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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화재로 화제된 ‘토스 채팅’의 아쉬운 퇴장[이코노 EYE]

토스 채팅, 낮은 이용률로 다음 달 10일 종료
美 송금앱 ‘벤모’ 모델 벤치마킹…소셜 기능 접목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대체 메신저로 주목
불법 채팅방으로 논란됐지만 現 이용자들은 아쉬움 토로

토스가 오는 2월 10일부터 채팅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토스 주제별 채팅방 목록. [토스 앱 캡처]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지난 10일 오후, 여느 때 같이 스마트폰을 보던 중 토스 앱에서 알림이 왔습니다. 바로 토스의 ‘채팅’ 서비스가 종료된다는 안내였죠. 주위에 물어보니 대다수는 토스 채팅의 존재조차 몰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몇몇 이들은 꽤 ‘유용하게 썼다’면서 서비스 종료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토스는 모바일 앱 공지를 통해 “2023년 2월 10일부터 ‘채팅’ 서비스가 종료될 예정”이라며 “이후부터는 연락처 채팅, 주제별 채팅을 이용할 수 없다”고 알렸습니다. 연락처 채팅은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일대일 채팅과, 주제별 채팅은 카카오톡 오픈채팅과 비슷한 서비스입니다.

우선 주제별 채팅부터 문을 닫을 예정입니다. 1월 12일부터는 ‘방장지원금 지급’이 종료되고, 1월 25일부터는 ‘신규 방 생성’과 ‘신규 방 입장’이 불가능해집니다. 이후 2월 10일부터는 연락처 채팅까지 포함해 채팅 서비스 전체가 종료되는 것이죠. 2021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1년 4개월 만에 작별인사를 하게 된 겁니다.

물론 토스가 제2의 카카오톡을 만들겠다는 식의 도전장을 냈던 건 아닙니다. 출시 당시 토스는 카카오처럼 메신저를 별도의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한 것은 아니며 ‘금융 슈퍼앱’으로서 토스 서비스를 더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이 모델은 미국의 대표 간편송금 앱인 ‘벤모(Venmo)’와 매우 비슷했죠.

미국 모바일 송금 핀테크 '벤모(Venmo)'. [사진 Venmo]

벤모는 토스와 마찬가지로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소셜 기능을 더한 점이 다르죠. 소셜미디어(SNS)에 사진을 올리듯 결제내역을 올리면 친구들이 댓글을 달며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벤모는 2021년 기준 전년 동기 대비 88%나 증가한 8억5000만 달러(약 1조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연간 이용자도 7000만명으로 이제는 미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업계에선 토스가 정확히 카카오의 반대 구조로 성공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플랫폼 이용자 수를 고려하면 금융에서 소셜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는 건 국내선 토스밖에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지난해 9월 기준 토스 앱이 설치된 기기 수는 약 1950만대가 넘습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 사건 당시 토스 앱의 채팅 서비스 홍보 배너.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실제 토스 채팅은 몇 개월 전부터 이름을 알리고 외연을 확장해나가는 듯했습니다. 지난해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으로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면서 주목받았기 때문이죠. 당시 네이버는 검색창 주변에 ‘긴급한 연락이 필요할 때 글로벌 메신저 라인 사용하세요’라는 문구를 띄워 자사 메신저를 자랑했습니다. 토스도 ‘토스에도 채팅 기능이 있어요’라는 배너를 앱 상단에 위치시켜 ‘깨알 홍보’를 했죠.

하지만 주제별 채팅에서 잡음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이용자들이 익명성에 기대 불법적인 채팅방이 횡행한 것이죠. 일례로 주식 종목 추천방이 대표적입니다. 토스의 채팅 운영 정책에는 ‘이용자의 금전적인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활동은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자본시장법에서도 금융당국에 인가·등록 되지 않은 일대일 자문 및 알선 행위는 금지돼 있습니다.

수위를 넘는 음란 채팅방도 문제였습니다. 특히 자신이 10대 여성 청소년이라며 상반신 노출 사진을 걸고 용돈을 요구하는 등 아동·청소년과 연관된 불법적 소지가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토스 측은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채팅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오히려 안전한 운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설명입니다. 토스 관계자는 “당시 불법 채팅방 이슈를 크게 인지하고 촘촘하게 키워드를 필터링했다”며 “특히 동영상 전송 기능을 아예 만들지 않아 불법 촬영물 유통 등은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토스 측은 그저 서비스 이용률이 높지 않아서 채팅을 종료하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실제 토스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1400만명인데 반해, 주제별 채팅 기준 MAU는 3만명 수준으로 현저히 낮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토스 채팅을 나름대로 잘 이용하던 이들은 엄연히 있습니다. 특히 이런 이슈가 없는 ‘연락처 채팅’ 애용자들의 경우 불만을 토로합니다.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50대 주부 이모씨는 “토스는 글씨가 커서 우리 세대가 이용하기 좋다”며 “송금하면서 자녀들과 메시지와 이모티콘을 남기는 게 재미였는데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캐릭터가 귀엽고, 효과음도 톡톡 튄다”며 아주 ‘사소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죠.

그렇습니다. 이런 사소함과 단순함이 토스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니었을까요. 단순히 낮은 이용률로 서비스를 접은 건 디지털 소외계층을 품겠다는 토스의 가치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여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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