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부위원장 “韓저성장 위기,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 [신년 인터뷰] ①
韓경제성장 위협하는 인구 감소…2023년 미래 화두로
낡은 정책 버리고 헝가리 이자 탕감 등 과감한 정책 필요
‘출산이 저하된다, 인구가 감소한다, 노동공급이 줄어든다, 경제 성장이 멈춘다, 다시 출산이 저하된다’
저출산 사회의 악순환 고리가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2003년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은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 1.3명 미만인 초저출산 국가로 들어선 이후 출산율이 지속해서 하락하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는 국가로 전락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출산율 꼴등 나라인 것에 더해, 출생아가 줄어드는 속도 역시 빠르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연평균 3.1% 감소해, OECD 37개국 중 가장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1970년대 연 출생아 100만명에서 2021년에는 연 출생아 수가 20만명을 기록할 만큼 출생아 수가 현저히 떨어졌다. 출산율은 지난해 2분기 0.75명까지 급락했다.
이를 해결할 정부 차원의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정부는 지난 2005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를 설치하고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는 등 정부차원의 지원 방침을 내놨다. 예산 투입도 컸다. 지난 16년간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된 정부 예산은 28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우리나라는 왜 여전한 초저출산 국가로, 인구 감소 위기에서 허덕이고 있는 걸까.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를 맞아 국가소멸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인구 절벽문제가 핵심 국정 아젠다로 부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직접 만나 대한민국이 마주한 저출산 문제의 현실과 대안을 들어봤다.
나 부위원장은 “인구문제는 현 시점에서 미래의 안정적인 대한민국을 설계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중요한 이슈”라면서 “대한민국의 생존이 걸린 중책을 맡긴 것은 제가 가진 영향력을 통해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환기시키고 다양한 부처를 움직이고 조정하는 등의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나 부위원장과 일문일답.
-출산율 ‘꼴찌’ 나라, 대한민국 출산율 현황 얼마나 심각한가.
“3년 연속 세계 꼴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국내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조사됐다. 세계적으로 출산율 1 미만으로 떨어진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2000년 기준으로 연 출생아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2000년 이전에는 60만명에서 이후에는 40만명으로 감소했다. 인구절벽이 온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이 바로 인구절벽 회복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7여년 정도만 지나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부모가 40만명으로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부분에 골든타임이 아닌 '마지막'을 강조한 까닭이다”
-단순 인구 감소 문제만이 아니다. 경제저성장, 국가소멸 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문제인데.
“맞다. 출산율 감소는 국가 지속가능성을 위태롭게 만드는 요인이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2075년으로 가는 길'이라는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래의 경제 규모를 가를 핵심 요소로 인구를 꼽았다. 인구가 줄어드는 우리나라의 경우 2050년 경제순위가 15위 밖으로 완전히 밀려날 것으로 전망했다. 저출산 문제로 노동인구가 감소하며 전체 경제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진단됐다. 반면 저출산과 고령화에 시달리지 않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의 나라가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민국 미래 경제를 지키기 위해서 저출산 문제 해결은 시급하다”
-그렇다면 지난 16여년 간 정부가 진행한 정책은 왜 성공하지 못했는가.
"정책효과가 낮았다. 과거 잘못된 정책은 폐기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문제점에는 과감하게 나서는 등 정책적 힘을 총력적으로 퍼부을 수 있는 힘이 필요한데, 지금까지는 위원회가 이 같은 힘이 약했다. 특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갖는 무게감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부위원장으로 나를 임명한 것 역시 위원회가 정치적 힘을 얻고, 직접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실제 임명 당시 윤 대통령은 위원회를 집행기구처럼 일하게 하라는 내용을 주문하기도 했다”
-나 부위원장이 이끄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저출산 해결 방향은.
“결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 아이를 갖고 싶지만 생기지 않는 사람, 아이를 낳았지만 키우기가 어려운 사람. 저출산을 위한 정책은 위 세 가지 경우를 모두 도울 수 있는 삼박자 정책이 필요하다. 먼저 결혼하기 힘든 사람을 위해서는 생애 첫 출발을 돕는 초저금리 대출 정책을 고안 중이다. 또 난임부부에게는 난임지원 횟수제한을 푸는 것을 비롯해 시술 등에 필요한 부대비용 지원을 확대하고자 한다. 아이 키우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정부 차원의 아이돌봄 지원 규모를 키우려고 한다. 즉 단순 돌봄뿐만 아니라 일정 부분 사교육까지 담당할 수 있어, 원스톱으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모델을 교육부와 현재 논의 중이다”
-워킹맘의 고민도 크다. 아이를 낳으면 일명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로 찍히는 것이 현실인데.
“아이를 낳고 일하는 여성들이 느끼는 감정은 거의 비슷할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것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나 역시 판사 시절 '출산 휴가는 다 쓰면 안 되는 거 알지?'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일했다. 이 때문에 출산·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직장에서 가산점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고안하고 있다. 육아휴직을 다녀오면 승진에 있어서 맨 뒷자리가 아니라, 적어도 중간 이상은 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또 육아휴직도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휴직을 풀 타임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유연근무제처럼 상황에 맞춰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저출산 정책 중 국내에 적용할만한 정책이 있다면.
"헝가리에서 도입한 베이비 익스펙테이션 론(Baby Expectation Loan)을 꼽을 수 있다. 이는 헝가리 정부가 결혼·출산 예정 가족에게 무이자로 대출을 제공하고, 자녀 출산 시마다 이자와 원금 등을 탕감하는 가족지원정책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는 결혼하고자 하는 커플에게 4000만원 정도를 초저리 금리로 대출해주고, 차후 이 커플이 아이를 낳으면 이자를 면제해주고, 또 아이를 낳으면 원급을 면제해주는 형태다. 이 같은 지원책은 결혼 첫 출발이 어려운 젊은 커플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2023년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가져가야 할 키워드를 꼽자면.
"요즘 밀고 있는 구호가 있다. 바로 ‘2023년, 응애! 건강백세 가~자!'이다. 구호의 말 그대로 먼저 젊은 세대가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결혼하고 출산할 수 있도록 저출산 정책을 과감히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또 고령화 사회와 관련해서는 건강하고 활기찬 사회를 꿈꾸는 측면에서, ‘건강 백세 행복 백세’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다"
김설아 기자 seolah@edaily.co.kr,라예진 기자 rayej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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