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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비냐 권리냐’ 은마아파트 둘러싼 GTX 갈등…핵심 쟁점은[은마 GTX갈등]①

은마아파트, 지하 대심도 관통 안전성·재산권 침해 주장
GTX-C 노선 삼성-양재역 구간 직선 연결 가능 여부 두고 입장 차
‘지역이기주의’ VS ‘특정 건설사 이익 부풀리기’ 논란 등



 

은마아파트 외벽. [사진 은마아파트재건축추진위원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을 둘러싸고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와 국토교통부, 현대건설간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추진위 측은 ‘안전 문제’ 등을 지적하며 GTX-C 노선의 은마아파트 관통을 반대하고 있으나, 국토부와 현대건설은 기술적인 이유 등을 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서로의 ‘이권 챙기기’라는 시선까지 보내며 입장차가 거세지는 모양새다.

경기도 수원과 양주를 연결하는 GTX-C 노선은 2018년 12월 예비타당성조사에 통과된 뒤 올해 2분기 착공, 2028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노선 상 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하게 돼, 현재 아파트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일각에서는 ‘내집 밑은 절대 안된다’는 은마아파트 주민들을 향해 ‘지역이기주의’라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반면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안전성과 재산권 침해 문제를 우려하며 국토부와 현대건설을 향해 비판을 계속하고 있다. GTX-C 노선을 둘러싸고 대립되는 쟁점이 무엇인지 정리했다.

은마 “안전 위협” VS 국토부·현대 “문제없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제는 아파트 지하를 철도가 관통하게 될 경우에 대한 안전성 문제와 재건축 시 비용 증가다. 국토부가 선택한 현대건설 측의 노선은 삼성역-양재역 구간에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한다.

지난 2021년 6월 GTX-C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건설은 지하 40~60m 깊이로 파서 철도를 내는 '대심도' 방식으로 노선을 깐다는 계획이다. 깊은 지하에 터널을 낼 뿐 아니라 발파방식도 기계식 굴착을 이용하는 회전식 터널 굴진기(TBM) 공법이 적용된다. 폭약으로 터널을 뚫는 '발파 공법'에 비해 지반붕괴 우려가 덜한 것으로 평가받는 방식이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은마아파트 구간은 발파방식이 아닌 첨단 기술력이 총동원되는 TBM 공법으로 계획돼 있다”며 “단순히 지하를 통과한다는 사실만으로 위험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반대 입장은 여전하다. 지난 1979년에 건립된 은마아파트는 4424세대의 대형 단지로 2만여명이 넘는 주민들이 상주 중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노후 대단위 아파트 단지기 때문 거주민들이 GTX-C 건설에 따른 지반 붕괴 등 안전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앞선 지하철 등의 공사에서도 대단위 아파트를 관통하는 사례는 드물어 거주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다른 곳은 전철이 지나가도 아파트 화단이나 아파트 1개동을 일부 지나가는 정도지만 은마아파트는 12개동 이상이 지나간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현 노선 안에 따라 GTX가 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하면 재건축 시 특수 시공에 따른 공사비까지 늘어나게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이로 인해 늘어나는 공사비는 현대건설과 국토부에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사업은 100% 민자사업인데 이런 공사비를 GTX 요금으로 전가시키게 되면 국민 세금도 늘어나는 문제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서울시가 서울 아파트 높이를 35층 이하로 제한한 ‘35층 룰’을 폐지하면서 이 문제는 더 중요해졌다. 은마아파트는 도시계획위원회(도개위)에서 35층으로 통과됐지만, 이 같은 제도 변경으로 50층 추진을 하고 있다.

