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출시 눈앞…“내년 4월내 심사 결과 나와”
美 FDA, 세레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우선심사 지정
국내 기업 임상 단계 머물러…바이오업계 지원 방안 필요 목소리 나와
장내 미생물로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이 내년 상반기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미국의 신약 개발 기업 세레스 테라퓨틱스(세레스)의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SER-109’를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다.
2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FDA는 세레스가 SER-109에 대해 제출한 신약허가 신청(BLA)을 지난 26일(현지시각) 접수했다. FDA는 전문의약품 심사 수수료법(PDUFA)에 따라 내년 4월 중 심사 결과를 공개하게 된다. PUDFA는 기업이 FDA에 비용을 지불하고 심사를 빠르게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들은 SER-109가 첫 번째 경구형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레스가 SER-109의 임상 3상에서 FDA가 요구한 안전성 데이터를 잘 확보한 데다, FDA도 세레스가 신청한 BLA를 수리하며 별도의 자문위원회를 소집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레비요타를 개발 중인 페링 파마슈티컬스(페링)는 지난 9월 FDA 산하 자문위원회(VRBPAC)로부터 승인 권고를 받았는데, 레비요타는 아직 PDUFA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며 “FDA가 세레스의 SER-109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로 가장 먼저 승인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세레스의 SER-109는 장내 미생물로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디피실 감염증(CDI)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이다. 우리 몸에는 좋은 세균인 유익균과 나쁜 세균인 유해균이 균형을 이루며 대사에 관여한다.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디피실 감염증은 항생제 등으로 유익균이 죽고,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디피실이라는 유해균은 늘어날 때 발생하는 질환이다. 증상으로는 설사와 발열, 메스꺼움 등이 나타난다.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디피실 감염증은 자주 재발하기 때문에 난치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디피실 감염증으로 사망한 환자는 미국에서만 1만2800명, 입원한 환자는 22만3900명으로 집계됐다.
세레스는 지난 2020년 진행한 임상 3상에서 SER-109로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디피실 감염증의 재발률을 가짜약(위약)보다 30%가량 줄였다. 이후 FDA가 요구한 안전성 데이터를 발표하며 첫 번째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를 출시할 것이란 기대를 키웠다. 페링의 레비요타가 언제 FDA의 승인을 받을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레비요타도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디피실 감염증 치료제다.
세레스가 내년 FDA 승인을 받으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기업에도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최근에서야 치료제로 개발되기 시작해, ‘약이 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고바이오랩이 장내 미생물을 이용해 건선 치료제를, 지놈앤컴퍼니가 담도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FDA가 세레스의 SER-109을 우선심사 대상으로 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 두 기업의 주가는 전일 대비 각각 2.29%, 0.89% 올랐다.
다만 해외 신약 개발 기업이 FDA 승인을 눈앞에 둔 것과 달리 국내 기업은 아직 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국내 기업이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 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기회를 찾는 바이오 기업이 많은 만큼 국내 투자와 고용에만 국한하지 않는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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