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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파’ 기조 유지한 연준…종목별 대응 집중할 때 [이종우 증시 맥짚기]

금리인상 당분간 지속…악재 선반영한 국내 증시는 ‘선방’
저평가 중소형주 상승 여력 높아…펀더멘털 점검 필수

 
 
제롬 파월 연준 의장 [AFP=연합뉴스]
기대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몸집이 커진다. 기대가 또 다른 기대를 낳기 때문이다. 마지막에는 누구도 그 기대를 채울 수 없는 정도가 되고, 결과가 나온 후에 실망하게 된다. 기대가 너무 커서 이를 채우는 게 애당초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많은 주식시장의 이벤트가 이런 형태로 진행된다.  
 
11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비슷했다. 회의가 열리기 전에 이번에 연준이 정책 방향을 바꿀 거란 기대가 시장에 나돌았다. 마지막에는 11월 회의에서 통 큰 발표가 있을 거란 기대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기대가 현실이 되지 못했고, 미국 시장이 하락했다.
 
아직은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 반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여전히 8%대에 머물고 있다. 나온 수치를 보면서 정책을 펴야 하는 연준 입장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 데에도 연준이 뭔가를 해줄 거라고 기대했으니 사람들이 실망하는 게 당연하다.  
 
올해는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에게도 힘든 시간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국채 2년물, 10년물 금리가 10개월 동안 3.7%, 2.6%, 3.0% 상승했다. 이전에 금리 상승으로 채권대학살이 이루어졌다고 얘기됐던 1994년에 해당 수치가 3.5%, 2.0%, 2.5% 올랐으니까 올해 금리 상승은 채권 학살기 때보다 더 심하다. 12월 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감안하면 차이가 더 벌어진다.  
 

미국 기준금리 연내 4.5%, 내년 5%까지 인상 전망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금리가 오르는 이유는 인플레 때문이다. 연초에 연준이 ‘일시적’ 인플레라는 의견을 철회하면서 빠른 금리 상승이 시작됐다. 긴축 강도를 높여갔지만 물가 상승 요인이 너무 강해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더해졌다. 최근에는 경제활동 정상화로 인한 임금 상승과 서비스와 주거비 상승이 인플레에 힘을 보탰다. 인플레에 끌려서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연준이 성장이 일부 훼손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올해 말에 기준금리를 4.5%까지 인상하고, 내년에 5%를 넘길 기세다.  
 
긴축 강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부작용이 커진다. 실물 경제가 둔화되는 건 물론 과도한 긴축으로 인한 금융불안이 발생해 경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거절하면서 발생한 우리나라 채권시장 경색이나 영국 연기금의 마진 콜, 스위스 2대 금융기관인 크레딧스위스의 CDS(신용부도스와프) 급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불안하긴 하지만 금융위기 때처럼 전세계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이는 상황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빠른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실 발생 가능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 이후 마련한 여러 관리 체계가 이를 막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연준의 매파적 기류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우리 주식시장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시장이 하락하는 동안 코스피는 상승을 이어가 미국시장 움직임에 일희일비하던 9월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부분이다. 시장이 하락 요인을 잔뜩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지지 않으면 주가가 반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반응이 나온 건 가격이 너무 낮아 사람들이 악재에 반응하지 않는 상태가 됐거나, 악재의 상당 부분이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재료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자의 가능성이 더 높다. 코스피가 이미 작년 고점 대비 35% 하락했다. 과거 우리 사례를 보면 위기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가 30% 이상 내려온 경우가 거의 없었다. 지금 그런 일이 벌어진 건데, 주가가 낮기 때문에 추가 하락 폭이 제한적이다.
 
앞으로 과제는 주식시장이 어떤 형태로 반전의 계기를 만드느냐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주식시장이 바닥에 도달한 후 저점을 다지는 과정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었다. 오래 계속될 경우 이 과정이 1년 넘게 계속되기도 했는데, 주가 하락이 크고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면 저점을 다지는 과정도 길었다. 이번에도 주가가 바닥에 도달한 후 상승으로 바뀔 때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종목별 순환 상승 가능성 높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가 상승은 7월에 진행됐던 상승과 내용이 다르다. 7월에는 대부분 종목이 한꺼번에 올랐다. 종목간 등락에 시차가 있어도 그 간격이 며칠에 불과했다. 이번은 종목별 상승이 차례차례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한달 가까이 오르는 동안 다른 종목들이 힘을 쓰지 못하다가, 삼성전자 상승이 주춤해진 후에 다른 종목들이 오르는 형태다. LG전자, 포스크 등이 삼성전자의 뒤를 잇고 있는데, 주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10월에 거의 반등을 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상승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대형주와 중소형주, 코스피와 코스닥 사이에 차이가 커졌다. 대형주가 바닥에서 11% 상승하는 동안 중형주와 소형주는 7% 오르는데 그쳤다. 코스피가 10% 상승하는 동안 코스닥이 6% 오르는데 그친 것도 비슷한 형태다. 이런 모습은 미국시장에서도 나타났다. 10월에 다우지수가 46년 만에 최대 상승을 기록하는 동안 나스닥은 전저점 부근을 벗어나지 못했다.  
 
주가가 7월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건, 7월 상승은 주가가 크게 떨어진 데 따른 단순 반등이었던 반면 이번은 주가가 바닥을 확인한 데 따른 반응이기 때문이다. 반등은 짧게 진행되기 때문에 많은 종목이 한꺼번에 오를 수밖에 없지만, 바닥 확인은 긴 시간에 걸쳐 진행되므로 상승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지금까지는 대형주가 상승의 중심이었다. 이 상승이 끝나면 매수가 중소형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마찬가지로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더 크게 오르는 상황이 올 것이다. 시장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종목을 꾸준히 찾아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주가지수가 크게 상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일정 폭 내에서 크게 오르지도 그렇다고 떨어지지도 않는 상황이 벌어질 걸로 보인다. 악재의 영향력이 약해졌어도 이들이 존재하는 한 상승이 방해받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주가가 바닥을 확인했기 때문에 크게 떨어지지도 않는다. 주가는 투자자들이 불안해할 때 크게 떨어지는데, 바닥에 대한 기대가 만들어지면 불안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가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않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종목별 대응이 중요하다. 하나의 주도주가 만들어지기보다 이 종목 저 종목으로 매수가 옮겨 다니는 순환매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종목을 선택할 때 주가가 고점에서 얼마만큼 떨어졌는지, 그리고 바닥에서 얼마나 올랐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기업 내용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는 종목이어야 하는 건 필수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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