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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떨어질라" 집값 하락은 대세…서울도 '로또 청약'은 옛말

서울 집값 하락하며 분양가와 간격 좁아져
청약 당첨돼도 로또 같은 집값 상승 어려워

 
 
서울 강북구의 한 재개발 단지 앞에 청약 1순위 마감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잇단 금리 인상과 거래절벽이 이어지며 서울 부동산 시장이 침체 분위기에 접어들자 ‘로또 청약’도 옛말이 되고 있다. 부동산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며 인근 아파트 값은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공사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분양가는 오르면서 시세차익 기대가 사라지고 있어서다.  
 
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1458만원으로 지난해 연말까지의 평균 분양가인 1320만원보다 10.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역대 처음이다. 올 연말까지 전국에서 밀어내기 분양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국 평균 분양가는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아파트 분양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본형 건축비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올해에만 세 차례 인상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기본형 건축비를 지난 3월 2.64%, 7월 1.53% 인상한 후 9월에 2.53% 추가로 올렸다. 분양가 상한제가 손질되면서 가산비 증액이 예전보다 쉬워진 것도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분양가는 치솟는데 고분양가를 받쳐 줄 수요가 따라 줄지는 의문이다. 집값 하락 시그널에 청약시장은 이미 얼어붙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 민간분양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9대 1로, 2021년 경쟁률(19대 1)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같은 기간 당첨자 가점 평균도 23점으로, 작년(34점)과 비교해 11점이나 하락했다.
 
이에 미분양 단지도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서울의 미분양 주택은 13개 단지, 719가구로 집계됐다. 한 달 전 610가구인 것과 비교하면 17.9% 증가한 수준이다. 이 중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같은 기준 187가구로 조사됐다.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 역시 대규모 미달사태가 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0월 25일 경기도 의왕시 ‘인덕원자이SK뷰’ 508가구 무순위 청약에는 단 6명만 청약해 502가구가 잔여 물량으로 남았다. 지난 9월 청약을 진행한 이 단지는 총 899가구 규모로 평균 5.6 대 1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하지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 호재에도 불구하고 절반이 넘는 508가구가 미계약 물량으로 남았다. 이후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지만 인기를 끌지 못했다.
 
무순위 청약마저 실패한 것은 분양가는 높은데 인근 시세는 높지 않아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의왕시 내손동 ‘인덕원센트럴자이’ 전용 84㎡는 최근 9억원에 실거래됐다. 인덕원자이SK뷰 전용 74㎡ 분양가가 8억2500만~8억8400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시세 차익 가능성이 낮은 것이다.  
 
실제 높은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무순위청약에 대거 청약자가 몰렸지만 가격이 떨어지면서 난감해진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고덕주공7단지 재건축)’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8일 9억5000만원(9층)에 거래됐다. 최고가인 지난해 2월 14억1000만원(6층)에 비하면 4억6000만원 낮은 가격으로, 약 32.6%나 떨어졌다.  
 
이 아파트는 올 초 전용 84㎡ 2가구 취소분에 대한 무순위청약에서 무려 16만8644명이 몰려 8만43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7억원대에 분양했는데, 무순위청약 당시 거래 시세가 16억~18억원 수준이라 ‘10억원 로또청약’으로 화제가 됐었다.
 
로또청약 기대감이 수그러들면서 이달 청약을 앞둔 분양가 상한제(분상제) 적용지역도 우려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 4구역에 2840가구 규모 ‘장위자이레디언트’가 이달에 분양한다. 이 단지의 일반 분양가는 3.3㎡(1평)당 2834만원이다. 이 분양가대로 환산해 보면 전용 84㎡은 9억원대로 예상된다. 문제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았음에도 지난해 입주한 신축 단지 시세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 침체기에 인근 시세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같은 장위동에 있는 래미안포레카운티(2021년 입주·939가구) 전용 84㎡는 지난달 4일 9억2000만원(15층)에 손바뀜했다. 지난 5월 거래된 11억5000만원(4층)보다 2억3000만원 하락한 수준이다. 인근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추후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는 분상제 적용 단지의 가격 매력이 사라진 셈이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단지 분양가 수준이 높아져서라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아파트 시장이 너무 위축된 것이 청약 성적이 좋지 않은 요인으로 보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아파트시장이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청약에 나섰던 것”이라며 “단지 분양가가 올라서라기보다는 최근 전체적인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요인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입지 좋은 곳은 여전히 인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대출규제 등이 완화돼도 매수세가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오르는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 지가 문제다”고 덧붙였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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