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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정점 기대감…거시지표보다 ‘기업’에 주목할 때 [이종우 증시 맥짚기]

내년 경제성장률 1%대지만 증시 영향은 미미할 듯
과거 박스권 장세에도 ‘주도주’는 3배 이상 급등

 
 
[게티이미지]
7월 주가 상승과 10월 상승은 모양이 좀 다르다. 7월에는 코스피가 2300선에서 2550선까지 한번에 올랐다가 다시 한꺼번에 떨어졌다. 약간의 재반등도 없이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지금은 2480에서 밀렸던 주가가 2400선 밑으로 내려가지 않고 다시 반등하고 있다. 7월처럼 쉽게 밀리지 않는 건데, 당분간 주가가 고점에서 옆으로 밀리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가격 변수가 제자리를 찾은 게 주가의 모양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 1500원을 바라보던 원/달러환율이 1300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4.5%를 넘었던 국내외 금리도 3.7%까지 내려왔다. 그 영향으로 코스피가 한때 2500에 바짝 다가설 수 있었다.  
 
가격변수 안정은 정책과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7%대로 내려옴에 따라 인플레가 정점을 지났다는 판단이 힘을 얻었다. 기대했던 것처럼 물가가 고점을 지난 후 빠르게 하락하지 못해서 그렇지 방향이 바뀌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경제변수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형태가 처음에는 방향성이 중요시되다 이후에 수준이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주가 움직임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다. 물가의 방향이 바뀌면서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0.5%p에서 0.25%p로 금리 인상 속도를 낮췄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도 0.5%p로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출 걸로 전망된다.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는 건데, 이런 상황이 되면 금리가 더 이상 주가를 움직이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  
 
주가는 경제변수와 가격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9월에는 모든 상황이 좋지 않았다. 지금도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고 있지만 그래도 가격변수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달라진 상황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1%대 성장은 문제되지 않아

한국은행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1.7%로 예측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많은 예측기관들이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이 0%대에 머물 거란 전망도 내놓았다. 이 수치를 보고 언론에서는 내년에 세계경제가 어려운 시간을 보낼 거라 보도했다.  
 
한국은행의 전망대로라면 내년에 우리 주식시장은 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9월에 주가가 한창 떨어질 때 시장은 두 가지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내년 국내외 경제 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과거 미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질 때 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상황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였다.  
 
또 하나는 신용위기다. 금리 인상으로 자산 버블이 터진 상태에서 경제가 나빠지면 부실 자산이 늘고,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과거 미국 주가를 살펴보면 경기 둔화만으로는 연속 2년간 주가가 떨어진 경우가 많지 않다. 1970년대 석유파동 정도인데 너무 오래 전 얘기라 현재에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반면 경기 침체와 신용위기가 맞물릴 경우 주가는 몇 년간 계속 하락하기도 했다. 2000년 이후 3년동안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IT버블 붕괴와 엔론사태로 인한 자본시장 경색 국면이 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주가가 3년간 하락했다.  
 
10월 초에 기록한 코스피 2150은 경기가 침체되고, 신용위기도 발생한다는 가정하에서 만들어진 수치다. 한국은행의 전망처럼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이 1.7%를 기록한다면 시장이 우려했던 것보다 양호한 수치여서 주가를 추가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  
 
기업실적도 비슷하다. 3분기 이익이 크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별로 내려가지 않았다. 실적이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기 보다 이익이 좋지 않은 종목의 주가를 다른 종목보다 더 끌어내리는데 그쳤다. 코스피가 하락하는 와중에 이익 감소의 상당 부분이 주가에 먼저 반영됐기 때문이다.  
 

거시지표의 시대가 끝나고 기업의 시대가 시작돼

시장이 관심을 가지고 보는 변수는 항상 변한다. 거시변수의 영향이 큰 기간이 있는가 하면, 거시변수보다 기업 내용이 중시되는 때가 있다.  
 
올해는 거시변수의 영향이 최대로 나타난 한 해였다. 시장의 관심이 온통 물가로 맞춰져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될 때 마다 주가가 요동을 쳤다. 거시변수의 영향력이 워낙 커서인지 기업관련 사안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익이 늘어도 주가가 하루 이틀 오르는데 그쳤다. 내년에는 거시 변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것이다. 국내외 물가가 정점을 지났기 때문인데, 대신 기업관련 사안의 영향력이 두드러질 것이다.  
 
2012년 이후 5년간 코스피가 1850~2150선 사이에 묶여 있었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도 그렇다고 크게 상승하지도 않는 상태였는데 내년 주식시장이 그런 모양이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상황에서 주식시장은 다양한 활로를 만들어 냈다.  
 
먼저 2011년에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비롯한 컨텐츠 관련 기업의 주가가 상승했다. 당시 우리나라 스마트폰 가입자가 처음 2,000만 명을 넘었다. 휴대폰의 40% 정도가 스마트폰으로 바뀌었고, 그 영향으로 휴대폰 판매 경쟁이 얼마나 좋은 모양에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느냐 보다 얼마나 인기 콘텐츠를 많이 가지고 있느냐에 의해 결정됐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경쟁의 형태가 바뀐 건데, 엔터테인먼트 주식이 소프트웨어의 하나로 인식되면서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2014년에는 화장품 주식이 이목을 끌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시가총액이 14조를 넘었고, 지주회사까지 포함하면 24조가 됐다. 당시 국내 백화점 3사의 시가총액 합계가 15조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아모레퍼시픽 하나를 가지고 우리나라 주요 유통회사 전부를 살 수 있었다.  
화장품 회사의 주가 상승은 중국 때문이었다. 2010년대들면서 대중국 무역에서 자본재 수출이 줄어든 대신 소비재 수출이 늘었다.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소비의 비중이 커지고, 자본재 생산 능력이 향상된 때문이다. 그 중 한국산 화장품의 인기가 특히 좋았다.  
 
2016년에는 바이오가 시장을 주도했다. 셀트리온 3사의 시가총액 합계가 40조를 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한미약품을 제외한 40개 제약사의 시가총액 합계의 2배이고, 현대차 보다 컸다. 바이오 시밀러라는 새로운 개념과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가 맞물린 결과였다.  
 
과거 사례를 보면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혔을 때에도 특정 종목군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경우 해당 주식의 주가가 3~4배 정도 올랐다. 상승 기간도 1~2년을 넘을 정도여서 원하면 언제든지 주식을 사고 팔 수 있었다. 길면 내년 말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거시지표가 시장을 지배하는 시간이 끝난 것이다. 그리고 기업내용이 시장을 지배하는 시간이 시작됐다. 바뀐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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