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금엉금’ 한국 경제 보폭, 새해에는 성장 속도 붙을까?
[2023 경제 대예측] NO 90%
한국 경제에 혹한기가 도래했다. ‘고(高)물가’와 ‘고(高)금리’는 2022년에 이어 2023년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도 붙잡을 전망이다. 각종 기관은 2023년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대로 내다보고 있다. 2022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인 2%를 웃돌 전망이나, 2023년에는 잠재성장률도 못 미치는 경기 둔화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GDP 성장률 1%대” 경제 성장세 둔화
한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는 2023년에 더욱 뚜렷해진다. KDI는 ‘2022년 하반기 전망’ 자료를 통해 2023년 한국 GDP 성장률을 1.8%로 내다봤다. 특히 KDI는 2023년 상반기 GDP 성장률을 1.4%, 하반기엔 2.1%로 예측하면서 2023년 상반기 경제 상황을 더욱 나쁘게 바라봤다.
민간 연구기관의 2023년 GDP 성장률 전망치도 1%대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3년 GDP 성장률을 1.8%로 전망했고, KIF는 1.7%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되면, 2%에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한 2020년에 -0.7%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뒤 처음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3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2023년 국내 경제는 경제 활동 재개(리오프닝) 효과가 소멸하는 가운데 고물가·고금리 여파, 경제 심리 부진 등으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더해 세계 통화긴축 강화와 해외 수요 위축 등에 따른 한국의 수출 여건 악화도 국내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11월24일 한국은행 또한 2023년 GDP성장률을 기존 전망치 2.1%에서 1.7%로 0.4%포인트 하향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23년 성장률은 수출과 투자가 예상보다 부진하고 소비 회복세도 완만해지면서 지난 전망치 2.1%를 상당폭 하회하는 1.7%로 예상된다“며 ”내년 성장률 하향조정 요인을 구분해 보면, 대부분이 글로벌 경기 둔화폭 확대와 같은 대외요인에 기인하고 있으며 국내 금리상승 등 대내요인도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11월24일 기준 한국 정부의 2023년 GDP 성장률 전망치는 2.5%다. 정부 또한 GDP 성장률 전망을 기존보다 크게 낮출 가능성이 크다.
경제전문가 또한 2023년 한국 경제 성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22년 10월 26일~11월 8일 동안 ‘최근 경제 상황과 주요 현안’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경제전문가 204명 중 79.4%는 2023년 GDP 성장률이 2% 이하일 것으로 내다봤다. ‘2.0% 초과~2.5% 이하’라는 응답은 약 20.6%에 그쳤다. 내년 성장률이 ‘2.5%를 넘어설 것’이라는 응답은 아예 나오지 않았다. 경제전문가 204명의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87%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지속” 새해 물가 상승률 목표치 ‘훌쩍’
2023년 상반기에 공급 측 물가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개인서비스 가격의 인상 등으로 소비자물가는 높은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2023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고금리에 따른 수요 둔화, 공급 압력 완화 등에 힘입어 상승세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유가, 국제 공급망의 지정학적 위험 등과 관련한 대외 불확실성, 기대인플레이션 확산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2023년 물가 경로에는 하방 위험보다 상방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정유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2023년에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 목표치를 상회하는 ‘고물가’와, 성장률이 추세 성장률을 하회하는 ‘성장 부진’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한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러한 성장과 물가 여건 하에서 향후 거시경제정책은 성장의 하방 위험이 주로 높은 대외불확실성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 등을 우선시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대응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계 긴축 지속” 한국도 금리 인상 기조 불가피
미국 연준은 2022년 3~11월 동안 기준금리를 총 3.75%포인트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이 2023년 초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해 기준금리 상단이 2022년 말에는 4.5%, 2023년 말에는 5%까지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 역시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원화 가치가 하락해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확대되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국내 소비자물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순환과정이 2023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최종 금리 수준을 3.25~3.75%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해 긴축 신호탄을 쐈다. 이어 2021년 11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를 인상한 1.00%로 올리며 ‘제로 금리’에서 벗어났다. 2022년 들어서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 인상하는 ‘빅 스텝(Big step)’도 서슴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될 경우 이에 따른 성장률 둔화 효과는 0.1%포인트 가량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021년 8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2.75%포인트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이 과정에서만 성장률 둔화 효과가 약 0.5%포인트 나타난다고 추산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까지 현실화 되면 성장률 둔화는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수출 실적 ‘흐림’, 내수 경제도 ‘먹구름’
2023년 수출은 국가 간 인적 이동이 확대되며 서비스 수출이 회복됨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기 둔화로 상품 수출이 부진한 흐름을 나타낼 전망이다. 수출은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에서 단가 하락 등 부정적 영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공급망 재편과 한국-중국 수출여건 악화 등 구조적 요인도 부담이다. 한국 수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이 국산화율 제고, 가공무역 지양 등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점도 우려된다.
내수 전망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비교적 양호했던 민간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내년에는 빠른 속도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이어지면 소비와 투자가 늘기 어렵다. 고물가 상황에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올라가고,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 구매 여력이 감소하면서 내수가 쪼그라든다.
특히 저금리 시기에 장기간 누적된 가계부채 또한 금리인상기에 금융비용을 증가시켜 민간 소비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KDI는 2022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4.7%를 기록하고, 2023년에는 이보다 낮은 3.1%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적 성장 0%대” 경제 구조 개혁 절실
그 결과 2050년에는 경제성장률이 0.5%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한국의 생산성 증가율이 1%를 유지하는 전제로 산출한 예상치다. 경제 구조 개혁이 활발히 추진돼 생산성 증가율이 1.3%를 유지하는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 경제성장률을 1.0%로 예측했다. 생산성 증가율이 2011~2019년의 낮은 수준인 0.7%에 정체되는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 경제성장률을 0.0%로 전망했다. 가까스로 마이너스 성장을 면하는 것이다.
KDI는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한국 경제 구조 개혁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대외 개방, 규제 합리화 등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높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출산과 육아 부담으로 경제활동 참가가 저조한 여성과 급증하는 고령층이 노동시장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외국 인력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노동 공급 축소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윤주 기자 joos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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