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회장 2주기…‘KH 유산’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미술품 2만3000여점 기증…경제 효과 3500억
감염병·소아암 지원 등 의료 공헌에 1조 기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그가 남긴 ‘KH(건희) 유산’은 의료계와 미술계 등에서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사회 환원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은 지난해 4월 고인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고, 감염병 극복 지원(7000억원)과 소아암 희귀질환 지원(3000억원) 등 의료 공헌에 1조원을 기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유산의 약 60%에 달하는 규모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12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상속 재산의 상당 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을 깬 사회 환원이었다. 미술계에서는 방대한 작품의 기증이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이중섭의 '황소' 등이 포함된 '이건희 컬렉션'은 감정가로 2조∼3조원에 이르며, 시가로는 10조원이 넘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작년 7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을 관람하면서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에게 돌려드려야 한다는 고인의 뜻이 실현돼 기쁘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특별전은 매회 매진을 기록하며 '이건희 컬렉션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현재까지 72만명의 관람객이 기증품을 감상했다. 대구미술관과 박수근미술관 등 지방 미술관에도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25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2026년 시카고 박물관에서 특별전을 여는 방안을 논의 중이고, 이건희 회장 컬렉션과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장품의 맞교환 전시도 검토 중이다.
인터파크티켓에 따르면 1주년 기념전의 입장권 예매자 중 20∼30대 비율이 70.4%를 차지할 만큼 젊은 세대로 미술 수요층이 확장됐다.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은 특별전을 관람할 때마다 찍은 인증샷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작년 보고서에서 '이건희 컬렉션'이 생산 유발 2468억원, 부가가치 유발 1024억원, 취업 유발 2144명 등 총 3500억원의 경제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의료계서도 성과
실제 감염병 극복을 위해 기부하기로 한 이 회장의 유산 7000억원 중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첨단 설비를 갖춘 120∼150개 병상 규모로 국내 민간병원 중 최대 규모다.
또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과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된다.
또 유족이 가정 형편 어려운 소아암과 희귀질환 환아를 위해 3000억원을 기부함에 따라 향후 10년간 이들에게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게 된다. 소아암 환아 1만2000여 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 명 등 1만7000여 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소아암과 희귀질환 임상 연구,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은 작년 8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사업단'을 발족하고 공모 방식으로 소아암 21건, 희귀질환 12건, 공통연구 21건 등 총 54개의 추진 과제를 선정했다. 사업단은 지난달부터 전국 9개 주요 병원과 함께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을 앓는 전국의 소아 환자들을 위해 검사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올해 말부터는 환아 검사와 치료 지원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과제 책임자인 홍경택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의미 있는 기부금으로 전국 소아청소년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아들에게 중요한 검사를 무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건엄 기자 Leek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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