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청약 경쟁률 7.7대 1 기록…지난해 절반 수준에 그쳐
고금리·대출규제·집값하락에 지난해 19대 1에서 절반 이하로
고분양가·경기 악화로 내년 청약 시장 양극화 심화 전망
올해 분양시장은 높은 대출 이자 부담과 분양가 상승, 집값 추가 하락 우려 등으로 청약 경쟁률이 평균 7.7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19.8대 1)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청약 불패를 이어가던 서울에서 초기 분양률 100% 기록이 깨졌고, 공급과잉 및 가격 하락폭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 리스크가 커지는 분위기다.
정부가 11월부터 서울과 과천, 성남 분당·수정, 광명, 하남을 제외한 전국 규제지역을 모두 해제하고 무순위 청약 거주지 요건을 없애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지역 및 단지를 제외하면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7.7대 1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세종(49.6대 1), 부산(37.2대 1), 인천(16.1대 1), 대전(12.3대 1) 순으로 높았고,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지역은 전무했다. 일반분양에 나선 384개 단지 가운데 175곳(45.6%)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경쟁률이 높았던 아파트에서도 당첨 후 계약 포기 사례가 속출했다.
당첨자들의 가점 평균도 크게 낮아졌다. 올 1월부터 12월 14일까지 집계한 전국의 민간분양 아파트의 당첨가점 평균은 지난해 34점에 비해 13점 하락한 21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3개 단지(래미안원베일리, 힐스테이트초월역, 오포자이디오브)에서 만점(84점) 당첨자가 나왔던 것과는 다르게 올해 최고 당첨가점은 79점에 그쳤다.
올해부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3단계를 조기 시행했고,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 등 가격 부담까지 커지면서 청약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도 청약 성적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10월까지 서울에서 9억원 이하로 분양한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42.3대 1로, 9억원 초과(14.9대 1)에 비해 3배 정도 높았다.
올 한해 전국에서 39만6216가구(예정물량 포함)를 공급했다. 분기별로는 ▶1분기 9만9382가구 ▶2분기 7만691가구 ▶3분기 8만3238가구 ▶4분기 14만2905가구를 분양했다. 내년 경기 악화를 우려한 건설사들이 더는 공급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연말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면서 4분기 가장 많은 물량이 풀렸다.
서울은 1만2032가구의 올림픽파크포레온을 비롯해 장위자이레디언트(2840가구), 강동헤리티지자이(1299가구) 등 대단지 분양이 몰리면서 올해 공급물량 2만7964가구 가운데 2만899가구(75%)가 4분기에 공급됐다. 경기, 광주, 경남 등지에서도 연말 분양물량을 쏟아내는 분위기다.
여경희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이 같은 밀어내기 분양은 입지 우위 지역 등 사업성이 좋은 아파트를 위주로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그 외 분양을 앞둔 상당수 사업지에서는 미분양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청약 규제를 완화했지만 고금리, 고분양가로 가격 부담이 커진 만큼 수요자들은 청약 통장 사용에 신중을 기할 전망이다. 내년 분양시장은 가격 수준에 따른 청약 온도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조합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일반 분양가 수준을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가 청약 성패에 주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공공분양 아파트는 입지 여건에 따라 수요자들의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주택공급은 미분양 리스크 확대로 민간 사업이 위축되면서 공공이 주축이 되는 사업이 상대적으로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원활한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지거나 미분양을 막기 위해 유리한 계약조건을 내건 분양단지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여 수석연구원은 “수분양자들은 혜택을 적극 활용하면서 자금력과 입주 후 가치 상승 여부까지 고려한 옥석 가리기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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