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짓누르는 불확실성...앞이 안 보인다
[시계제로 2023 한국경제 어디로]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불확실성 대두...지금 상황과 빼닮아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 예고...불확실성이 지배할 2023년
기업투자도 위축될 듯..."미래 내다본 신산업 육성 필요" 지적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2012년, 국제통화기금(IMF)은 2008년 9월 리만브라더스의 붕괴로 야기된 세계경제의 심각한 침체에 대해 ‘불확실성의 이례적인 심화’ 때문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중동 불안, 기상재해 등이 쌓이며 불확실성이 커지자 3~4년간 경기 침체가 이어졌다.
10년이나 지난 글로벌 경제 상황에 다시금 주목하는 이유는 코로나 펜데믹 이후 불확실성이 넘쳐나는 최근 분위기가 당시와 매우 닮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오를 것이란 전망들이 이어지고 있어 쉽지 않은 한해가 예고된 상황이다. 경제기관, 기업, 정부 모두 한 목소리로 ‘불확실’을 외치는 올해 경제는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금리인하 기대감 ‘뚝’…모든 것이 악재로 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을 가져온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치솟는 금리인상’이 꼽힌다. 껑충 뛴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를 급격히 올렸다. 2020년 0~0.25%였던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4.25~4.50%까지 치솟은 상태다.
이후 미국의 실질적인 물가 지표가 하락세를 보이는 등 계속된 금리인상은 물가안정에 도움을 주는 분위기다. 지난해 6월 9%를 돌파했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같은 해 11월 7.1%로 하락했고 12월에는 6%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자 지난해 10~11월께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올해 상반기에 멈출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올 하반기 쯤엔 일부 경제지표들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희망론도 나왔다.
하지만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발언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려면 상당히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목표 인플레이션 2%까지 갈길이 멀다며 올해 하반기에도 기준금리 인하가 없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금리 인하 이후 회복 기대감을 갖고 있던 시장은 절망했다.
경제지표가 부진하면 시장은 이를 경기 침체 우려로 받아들인다. 반대로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적어진다. 하지만 금리인하 기대감이 사라지자 시장은 모든 상황을 악재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경제심리’ 자체가 쪼그라든 셈이다.
올해도 코로나19의 재확산 문제, 미-중 패권다툼 심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원자재가 상승 등 성장 발목을 잡는 요인이 넘쳐 흐른다. 경제기관들은 올해 암울한 전망을 내놓으며 경기 침체 시그널을 보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2.2%로 예상했고, IMF는 2%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1일(현지시간) “올해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이른바 ‘빅3’의 경기 둔화로 세계 경제가 더욱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유럽의 재정위기, 미국의 재정절벽과 중국의 경제 경착륙 부진 등 ‘빅3’의 부진이 경기 침체를 가져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세계 경제가 유사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수출, 내수 모두 위험하다
국내 경제 지표도 암울하다. 주요 경제연구원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를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 산업연구원은 1.9%를 예상했다. 특히 LG경영연구원은 1.4%까지 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LG경영연구원은 최근 펴낸 올해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21년에는 수출 호조와 기업 투자 증가, 지난해에는 민간소비 회복이 경제성장률을 지탱했지만, 올해는 해외수요와 대내 경제활동이 동시에 둔화되면서 경제성장의 버팀목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에 이어 미국도 침체에 빠지고, 높아진 금리 부담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올해 상반기보다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더 낮은 ‘상고하저’ 흐름을 예상했다.
특히 수출 지수가 부진하다. LG경영연구원은 올해 국내 연간 총수출 증가율이 0.8%에 그칠 것으로 봤다. 2021년 10.8%, 지난해 4% 대비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다. 수출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암담한 지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했던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결국 수출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우울한 지표다.
수출과 마찬가지로 내수 성장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3% 상승했는데 그나마 민간소비가 1.9% 증가하며 순수출 감소분(-1.8%포인트)을 상쇄했다. 하지만 내수까지 부진하면 국내 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침체기로 돌입할 수 있다. LG경영연구원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2.0%로 전망했는데 지난해(4.3%)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각각 -0.2%, -2.5%로 지난해 -0.3%, -3.7%보다는 늘겠지만 여전히 역성장이 예상됐다.
