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허가받고도 유럽 임상 3상 철회한 LG화학 [임상이몽]
“임상 디자인 적절성 협의 후 다시 신청할 것”
임상으로 울고 웃은 기업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 임상이몽의 주인공은 ‘LG화학’입니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 통풍은 요산이 소변으로 배출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많이 생성되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요산은 혈액 속을 돌아다니다 관절 주변의 조직에 들러붙는데요. 요산이 관절에 쌓이면 심한 염증을 일으킵니다.
맥주를 많이 마시면 통풍에 걸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회식 자리가 잦은 40대와 50대 남성 중 통풍 환자가 많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서구화된 식습관 비만 인구 증가로 20대와 30대 나이가 젊은 통풍 환자도 늘었습니다.
문제는 통풍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의약품이 딱히 없다는 점입니다. 통풍 환자도 늘고 있으니 제약사로선 효과가 좋고 복용하기도 편리한 의약품을 만들 법합니다. LG화학도 통풍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입니다. 최근 미국에서 임상 3상도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의약품 시장입니다. 여기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 LG화학은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3상 허가도 받았습니다. FDA가 임상 계획을 승인한 만큼 LG화학은 다른 국가에서도 무리 없이 통풍 치료제의 임상을 진행할 걸로 예상됐습니다.
스페인 규제기관의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LG화학은 10일 스페인 의약품·의료기기청(AEMPS)에 신청한 통풍 치료제의 임상 3상 계획을 철회했다고 공시했습니다. AEMPS가 LG화학이 제출한 통풍 치료제의 임상 3상 디자인을 수정하라고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LG화학이 해외 규제기관으로부터 임상 디자인을 수정해달라고 요청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중국에 신청한 임상 3상 계획도 수정 요청을 받았습니다. LG화학에 따르면 당시 중국 규제기관은 통풍 치료제 임상 3상 디자인에 “중국 현지의 통풍 치료제 관행을 반영하라”고 요구했습니다.
LG화학은 당시 중국 임상 3상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 다국가 임상을 추진할 계획이던 터라 중국만을 위해 임상 디자인을 수정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국가 임상을 진행하려면 임상 디자인이 동일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LG화학은 중국 임상 3상 신청을 철회하며 “미국과 유럽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임상을 설계했고 다른 국가에 이를 적용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스페인 규제기관도 유럽의약품청(EMA)의 가이드라인을 따른 임상 디자인에 의문을 제기한 겁니다.
업계에서는 여러 의견을 내놨습니다. 신약 개발 기업 관계자는 “임상시험 계획을 제출하고 보완 의견을 받는 건 드물지 않다”고 했습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협의를 거친다니 기다려 볼 일”이라고 했습니다.
LG화학은 스페인 규제기관이 수정을 요청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습니다. 다만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의 보완 의견”이라며 “임상 3상을 다시 신청할 계획”이라는 입장입니다. 회사는 유럽의약품청(EMA) 학술 자문(Scientific Advice) 회의를 통해 임상 디자인의 적절성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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