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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도 M&A 시동…중소형 신약 개발 기업은 ‘생존 기로’ [2022년 제약사 M&A 훑어보기②]

대기업…M&A로 해외 진출 및 사업 확장
중소형 기업, 생존 위해 M&A로 눈 돌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대형 제약사들은 글로벌 제약사들과 달리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이었다. 기업의 매출이 적은 탓도 있지만 오너 경영 체제인 곳이 대다수였고 M&A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한몫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M&A는 기업의 생존이나 해외 진출을 위한 경영 수단이 됐다.
 
세계 의약품 시장이 바이오의약품을 중심으로 재편됐고 기업들도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 나서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M&A를 속속 추진하고 있다. 2022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한 동안 현금을 쌓은 진단키트 기업들이 해외 M&A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매물을 물색했다. 제약·바이오 산업에 뛰어들기 위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진행 중인 국내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아베오 인수하는 LG화학…미국 항암제 시장 진출 발판

특히 자금력을 손에 쥔 기업들은 2022년 굵직한 거래를 연달아 성사시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미국의 신약 개발 기업을 사들이기 위해 인수 절차를 밟고 있는 LG화학이 대표적이다. LG화학은 생명과학사업본부를 중심으로 항암제와 대사질환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2019년부터 인수할 기업을 물색했고, 2022년 말 항암제 개발 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아베오)를 5억6600만 달러(약 7181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아베오는 나스닥 상장 기업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가 있다. 아베오가 포티브다로 FDA 승인 문턱을 넘어본 만큼 현재 개발 중인 신약들의 허가를 얻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국내 CDMO 기업들도 해외에서 M&A를 추진할 기업을 찾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성장 전략이 절실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M&A를 통해 바이오 시장에서 다시 한번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가 인수할 기업은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차세대 치료제 분야의 CDMO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SK바이오사이언스 고위관계자는 “신약 개발 기업보단 CDMO 기업을 인수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초기 단계지만 관심 있게 보는 기업이 있다”고 했다. 다만 “M&A가 될지, 협력이나 제휴가 될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많은 기업이 M&A 시장에 나오고 있는 만큼 결정 후엔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도 2022년 11월 회사의 코로나19 이후 성장 전략을 발표하며 바이오의약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CGT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CGT 플랫폼 기술이 있는 기업을 인수하거나 글로벌 기업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2022년 7월 미국 기업인 메리디언 바이오사이언스(메리디언)를 사들인다고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번 인수가 2조원 규모의 ‘빅딜’이기 때문이다. 메리디언은 체외진단 기기 업체로 면역진단과 분자진단, 호흡진단 등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이스라엘에 생산 공장과 연구개발(R&D) 기관도 세웠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2023년 메리디언 인수 작업을 마치고 해외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2023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제약·바이오 분야의 투자 행사 ‘JP 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메리디언을 활용한 사업 계획과 기대 효과도 발표한다. 회사는 비슷한 시기 메리디언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중소형 신약 개발 기업, ‘생존’ 위해 M&A로 눈 돌려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크로스보더 딜(cross-border deal)’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대기업들과 달리 국내 중소형 바이오 기업들은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투자 시장이 혹한기를 맞아 ‘돈줄’이 말랐기 때문이다. 여력이 있는 일부 기업들은 고사 직전인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펀드를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실제 바이오·의료 분야의 신규 투자 규모는 2022년 들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2020년 말부터 분기마다 줄곧 3000억~4000억원을 유지했던 신규 투자 규모는 2022년 3분기 202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바이오 분야를 외면하는 투자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신약 개발 기업에 쏟아지는 시선은 더 차갑다.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사업이라는 점이 투자 외면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 벤처캐피탈(VC)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선 바이오 분야에 정보통신기술(ICT)보다 더 많은 투자금이 몰린 적도 있지만, 이젠 투자를 위해 모아두는 자금마저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멀티플이 성장해야 투자가 이어지는데 2021년 유동성이 과도하게 늘며 자금 경색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약 개발은 위험이 크기 때문에 최근 (심사역들이) 건강기술(헬스테크·HealthTech) 기업을 주로 살펴보는 분위기”라며 “제약이나 바이오 등 다른 분야보다 기업 가치가 덜 무너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국내 중소형 신약 개발 기업들은 1조원 미만의 작은 규모 M&A를 통해 사업을 확장할 기회를 찾는 모습이다. 최근 카나리아바이오의 모회사인 카나리아바이오엠은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코스닥 시장에 처음 상장한 헬릭스미스를 35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후보물질을 외부에서 도입해 개발 초기 단계에서 기술이전하는 ‘개발 중심 신약 개발(NRDO)’ 사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회사는 헬릭스미스의 R&D 경험을 활용해 난소암 치료제를 포함한 여러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도 바이오의약품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기 위해 신약 개발 기업 팬젠을 인수하기로 했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임상시험 의약품을 국내에서 생산하기 위해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제조 시설도 함께 구축할 예정이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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