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이재용, 미세공정 초격차 속도…내달 ASML CEO 회동 가능성

피터 베닝크 CEO 화성 반도체 클러스터 기공식 참석
삼성과 선단 공정 핵심 ‘EUV’ 공급 확대 논의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 6월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왼쪽 네 번째) 등과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의 미세공정 초격차 전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미세공정 경쟁의 키를 쥐고 있는 네덜란드 노광업체 ASML의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기술 경쟁력을 강조해온 이 부회장이 ASML과의 협력 강화로 초격차 전략을 지속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베닝크 CEO는 다음달 중순 열리는 ASML의 화성 반도체 클러스터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다. 현장에는 ASML 주요 경영진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ASML은 오는 2025년까지 국내에 2400억원을 투자해 노광장비 트레이닝 센터, 재제조 센터, 체험 센터를 갖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베닝크 CEO의 방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의 눈은 자연스레 이 부회장과의 회동 여부에 쏠리고 있다. 베닝크 CEO가 ASML의 대형 고객사 중 하나인 삼성전자를 직접 찾아 이 부회장과 극자외선(EUV) 장비 공급에 대한 논의를 나눌 것이란 예상이다.  
 
EUV 노광 기술은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이다. 기존 대비 세밀한 회로 구현이 가능해 향후 타이완 TSMC와의 5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경쟁을 위한 전략적 장비로 손꼽힌다. 현재 5나노 이하 공정을 구현한 곳은 삼성전자와 TSMC 등 두 곳뿐이다.
 
특히 최근 반도체 시장의 불황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과 피터 베닝크 CEO의 회동이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고 경쟁사들이 치고 올라고 있는 상황에선 기술 초격차를 통한 차별화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미세공정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EUV를 독점 생산하고 있는 ASML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장비 확보 경쟁에서 우위에 설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정원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왼쪽 첫번째)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3나노 양산라인에서 구자흠 삼성전자 부사장(왼쪽 두번째) 및 강상범 상무와 3나노 웨이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실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기술 경쟁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점유율로는 TSMC에 밀리지만 높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3나노 파운드리는 첨단 기술이 대거 적용돼 ‘초격차 전략’의 상징과도 같다. 실제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 차세대 GAA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GAA 기술은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 전류가 흐르는 채널(Channel) 4개면을 게이트(Gate)가 둘러싸는 형태로 이뤄져 있다. 덕분에 게이트의 면적이 넓어지며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 성능 저하를 극복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 이는 TSMC가 준비중인 핀펫(FinFET) 방식 대비 데이터처리 속도가 빠르다는 이점이 있다.
 

삼성-ASML, 끈끈한 협력관계

이 부회장은 ASML과 과거부터 돈독한 사이를 유지해 왔다. 삼성이 현재 TSMC와의 미세공정 경쟁에서 한 걸음 앞서나갈 수 있었던 것에 이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실제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유럽출장에서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해 베닝크 CEO와 논의를 가졌다. 당시 삼성이 EUV 노광장비 추가 확보 내역에 대해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부회장과 버닝크 CEO간 장비 공급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2월에도 이 부회장은 프랑스 파리에서 버닝크 CEO를 만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2016년 11월에는 삼성전자를 방문한 버닝크 CEO 등 ASML 경영진을 만나 차세대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에 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왼쪽 두번째)가 지난 11월 18일 오전 경기 화성시 ASML 코리아 본사에서 열린 경기도-화성시-ASML 투자협약식에서 서철모 화성시장(왼쪽 첫 번째), 오병권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왼쪽 세 번째)과 협약서에 서명을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회사 차원에서도 삼성전자와 ASML은 EUV 관련 기술적 난제 해결을 위해 초기부터 ▲EUV에 최적화된 첨단 반도체 소재 개발 ▲장비 생산성 향상 ▲성능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 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구현을 위해 EUV 기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2000년대부터 ASML과 초미세 반도체 공정 기술 및 장비 개발을 위해 협력해 왔다. 지난 2012년에는 ASML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를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양사간 협력 관계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이 ASML로부터 2나노 공정에 필요한 ‘하이(High) NA’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자신의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삼성의 초격차 전략 실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삼성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향후에도 ASML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건엄 기자 Leeku@edaily.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윤 대통령 “백종원 같은 민간 상권기획자 1000명 육성할 것”

2삼성전자, 반도체 위기론 커지더니…핫 하다는 ETF 시장서도 외면

3롯데 뒤흔든 ‘위기설 지라시’…작성·유포자 잡힐까

4박서진, 병역 면제 논란…우울·수면 장애에 가정사까지?

5홍준표 "기업 살아야 한국이 산다...투자하는 기업엔 얼마든지 특혜를 줘도 상관 없어"

6미국투자이민 새 기준 국민이주㈜, VIP 미국영주권 세미나 개최…예비 신청자 기대감 모아

7컴투스 ‘스타시드’, 출시 하루만에 태국 구글 인기 게임 1위

8지씨셀 떠난 제임스 박 대표...롯데바이오로직스로

9S&P "내년 한국 기업 신용도 둔화 가능성 높아"

실시간 뉴스

1윤 대통령 “백종원 같은 민간 상권기획자 1000명 육성할 것”

2삼성전자, 반도체 위기론 커지더니…핫 하다는 ETF 시장서도 외면

3롯데 뒤흔든 ‘위기설 지라시’…작성·유포자 잡힐까

4박서진, 병역 면제 논란…우울·수면 장애에 가정사까지?

5홍준표 "기업 살아야 한국이 산다...투자하는 기업엔 얼마든지 특혜를 줘도 상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