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IPO 중단?…컬리 ‘상장철회’ 막전막후 [공모꾼]
적자 행진·공모주 시장 침체에 결국 상장 철회
기업가치 4조→1조…장외시장 시총 7700억 추락
컬리 “상장 계획 완전히 접은건 아냐”
‘-꾼’은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 어떤 일 때문에 모인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입니다. ‘공모꾼’은 공모주에 진심인 투자자분들께 예비 상장사 정보와 한 주간 공모주 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소식을 전합니다. 기업공개(IPO) 일정부터 증권신고서를 토대로 한 실적·밸류에이션 분석까지. 매주 월요일, 공모주 투자에 꼭 필요한 정보를 보내드립니다. [편집자주]
컬리는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을 고려해 거래소 상장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이어 “연내 IPO에 재도전할지, 아니면 내년에 다시 상장을 추진할 지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컬리는 2021년 10월 NH·한국투자증권과 JP모건을 공동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코스피 입성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3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컬리는 같은해 8월 예심을 통과했다. 예심 통과 유효 기간과 해외 투자자 유치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하려면 오는 2월 22일까진 상장을 마무리해야했다. 그러나 컬리는 상장 철회를 선택했다.
컬리, 적자 행진에 기업가치도 ‘뚝’
사실 컬리의 상장을 둘러싼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작년 초엔 국내 증시 상장을 포기하고 나스닥 상장설이 돌더니, 상장예심 통과 2개월 만인 같은해 10월엔 상장 철회설이 돌았다. 당시 컬리는 보도 해명 자료까지 내며 “한국거래소와 주관사, 투자자 등과 상장 철회에 대한 어떠한 의사소통도 한 적이 없다”면서 상장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3개월만에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컬리의 상장 철회가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컬리 몸값이 곤두박질치면서다. 컬리는 2021년말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앵커PE에서 2500억원의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4조원을 인정받았지만, 최근엔 1조원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산됐다.
장외시장 컬리 몸값은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컬리는 6일 오후 3시 15분 기준 전일 대비 25.56%(6900원) 급락한 2만100원에 거래됐다. 1년 전 11만6000원에 거래되던 컬리 주가는 5분의 1 토막이 났다. 시가총액은 7727억원으로 1조원 밑으로 쪼그라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컬리의 실적이었다. 컬리는 신선식품 배송업체로 출발했지만 식료품에 더해 가전·전자기기 등 취급 품목을 늘려왔다. 작년엔 ‘뷰티컬리’를 신규 론칭하며 화장품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이 모든 제품의 ‘샛별배송’을 위한 물류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실적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컬리 매출은 2020년 9531억원에서 2021년 1조5614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적자는 같은 기간 1163억원에서 2177억원으로 악화됐다.
그간 컬리는 ‘공헌이익’이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내세워 적자설을 일축해왔다. ‘공헌이익 기준으론 3년 흑자를 내고 있다’는 식이다. 공헌이익은 판매가격에서 판매량에 비례해 발생하는 변동비를 뺀 값이다. 1조5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2021년, 컬리는 상품 원가를 차감하고 4002억원이 넘는 매출총이익을 냈다. 그러나 판매비·관리비가 6141억원 규모로 발생하면서 결국 213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컬리의 주장대로 공헌이익 기준으론 흑자를 냈지만, 영업이익 기준으론 여전히 적자 행진이다.
이제 컬리는 상장 재추진을 위해 상장 예비심사부터 다시 통과해야 한다.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만큼 상장 예심 통과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실제 1차 상장예심 통과 자체도 쉽지 않았다. 통상 상장예심 통과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2개월이다. 그런데 컬리는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지분이 5.75%로 낮다는 점이 지적되며 심사에만 5개월이 소요되고 말았다. 대규모 투자유치를 통해 성장한 컬리는 지분 50% 이상을 외국계 재무적투자자(FI)들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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