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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와 녹색 금융 [이윤정 에코앤로]

녹색분류체계, 친환경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나침반
기업인들 대응 방안 고민해야…기업 운영에 영향 커져

녹색분류체계는 투자자가 친환경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윤정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Taxonomy’는 ‘분류체계’라는 의미이다. 요즘 기후변화, ESG 이슈와 함께 등장하는 Taxonomy는 “Green Taxonomy (녹색분류체계)”라고도 한다. 온실가스를 감축해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는데 기여하는 사업활동의 리스트를 규정하는 지침서 등의 형태로 정부에서 정한 것을 말한다.

EU에서 녹색분류체계 처음 제정 시행

녹색분류체계를 정하는 이유는, 첫째 투자자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사업활동에 투자하도록 해 온실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기 위함이다. 두 번째는 기업들의 그린워싱(실제로는 친환경이 아니지만 친환경인 것처럼 홍보하는 행위)을 방지하여 투자자들이 진짜 친환경 사업에 자금을 투자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는 사업활동에 대해서는 정부와 금융기관에서 정책적으로 투자를 장려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게 된다.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해당 사업활동에 종사하거나 이를 계획하는 기업에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녹색분류체계를 처음 제정해 시행한 곳은 EU다. EU 녹색분류체계 규정은 2020년 6월 20일 공표되어, 같은 해 7월 12일 시행됐다.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될 수 있는 사업활동은 4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제일 먼저 6대 환경목표 ▶기후변화 완화 ▶기후변화 적응 ▶물과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보전 ▶순환경제로의 전환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보호 및 복원  중 최소 한가지 목표에 상당히 기여해야 한다. 두 번째, 나머지 환경 목표에 심각한 해를 입히지 않아야 하며, 세 번째 ▶인권 (노동자의 권리 포함) ▶뇌물/부패 ▶세금 ▶공정경쟁과 관련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를 준수하는 사업활동이어야 한다. 네 번째, 기술적인 검토 기준에 부합하여야 한다.

EU 녹색분류체계 관련하여 최근에 가장 잘 알려진 이슈는 아마도 원전과 가스를 친환경 사업활동 리스트에 포함할 것인지 여부다. EU의회는 2022년 7월 15일 원자력 에너지와 가스를 탄소중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엄격한 기술적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과도기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아서 녹색분류체계 리스트에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공표했다.

다만 모든 원전과 가스 사업활동이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원전의 경우 인정되는 사업활동의 범위가 제한되고 전제 조건이 추가로 부과되어 그 조건을 충족시키는 사업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 것 같다. 환경시민단체들은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원전과 가스 사업에 대한 민간 투자와 정부 지원을 촉발할 가능성을 우려해 2022년 9월 19일 EU 집행위원회에 재검토 및 취소를 요구하는 이의신청을 했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 EU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는 것 같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지침서…녹색금융 활성화·그린워싱 방지 취지

한국도 2021년 12월 환경부에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지침서’를 발표하였는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등 6대 환경목표(EU와 유사함) 달성에 기여하는 ‘친환경 경제활동’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녹색금융을 활성화하고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함을 제정 취지로 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22년 4월부터 11월까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시범사업’을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6개의 은행 및 기업(한국산업은행, 한국수력원자력, 신한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동발전)에서 총 6400억원의 녹색채권이 발행됐다. 녹색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된 자금은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등) 생산에 3340억원, 무공해차량 도입 및 기반시설(인프라) 구축에 1470억원 등 온실가스 감축 분야 위주로 배분될 예정이다.

또한 시범 사업의 결과와 그 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한국형 녹색분류지침서 개정안이 2022년 12월 23일 공개되어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이 개정안에는 원전 관련 경제활동 및 재난 방지 및 기후 예측시설 등 기후변화 적응에 기여하는 활동이 녹색경제활동으로 추가됐다.

녹색분류체계 제정과 발맞추어 금융감독원도 2021년 12월 8일 금융회사가 건전한 기후 리스크 관리 체계를 마련하도록 하기 위하여 ‘기후리스크 관리 지침서’를 발표했다. 2022년 12월 20일 개정안이 발표되었는데, 종전 지침서에서 선택 사항으로 규정했던 내용 중 상당 부분이 의무 사항으로 변경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위 개정안 제15조~제18조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고객과 포트폴리오 수준 별로 중요한 기후리스크를 식별하고 금융거래에 대한 리스크를 평가하여야 하고, 기후리스크 기준(온실가스 배출량, 기상이변에 대한 취약성, 지속불가능한 에너지 관행과의 연관성, 삼림파괴 및 오염 등 포함)을 운영해야 한다. 또한 기후리스크 기준에 해당하는 거래에 대하여 고객사 현장방문, 금융회사 내부 직원의 검토 수행, 외부 전문가와의 면담 등을 포함하여 상당한 주의 의무를 기울여서 관리하여야 한다.

그동안 녹색분류체계와 관련하여 원전이나 가스를 친환경 리스트에 포함해야 하는지 여부만 지나치게 강조된 것 같다. 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업활동을 하는 대다수 기업이 녹색분류체계에 대해 필요한 만큼 주의를 기울이지 못할까 걱정도 된다.

이제 기업 경영진들은 녹색분류체계가 앞으로 기업 운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깊이 고민하고 대응책을 준비하여야 할 때가 되었다. 녹색분류체계에서 친환경 사업으로 인정받는지 여부에 따라서 사업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보다 수월하게 조달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기업 경영진들은 향후 사업계획을 검토할 때 해당 사업이 녹색분류체계에 따른 친환경 사업인지 여부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 또한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해당 사업활동에 따르는 기후리스크를 평가하고 관리할 것이고, 때로는 현장 방문 등 실사도 할 수 있다는 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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