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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넘어가도 보증금 먼저…규제문턱 낮춰 재건축 ‘훈풍’

[2023년 달라지는 부동산 제도 ②]
민간분양 면적에 따라 청약가점제 개편
중개사손해배상 보장한도 2억으로 증액

 
 
서울의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경기 과천에서 계약 취소 등으로 나온 무순위 청약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과천시에 거주해야 한다는 자격 요건에 가로막혀 신청을 포기해야만 했다. 정부는 최근 몇 년 간 청약 시장이 과열되자 이를 막기 위해 규제 지역의 무순위 청약 자격을 ‘해당 시·군 거주 무주택자’로 제한하고 있었다.
 
하지만 2023년 1월부터는 무순위 청약 자격 가운데 거주 요건이 사라져 다른 지역에 살더라도 ‘줍줍’(무작위 추첨 분양물량을 줍고 또 줍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 청년층이나 중장년층 등 연령 계층별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더 커진다.
 

무순위 청약 거주지 요건 폐지, 미혼청년 특공 선봬

국토교통부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2023년부터 무순위 청약 자격 요건이 완화된다. 무순위 청약의 거주지역 요건을 폐지해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무순위 청약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미계약분이 발생하면 반복해서 청약을 진행해야 했던 현장의 불편함을 감안해 본 청약 60일 후 파기했던 예비당첨자 명단도 180일로 연장하고, 예비당첨자 수도 기존 가구수의 40% 이상에서 50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공공분양 청약 시 신혼부부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 기혼자 중심의 특별공급 기회를 미혼 청년에게도 제공한다. 정부가 청년·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분양 50만호 공급계획에서 발표한 공공분양 3가지 모델 가운데 ‘나눔형’(시세 70%이하 분양가+시세차익 70% 보장)과 ‘선택형’(임대 후 분양)에 미혼 청년을 위한 특별공급을 새롭게 신설한다.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 19~39세 미혼자 중 1인 가구 월평균소득 140% 이하, 순자산 2억6000만원 이하인 청년층이 대상이다. 단 부모의 순자산이 상위 10%(약 9억7000만원)에 해당하는 경우 청약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내 전용 85㎡ 이하 중소형 면적에는 추첨제를 2023년 4월부터 신설하기로 했다. 그동안 투기과열지구의 중소형 면적은 가점제 100%로 공급해 부양가족이 적고 무주택기간이 짧은 청년층에게는 당첨 기회가 적었다. 이에 규제지역 내 전용 60㎡ 이하 주택은 ‘가점 40%+추첨 60%’를 적용하고, 60㎡ 초과~85㎡ 이하 주택은 ‘가점 70%+추첨 30%’로 추첨제 비율이 올라간다. 전용 85㎡ 초과하는 대형 면적은 가점 쌓기가 유리한 중장년층을 위해 가점 비율을 높인다. ‘가점 50%+추첨 50%’였던 투기과열지구의 대형 면적은 ‘가점 80%+추첨 20%’로 가점제 비율을 상향한다.
 
조정대상지역의 대형 면적은 ‘가점 30%+추첨 70%’에서 ‘가점 50%+추첨 50%’로 각각 조정한다. 반면 비규제 지역에서는 현행 규정을 유지한다. 전용 85㎡ 이하는 ‘가점 40%+추첨 60%’, 전용 85㎡ 초과는 추첨 100%를 적용한다.
 

세입자, 집주인 동의 없어도 임대인 체납 여부 확인

전세 기피 현상까지 일으킬 정도로 만연한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한 방안도 올해 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일례로 최근 ‘빌라왕’이라고 불리는 40대 김 모씨가 수도권에 빌라·오피스텔 1139가구(실)를 사들여 전세 사기 행각을 벌이다 사망하면서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김 모씨가 보유한 주택 세입자 가운데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614명(54%)이며 440명은 아직 임대기간 만료일이 도래하지 않은 상태다. 나머지 171건은 임대기간이 종료됐지만 아직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정부는 ‘빌라왕’ 피해 사례를 예방하기 위해 2023년 4월부터 전세계약을 맺은 세입자가 집주인 동의 없이도 임대인의 세금 납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임대인의 사전 동의를 얻는 경우에만 부동산 소재지 관할 세무서장(국세)과 지차제장(지방세)에게 열람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임차개시일 전까지 세입자가 계약서를 지참해 세무서장 등에게 열람을 신청하면 임대인의 세금 체납내역을 볼 수 있다. 국세의 경우 부동산 소재지 관할 세무서뿐 아니라 전국 세무서에서 미납 국세를 열람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개선한다.
 
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더라도 체납한 세금보다 보증금을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까지는 전세를 사는 도중 집이 경·공매로 넘어가면 세금을 먼저 변제하고 남는 금액을 배분해 전세금을 돌려줬다. 국세징수법 개정안에 따라 2023년 4월부터는 ‘국세 우선변제 원칙’에 예외를 적용해 세입자의 확정일자 이후 법정기일이 도래하는 세금이 있더라도 세입자의 보증금을 먼저 변제한다. 단, 이러한 예외 조항은 임차보증금과 당해세에만 적용하며 저당권 등 그 외 다른 권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재건축 안전진단 문턱도 낮아지면서 재건축 추진 단지에 훈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에 따라 2023년 1월부터 안전진단 평가 시 구조안전 항목에 대한 가중치를 50%에서 30%로 줄이고, 주거환경과 설비노후도 비중을 30%로 확대한다. 판정기준도 개선한다.  
 
현재까지는 평가항목별 합산 점수에 따라 ‘30점 이하는 재건축’ ‘30~55점 이하는 조건부재건축’ ‘55점 초과는 유지보수’ 등으로 구분하고 있었지만, 조건부재건축의 점수 범위를 45~55점으로 조정해 45점 이하일 경우 바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건부재건축 단지에 의무적으로 시행했던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를 지자체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시행한다. 전세사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자가진단 안심전세 앱도 2023년 1월 중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청약제도를 완화하면 기축 주택 시장은 변화가 없겠지만 분양 시장 거래가 활력을 찾을 것”이라며 “투자 수요가 살아나면서 분양률이 오르고 거래도 지금보다 수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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