국내 소비자지수가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전망은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2022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9.9로 11월보다 3.4포인트 올랐다. 소비자심리지수가 전달보다 상승한 것은 9월 이후 처음이다. 계속된 금리인상에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소비자심리지수가 반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소비자심리지수가 여전히 낮아 무조건 낙관하기는 어렵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03∼2021년 중 장기평균치를 기준값 100으로 해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여전히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한참 밑도는 80선에 머물러 있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 턱밑으로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나 공공요금 인상 등 불확실성도 남아 있어 향후에도 소비자심리가 개선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내외 불확실성도 남아 있어 추세적인 전환은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특히 소비자들은 올해 예정된 전기,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으로 공공요금이 67.3%로 가장 많이 꼽혔다. 소비재 구입은 허리띠를 졸라매 줄일 수 있지만 공공요금은 삶을 영위하는 데 꼭 필요한 항목이라 체감상 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또 대출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 대출을 받아 투자한 사람들은 이자 부담이 높아져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업 전망도 암울...미래형 신산업 육성 필요
국내 경제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인 기업들의 움직임도 움츠려들 전망이다. 실제 기업들은 올해 국내 경제에 대해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달 전국 225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기업이 바라본 2023 경제·경영전망'을 조사한 결과, 기업 약 75%는 OECD나 IMF가 전망한 국내 경제 성장률보다 밑도는 1%대 성장률을 예상했다. 1.0∼1.5%를 전망한 기업이 30.6%로 가장 많았고, 1.5∼2.0%는 28.8%, 0.5∼1.0%는 15.4%였다. 기업들이 시장을 불안정하게 바라볼수록 각종 투자나 채용 등은 정체될 수밖에 없어 국내 경제에 부정적이다.
올해 대기업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불확실’ ‘지속가능’ ‘내실’ 등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올해 무리한 사업확장보다는 내실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키를 돌리고 있다. 기업들은 지난해에도 긴축을 강조하며 소극적인 투자에 나섰는데 올해는 이런 부분이 더 강화될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 기업들의 목표지만 올해는 불확실성이 워낙 커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경기가 안정화될 때 그동안 다진 내실을 기초삼아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2보 성장을 위해 1보 후퇴하는 한해가 되지 않겠나”고 밝혔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는 민생·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잠재성장률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을 가속화 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고용안정 정책, 물가안정을 위해 공공요금 인상 최소화, 민간 투자 활성화 유도를 위한 규제 완화 등을 진행한다. 특히 5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으로 경영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또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해 혁신산업 및 창업 벤처기업의 투자자금으로 33조원을 지원한다.
이와 관련 정부가 당장 올해가 아닌 내년 이후를 바라보며, 장기적인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올해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신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을 미리 닦아놔야 한다는 얘기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경제성장률에 있어 매우 중요한 두 가지 지표는 노동력 증진과 자본 개수 확대인데 한국 잠재성장률이 1%대가 된 상황에서 저출생이 심화되고 있고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 문제”라며 “기업들도 자본을 더 쏟아부어도 생산성이 그만큼 나오지 않으니 투자를 줄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어 “결국 자본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신산업 밖에 없다”며 “모든 산업이 디지털화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속 가능한 신산업 창출을 위해 디지털을 핵심으로 한 벤처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0년이나 지난 글로벌 경제 상황에 다시금 주목하는 이유는 코로나 펜데믹 이후 불확실성이 넘쳐나는 최근 분위기가 당시와 매우 닮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오를 것이란 전망들이 이어지고 있어 쉽지 않은 한해가 예고된 상황이다. 경제기관, 기업, 정부 모두 한 목소리로 ‘불확실’을 외치는 올해 경제는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금리인하 기대감 ‘뚝’…모든 것이 악재로 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을 가져온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치솟는 금리인상’이 꼽힌다. 껑충 뛴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를 급격히 올렸다. 2020년 0~0.25%였던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4.25~4.50%까지 치솟은 상태다.
이후 미국의 실질적인 물가 지표가 하락세를 보이는 등 계속된 금리인상은 물가안정에 도움을 주는 분위기다. 지난해 6월 9%를 돌파했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같은 해 11월 7.1%로 하락했고 12월에는 6%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자 지난해 10~11월께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올해 상반기에 멈출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올 하반기 쯤엔 일부 경제지표들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희망론도 나왔다.
하지만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발언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려면 상당히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목표 인플레이션 2%까지 갈길이 멀다며 올해 하반기에도 기준금리 인하가 없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금리 인하 이후 회복 기대감을 갖고 있던 시장은 절망했다.
경제지표가 부진하면 시장은 이를 경기 침체 우려로 받아들인다. 반대로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적어진다. 하지만 금리인하 기대감이 사라지자 시장은 모든 상황을 악재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경제심리’ 자체가 쪼그라든 셈이다.
