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거취 결정은?... ‘관치 논란’은 확대
손 회장, 즉각적 소송 제기 없이 ‘심사숙고’
우군 우리사주조합, 예보 대신 최대주주로 올라
당국發 발언에 금융업계 관치 논란 갈수록 확대
라임펀드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거취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손 회장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징계 처분에 대응할 것으로도 예상됐지만, 오히려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과 다른 손 회장 행보, 소송 고심
손 회장은 2020년 3월 5일에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문책경고를 받은 바 있다. 당시엔 징계가 나온 지 4일 만에 서울행정법원에 관련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소송을 냈다. 이후 같은 해 3월 2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손 회장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고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손 회장은 이후 주주총회에서 회장에 선임됐고, 당국과의 소송에서 1, 2심 모두 무죄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과거 사례를 통해 손 회장이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는 징계 결정이 난 지 약 13일이 지나서도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고 있다.
다만 행정소송이 ‘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로 정해져 있는 만큼 내년까지 손 회장이 충분히 숙고 후 사안을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노성태 우리금융 이사회 의장도 지난 1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만나는 자리에 참석해 기자들에게 손 회장 소송 여부와 관련해 “심사숙고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금융 정기 이사회가 이달 24~25일 열리는 만큼 손 회장이 이사들과 만나 관련 내용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사외이사 7인이 내년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차기 회장 후보를 결정하는 만큼, 이번 당국의 징계가 이사들에게도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이사회 안건에는 당국의 징계와 관련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대 주주에 예보를 대신해 우리사주조합 등장
손 회장에 우호적이었던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는 지난해 말 민영화로 최대주주에서 빠졌고, 현재 최대주주는 지분 9.48%를 가지고 있는 우리사주조합이다. 국민연금은 7.86% 지분을 가진 2대 주주다.
2020년에는 국민연금이 손 회장의 연임에 반대했지만, 당시 과점주주와 최대주주인 예보, 우리사주가 손 회장 선임에 찬성했다. 정치권에서는 국정감사를 통해 예보의 이 같은 결정에 비판했고, 당시 위성백 예보 사장은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을 약속했다”며 “주주들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답했다.
현재는 예보가 우리금융의 주요 주주에서 빠지면서 우리사주조합이 손 회장의 우군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국민연금이 당시 다른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도 반대 의견을 내놓은 만큼 이번에도 형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놓고 다른 주주들은 모두 손 회장의 연임을 찬성할 가능성도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 발언·행보에 ‘관치’ 논란 거세
특히 노조 측에서 ‘낙하산’과 관련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 금감원장은 지난 10일 금융위의 징계가 나온 후 손 회장에 대해 “보다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후에도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만나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경영진을 선임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원장의 이런 행보가 민간 금융사의 최고경영자 선임에 개입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18일 “이 금감원장의 행보와 말은 그것이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날리고 외압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하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 노조도 지난 8일 “우리금융을 관피아의 보금자리로 전락시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는 22일 성명서를 내놓고 “금감원장이 주요 금융지주 회장 선임권을 쥔 이사회 의장들을 불러 모아 차기 회장 선임에 들어간 금융지주를 압박하고 있다”며 “우리금융 회장에 ‘현명한 판단’을 언급해 사실상 소송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임추위가 내년 2월 초에나 열리기 때문에 손 회장이 급하게 결정하진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적으로 이사들과 만나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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