GTX-C 노선 통과 시에도 안전성이 문제될 것이 없다면 추후 50층으로 재건축을 진행해도 인허가상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만약 구조안전성 보강 등의 사유가 발생한다면 국토부가 책임지고 주민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초고층으로 올리려면 그만큼 기초 공사를 충분히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GTX 터널로 인해 50층 불허로 연결될 것이라거나 다른 공법을 써서 보강하기 위해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며 “서로의 입장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은마아파트 밑 꼭 통과해야 하나…“하천 우회도 가능하다” 주장

GTX-C 노선이 은마아파트를 통과하는 것이 불가피한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추진위는 다른 방안도 존재하는데 해당 아파트 밑을 꼭 관통해야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진위가 입수한 2020년 국토부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청량리-한강하저-삼성역 통과계획에는 '성동구 고층아파트 및 상업지구 직하부를 우회하는 노선으로 향후 민원소지를 차단'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양재역-과천역-과천선 접속부에는 '과천3기 신도시 및 과천주공단지 하부 통과를 배제' '저층 주거지 통과시 민원 최소화'라는 문구도 명시했다.

하지만 삼성역-양재역 구간 부분에서는 '예타노선을 준용해 대단위 아파트 단지(은마A)를 하부 통과하고'라며 다른 구간들과 달리 대규모 주거지를 관통한다는 결정을 했다.

추진위는 은마아파트를 관통하지 않더라도 공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추진위에 따르면 지난 10일 한국터널환경학회는 ‘GTX-C 노선의 삼성역-양재역 구간 직선 연결 가능 여부’에 대한 질의에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한국터널환경학회 관계자는 “기존 터널과의 교차 사례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GTX-C 삼성역-양재역 구간 최단거리 직선 공사는 특수 공법을 적용한다면 시공이 기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GTX-C 삼성역-양재역 구간을 최단 거리 직선으로 연결하는 것은 GTX-A와 C가 모두 정차하는 삼성역 구조상 기술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삼성역은 GTX-A와 C 노선이 같은 층에서 평면 환승으로 계획되어 있어 GTX-A노선과 상하 교차하기 위해서는 역 전후로 일정 직선거리가 확보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타협 못 찾는 극한 대립…주민 시위에 행정조사도

이렇게 여러 쟁점에서 이견이 존재하다보니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와 국토부·현대건설 사이의 대립도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추진위는 GTX-C 노선이 당초 은마아파트를 관통할 공사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모순이 생긴 것은 GTX 국책사업을 계기로 재건축 시장에 뛰어드는 특정 건설사 때문이 아닌지 의구심까지 든다는 입장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GTX 총 공사비가 4조원 수준인데, 재건축 공사비 규모는 6조원 이상이다”며 “현대건설이 GTX를 수주하자마자 은마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 야심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은마아파트 시공사는 2002년 선정된 삼성물산과 GS건설이다. 그런데도 현대건설이 추후에 조합이 설립되면 총회를 통해 기존 시공사 계약을 해지하고 현대건설을 단일시공사로 선정해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명백한 허위사실이고 우리는 명확하게 그쪽 재건축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이미 GS건설과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선정돼 있는데 관심이 없다”고 부인했다.

국토부 측도 추진위 측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국토부는 “현 노선은 설계기준 및 운행 안전성,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14년 예비타당성조사 때부터 검토됐다”며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공개경쟁을 거쳐 2021년 6월 선정된 만큼, 특정 건설사의 이익 부풀리기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우회를 요구하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자택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 독자]

GTX-C 노선 반대 시위가 벌어지자 지난해 12월엔 국토부와 서울시 등 정부 합동점검반이 은마아파트 추진위와 입주자대표회의 운영실태를 감독하기 위한 행정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앞서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들이 GTX-C 노선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속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추진위가 시위 현장으로 가는 버스를 대절하고 시위 참가자에게 비용을 지급할 때 공동주택 회계상 별도로 관리해야 하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임의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부가 사실확인에 나선 것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미 세입자와 소유자들 동의가 있기 때문에 이 비용은 잡수익에서도 쓸 수 있고, 시공사 자금 차입금으로 사용할 수가 있는데 아파트 수리비를 건드릴 이유가 없다”며 “이번에 실태 조사한 결과 장기수선충당금이 50억원이 줄어든 거는 온수 배관에 녹물이 나와 바꾼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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