올해도 코로나19의 재확산 문제, 미-중 패권다툼 심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원자재가 상승 등 성장 발목을 잡는 요인이 넘쳐 흐른다. 경제기관들은 올해 암울한 전망을 내놓으며 경기 침체 시그널을 보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2.2%로 예상했고, IMF는 2%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1일(현지시간) “올해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이른바 ‘빅3’의 경기 둔화로 세계 경제가 더욱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유럽의 재정위기, 미국의 재정절벽과 중국의 경제 경착륙 부진 등 ‘빅3’의 부진이 경기 침체를 가져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세계 경제가 유사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수출, 내수 모두 위험하다
국내 경제 지표도 암울하다. 주요 경제연구원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를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 산업연구원은 1.9%를 예상했다. 특히 LG경영연구원은 1.4%까지 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LG경영연구원은 최근 펴낸 올해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21년에는 수출 호조와 기업 투자 증가, 지난해에는 민간소비 회복이 경제성장률을 지탱했지만, 올해는 해외수요와 대내 경제활동이 동시에 둔화되면서 경제성장의 버팀목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에 이어 미국도 침체에 빠지고, 높아진 금리 부담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올해 상반기보다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더 낮은 ‘상고하저’ 흐름을 예상했다.
특히 수출 지수가 부진하다. LG경영연구원은 올해 국내 연간 총수출 증가율이 0.8%에 그칠 것으로 봤다. 2021년 10.8%, 지난해 4% 대비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다. 수출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암담한 지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했던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결국 수출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우울한 지표다.
수출과 마찬가지로 내수 성장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3% 상승했는데 그나마 민간소비가 1.9% 증가하며 순수출 감소분(-1.8%포인트)을 상쇄했다. 하지만 내수까지 부진하면 국내 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침체기로 돌입할 수 있다. LG경영연구원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2.0%로 전망했는데 지난해(4.3%)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각각 -0.2%, -2.5%로 지난해 -0.3%, -3.7%보다는 늘겠지만 여전히 역성장이 예상됐다.
국내 소비자지수가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전망은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2022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9.9로 11월보다 3.4포인트 올랐다. 소비자심리지수가 전달보다 상승한 것은 9월 이후 처음이다. 계속된 금리인상에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소비자심리지수가 반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소비자심리지수가 여전히 낮아 무조건 낙관하기는 어렵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03∼2021년 중 장기평균치를 기준값 100으로 해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여전히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한참 밑도는 80선에 머물러 있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 턱밑으로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나 공공요금 인상 등 불확실성도 남아 있어 향후에도 소비자심리가 개선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내외 불확실성도 남아 있어 추세적인 전환은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특히 소비자들은 올해 예정된 전기,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으로 공공요금이 67.3%로 가장 많이 꼽혔다. 소비재 구입은 허리띠를 졸라매 줄일 수 있지만 공공요금은 삶을 영위하는 데 꼭 필요한 항목이라 체감상 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또 대출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 대출을 받아 투자한 사람들은 이자 부담이 높아져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업 전망도 암울...미래형 신산업 육성 필요
국내 경제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인 기업들의 움직임도 움츠려들 전망이다. 실제 기업들은 올해 국내 경제에 대해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달 전국 225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기업이 바라본 2023 경제·경영전망'을 조사한 결과, 기업 약 75%는 OECD나 IMF가 전망한 국내 경제 성장률보다 밑도는 1%대 성장률을 예상했다. 1.0∼1.5%를 전망한 기업이 30.6%로 가장 많았고, 1.5∼2.0%는 28.8%, 0.5∼1.0%는 15.4%였다. 기업들이 시장을 불안정하게 바라볼수록 각종 투자나 채용 등은 정체될 수밖에 없어 국내 경제에 부정적이다.
올해 대기업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불확실’ ‘지속가능’ ‘내실’ 등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올해 무리한 사업확장보다는 내실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키를 돌리고 있다. 기업들은 지난해에도 긴축을 강조하며 소극적인 투자에 나섰는데 올해는 이런 부분이 더 강화될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 기업들의 목표지만 올해는 불확실성이 워낙 커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경기가 안정화될 때 그동안 다진 내실을 기초삼아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2보 성장을 위해 1보 후퇴하는 한해가 되지 않겠나”고 밝혔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는 민생·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잠재성장률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을 가속화 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고용안정 정책, 물가안정을 위해 공공요금 인상 최소화, 민간 투자 활성화 유도를 위한 규제 완화 등을 진행한다. 특히 5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으로 경영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또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해 혁신산업 및 창업 벤처기업의 투자자금으로 33조원을 지원한다.
이와 관련 정부가 당장 올해가 아닌 내년 이후를 바라보며, 장기적인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올해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신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을 미리 닦아놔야 한다는 얘기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경제성장률에 있어 매우 중요한 두 가지 지표는 노동력 증진과 자본 개수 확대인데 한국 잠재성장률이 1%대가 된 상황에서 저출생이 심화되고 있고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 문제”라며 “기업들도 자본을 더 쏟아부어도 생산성이 그만큼 나오지 않으니 투자를 줄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어 “결국 자본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신산업 밖에 없다”며 “모든 산업이 디지털화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속 가능한 신산업 창출을 위해 디지털을 핵심으로 한 벤처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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