. 레포(Repo)란 Repurchase Agreement의 줄임말로 환매조건부 채권을 뜻한다. 레포는 채권을 보유한 금융기관이 채권을 담보로 중앙은행에서 초단기 자금을 빌리는 것을 뜻한다.  
 
당시 연준은 이러한 채권 매입은 QE가 아니라 했다. QE는 경기부양을 위해서 장기채를 사서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기에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채권 매입과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했다.  
 
2022년 9월 영국에서 금리가 너무 갑자기 많이 오르고 채권 시장이 마비되는 위험에 처하자 영란은행은 영국국채를 사게 된다. 시장 불안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다시 튀어 오르는 것을 연준이 반가워할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시장의 약세 국면에서도 베어 마켓 랠리는 있다.  
 
주가가 추세적으로 하향하는데도 단기적 증시 반등은 가능하다. 가장 많은 이야기는 주가가 역사적으로 싸다는 것이다. 주가를 움직이는 많은 재료가 있지만 역사적으로 낮은 기업가치 평가(밸류에이션)은 증시를 움직이는 중요 재료다.  
 
반대로 낮아진 가격은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유동성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우리 앞에 놓인 금리인상을 비롯하여 많은 국가들의 위험 요인이 그저 아는 사실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찝찝한 생각이 든다. 1년에 5 퍼센트 대 수익률을 주는 저위험 금융상품이 늘고 있다.  
 
저금리 시절에는 상상도 못할 수익률인데 저런 금리 수준을 주고 어디에서 금융기관이 수익을 낼 것인지 생각해 본다. 부채의 역습에 괴로워하는 가계와 기업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단기 주식시장은 예측이 아닌 대응의 영역이라는 말이 있다. 단타의 고수가 아니라면 진정으로 시장의 위험성이 줄어든 후에 주식 시장에 진입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은 그저 기우일까.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이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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