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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막힌 건설시장…尹 정부 270만 가구 공급에 ‘먹구름’ [돈맥경화 부동산②]

고금리·미분양·자금경색 등 부동산 시장 침체
민간 건설사 정책 참여 기피, 정부 정책 난항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5년간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도 우려의 시선이 제기된다. 고금리에 원자재값 상승, 미분양 등에 이어 단기 자금시장 경색 우려까지 커지면서 건설업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부동산 경기침체 분위기에 자금줄까지 옥죄어지자 정부 공급 계획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민간 건설업계의 공급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전국에 공급될 계획 물량은 인허가 기준으로 총 270만 가구다. 연평균 물량으로 환산하면 54만 가구다. 지역별로 서울 50만 가구를 비롯한 수도권에 총 158만 가구, 지방 광역·특별자치시에 112만 가구가 공급된다. 이 중 3기 신도시 등 공동택지 물량은 88만 가구다. 
 
나머지 182만 가구는 사실상 민간의 몫이다.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 도심복합사업 등 52만 가구와 도시개발, 지구단위계획구역, 기타 일반주택 사업 등의 130만가구는 민간 자체 추진 사업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잇단 금리 인상, 원자재 값 상승 등으로 착공이 줄고, 분양시장마저 침체되자 민간 기업들이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해 개발사업에 쉽게 뛰어들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착공 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줄어든 점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주택착공 규모는 전국 기준 26만1193가구로 전년 대비 24.9% 감소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13만1123가구로 전년 대비 23.8% 감소했고, 지방은 13만70가구로 26.0% 줄었다. 아파트 착공 실적은 19만9279가구로 23.0% 줄었고, 아파트 외 주택(6만1914가구)은 30.5% 감소했다.
 
분양시장 침체와 미분양 증가도 사업성 악화에 대한 기업의 우려를 자극하는 한 요인이다. 국토부가 집계한 올해 9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4만1604가구다. 이는 8월 말 3만2722가구 대비 27.1%(8882가구) 증가한 수준이다. 수도권은 전월 대비 55.9%가 증가했다.
 
최근 레고랜드발(發) 채권시장 자금경색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것도 정부의 270만 가구 주택 정책 향방을 어둡게 했다. 강원도가 지급 보증했던 레고랜드 사업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어음(ABCP)이 약속과 달리 부도 처리되면서 이로 인해 회사채 시장과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한 불안감이 폭발했다. 정부 기관의 신용보증조차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자 지역 건설사들의 PF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상황에 처하게 됐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고금리·미분양·자금경색, 270만 가구 공급 어려울 수도

이로 인해 정부가 공언한 270만 가구의 주택을 대형 건설사가 전부 짓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인데, 지방 중소형 건설사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이러한 우려가 팽배해 졌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202위(충남지역 6위) 건설업체인 우석건설이 지난달 말 납부기한이 도래한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처리 되기도 했다. 우석건설은 지난해 매출액이 1200억원 규모로 최근 주택 사업을 중심으로 급성장했지만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재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대형건설사가 시공하는 사업장이라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의 우량 사업장으로 꼽히는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의 PF 차환은 실패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특히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가운데 한 곳인 시공능력평가 8위(2022년 기준) 롯데건설은 그룹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수혈받는 등 불안감을 키우기도 했다. 
 
지방 대형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에서 과열 경쟁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총 사업비 2조원, 공사비만 1조원 규모로 큰 관심을 모았던 울산시 B04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 입찰이 유찰되기도 했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1·2위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 보증금 납부 마감일인 지난 1일 보증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이에 레고랜드 사태로 PF대출이 어려운데다 고금리, 미분양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입찰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임병철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PF부실 우려 때문에 건설사들도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 오래간다고 하면 270만 가구 공급이 계획대로 진행되기는 힘들 것 같다”며 “분양이 좀 활성화돼서 민간 건설 쪽에도 일정 부분 수익이 발생해야하는데,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을 통해서 공급해야 하는 부분도 미분양 우려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 상반기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는지 봐야 한다”며 “시장이 조금 더 활성화될 수도 있을 거고 분양 시장도 과거처럼 활성화되면 공급도 늘어날 수 있는 여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가 목표 달성이 어렵더라도 지속적으로 공급 유지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기가 안정되고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때를 대비해 정부가 이에 준하는 공급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구·부산·인천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주택 수급불균형 문제가 여전한 만큼 공급 과잉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산출한 올해 지역별 매매수급지수(기준 100.0)에 따르면 부산(143.3)과 대구(129.1), 인천(109.1)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지만, 서울(70.5)과 경기(89.8), 대전(87.6), 울산(60.0), 기타지방(86.2) 등은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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