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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대행에 대여풀 서비스까지…증권업계 “서학개미 잡아라”

‘업계 최초’ 앞세워 특화 서비스 잇따라 출시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도 경쟁 치열해질 듯
브로커리지 중심은 내년에도 여전히 ‘국내주식’

 
 
[게티이미지뱅크]
증권업계가 미국 공모주 청약 대행에 이어 해외주식 대여풀 서비스까지 내놓는 등 ‘서학개미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주식의 거래대금 감소로 수수료 이익이 급감하자 해외주식 서비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 28일 업계 최초로 ‘해외주식 리테일 대여풀 서비스’를 내놨다. 기존엔 국내 주식만 빌려줄 수 있었지만, 최근 해외주식 거래고객이 늘어나면서 서비스를 확대하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리테일 대여풀 서비스는 개인 또는 법인고객이 보유한 주식을 기관투자자 등 제3자에게 빌려주고 주식 대여에 대한 수익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주식 대여기간 중에도 자유롭게 매매가 가능하고 증자와 배당 등 권리도 유지된다.
 
또 유안타증권은 앞서 지난 8월 업계 최초로 국내 투자자가 미국 공모주 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미국 공모주 청약대행 서비스’를 선보였다. 투자자들의 청약 신청 건을 현지 IPO 중개회사를 통해 미국 IPO 공모주 청약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청약 관련 업무를 대행한다.  
 
미국의 공모시장은 국내의 13배에 달하지만 그간 국내 투자자들의 접근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유안타증권에 이어 최근 NH투자증권까지 잇따라 청약 대행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현지와 동일수준의 공모주 청약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은 올해 2월 미국주식 낮 거래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한국시간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어 현지의 각종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미국주식 주간거래 누적 거래금액은 10개월 만에 3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증권은 이번 서비스를 위해 미국 대체거래소(ATS)인 블루오션과 1년 독점 제휴를 체결했다. 블루오션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으로부터 주식 야간거래 지원을 승인받은 유일한 대체거래소다.  
 
미국주식 주간거래는 삼성증권의 독점 제휴로 국내 증권사들의 서비스 출시가 어려웠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이 지난달 현지법인을 통해 블루오션과 계약하며 서비스 경쟁에 불을 지핀 상태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증권보다 이른 오전 9시부터 미국주식 거래를 지원하며, 독점 제휴가 끝나는 내년부터는 다른 증권사들도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미국주식 토탈뷰 서비스’를 출시했다. 미국주식 거래고객에게 개별주식의 호가와 잔량 정보를 확대 제공하는 게 이 서비스의 핵심이다. 이어 키움증권도 ‘나스닥 토탈뷰 서비스’를 도입해 위아래로 20호가가 보이는 폭넓은 호가 시스템을 선보였다. 특히 키움증권은 지난 8월 업계 최초로 별도의 신청절차 없이 모닝스타 미국주식 국문번역 보고서를 무료로 제공 중이다.
 
이 밖에 NH투자증권이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선보인 ‘해외주식 권리정보 조회 서비스’도 투자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액면분할과 배당정보를 비롯해 거래정지, 상장폐지, 파산 등 중요한 권리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국내주식 대비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 ‘선방’

이처럼 증권업계가 ‘업계 최초’를 앞세워 해외주식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는 이유는 국내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국내증시의 투심이 차갑게 얼어붙자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거둔 해외주식 위탁매매에 힘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3분기 국내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익은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지만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주식에 눈을 돌린 결과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3분기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4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4%나 급증했다. 미래에셋증권의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고, 브로커리지 부문의 해외주식 수수료 비중(36.5%)도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리테일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도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326억원(3분기 기준)의 해외주식 수수료를 거둬들였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도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난 211억원의 해외주식 수수료를 벌었다.  
 
다만 내년에도 해외주식 거래량이 국내주식보다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증권가가 예상한 내년 예상 일평균 거래대금(연말 기준)은 국내 16조8000억원, 해외 2조3000억원 수준이다. 해외주식 거래가 많아지더라도 국내 증시가 살아나지 않으면 전체 브로커리지 수익도 개선되기 어려운 셈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주식시장이 상반기 바닥을 다지고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돼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손익이 올해 대비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증권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해외주식에 대한 마케팅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국내주식 대비 거래규모가 작아 사실상 국내 시황이 브로커리지 손익을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경보 기자 pkb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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