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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바이낸스, 3위 FTX 안는다…‘대폭락’하는 코인들, 왜?

유동성 위기 불거진 FTX, 바이낸스와 LOI 체결
BTC·ETH 10%대 폭락…DOGE·SOL은 20% 넘어
자회사 알라메다, 대차대조표 부실 드러나
암호화폐 업계 “제2의 셀시어스 우려된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왼쪽)와 샘 뱅크먼프리드 FTX CEO. [로이터, AFP=연합뉴스]
글로벌 3위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인 FTX가 유동성 부족에 결국 1위 거래소 바이낸스의 품에 안길 전망이다. 이에 암호화폐 시장은 요동치며 주요 코인들은 10% 넘게 폭락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FTX가 파산까지 이어져 제2의 셀시어스 사태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8일(현지시간) 창펑 자오(CZ)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오늘 FTX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우리(바이낸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FTX.com을 전량 인수하고, 유동성 위기 해결을 돕기 위해 구속력이 없는 인수의향서(LOI)를 (FTX와) 체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며칠에 걸쳐 듀 딜리전스(Due Dilligence, 정밀 현장실사)를 수행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샘 뱅크먼프리드(SBF) FTX CEO 역시 트윗을 통해 인수 추진에 대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FTX.com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투자자는 동일하다”며 “바이낸스와 FTX.com에 대한 전략적 거래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에서 두 거래소 간 충돌이 있다는 소문을 안다”며 “그러나 바이낸스는 탈중앙화된 글로벌 경제에 전념하고 있고, FTX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 이번 거래는 FTX의 미국 사업 부문은 제외되며, LOI이기 때문에 바이낸스가 인수를 철회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 FTX 인수 발표는 전날 샘 뱅크먼프리드가 “FTX는 모든 사용자의 자산을 커버할 수 있다”며 자금 부족설을 일축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나온 것이다. 이 트윗에서 그는 “FTX는 고객 자산을 이용해 국채에도 투자하지 않으며, 여태까지 모든 출금 요청을 처리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FTX의 유동성 위기는 사실로 확인됐고, 현재 해당 트윗은 삭제된 상태다.
 
9일 11시 23분 상위 8개 코인(토큰 제외) 시세 현황. [사진 코인마켓캡]
글로벌 대형 거래소의 위기에 주요 암호화폐들의 가격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9일 오전 11시 20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10.90% 내린 1만840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은 15.8%나 하락한 1325달러에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리플은 15.19%, 에이다는 9.5% 하락했다. 도지코인과 솔라나는 각각 22.18%, 20.98% 급락해 시가총액 순위가 한 계단씩 내려앉은 상황이다.
 
FTX의 유동성 위기설은 지난 2일 코인데스크의 보도로 시작됐다. 코인데스크는 FTX의 투자펀드 자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올해 2분기 재무보고서를 입수해 대차대조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알라메다의 자산 146억 달러 중 36억6000만 달러가 FTX의 거래소 토큰인 FTT 토큰이었다. 여기에 FTT 담보자산(21억6000만 달러)과 락업이 해제되지 않은 물량(2억9200만 달러)도 있어, 도합 58억 달러가 넘는 FTT 토큰이 알라메다의 자산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선 이처럼 펀드사의 자산이 하나의 자산으로 편중될 수 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알라메다가 마치 지난 7월 파산한 셀시어스와 같은 식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셀시어스는 암호화폐를 담보로 잡고 암호화폐를 대출해주는 식의 일종의 ‘폰지사기’로 몸집을 키웠다.
 
FTX 토큰(FTT) 일주일 시세 추이. [사진 코인마켓캡]
디지털자산운용사 아르카의 제프 도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알라메다 헤지펀드는 수많은 FTT를 통해 FTX와 연결돼 있으며 FTT의 가격이 하락하면 알라메다는 ‘마진콜’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며 “알라메다에 자금을 대출해 준 모두가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FTX와 알라메다의 상황은 창펑 자오가 보유 중인 FTT코인을 전량 매각할 것이라 밝히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그는 지난 7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루나 사태에서 배운 건 리스크 관리”라며 “이 교훈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FTT를 사전적으로 매도한다”고 말했다. 바이낸스는 초기 FTX 투자자로 이에 따라 상당량의 FTT를 보유하고 있다.
 
이후 투자자들도 FTX에 보관하던 암호화폐 자산을 다른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에 따르면 FTX가 보유한 스테이블코인 총량은 2주 전보다 93% 감소하며 연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난센 FTX 출금량 분석 자료. [사진 코인데스크]
또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 난센에 따르면 FTX에서 출금량 기준 상위 10개 주소가 지난 7일간 약 18억7000만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출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코인데스크는 “해당 10개 주소에는 넥소, 서클, 점프 트레이딩 등 업계 유명 기관들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일련의 유동성 위기 사태를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9일 아서 헤이즈 비트멕스 공동 창업자는 “FTX는 암호화폐 업계의 리먼브라더스”라며 “아직 시장은 바닥을 찍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S&P500 지수가 2009년 3월에야 바닥을 찍었던 점을 감안하면, 1만7500달러(9일 최저가) 부근의 BTC 가격은 여전히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제레미 알레어 서클 CEO도 “암호화폐 업계에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동일한 버전의 ‘FTX 사태’가 발생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약세장은 업계 내 많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우리가 심사숙고할 기회를 줬다”며 “투명성 부족, 불명확한 거래 상대자, 투기성 토큰 기반 부실 경영, 재무 불건전성 등이 이런 사태를 촉발한 근본적인 원인이다”고 설명했다.
 
FTX, 모든 암호화폐 출금 중단 공지. [FTX 텔레그램 캡처]
한편, 이날 오전 5시 33분께 FTX는 모든 암호화폐 출금을 중단했다. FTX 직원은 공식 텔레그램 그룹 채팅방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채팅방에 있는 많은 FTX 고객들은 출금을 위해 수 시간째 기다리고 있다고 항의 중이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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