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성장’하는 암호화폐 펀드 시장, 과연 안전할까?
암호화폐 펀드 운용자산 규모 5년 새 10배 성장
비트코인보다 양호한 성적 나타내
3AC·제네시스 파산 사례 있어 투자 유의해야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의 암흑기로 인해 코인 직접투자보다 간접투자 상품인 암호화폐 펀드(크립토 펀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전 세계 유수의 큰 규모의 암호화폐 펀드를 운용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 다만 지난해 ‘쓰리애로우캐피탈(3AC)’ 파산과 최근 ‘제네시스캐피탈’의 유동성 위기 등 위험 사건도 줄짓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9일 블록체인 전문 리서치업체 크립토펀드리서치(CFR)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암호화폐 펀드는 800개 이상이며 총 운용자산(AUM)은 546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일 9시 기준 글로벌 총 암호화폐 시총은 9877억 달러이므로, 암호화폐 펀드는 이 중 약 5.5%에 해당할 정도로 그 규모가 상당하다. 지난 2018년 4월 AUM이 55억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5년도 안 돼 10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대다수 암호화폐 펀드는 일반적으로 1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 사이 수준의 AUM을 갖고 있다. 현재 10만~100만 달러 AUM인 펀드는 459개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더 적거나 많을 수도 있다.
암호화폐 펀드도 일반 펀드와 마찬가지로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펀드사가 운용한 후, 그 결과를 돌려주는 간접투자 상품이다. 모여진 투자 자금은 주식 투자, 초기 단계 토큰 발행 참여, OTC(장외) 거래 등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데 사용된다. 암호화폐 직접투자는 일정 수준의 기술 전문성, 위험 관리 역량, 시장에 대한 이해 등이 필요하므로 대다수 개인 투자자에게는 암호화폐 펀드가 유리할 수 있다.
실제 CFR에 따르면 암호화폐 펀드는 2016년 이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부분 암호화폐보다 약간 높은 성과를 보였다. 암호화폐 펀드를 미국 달러 기준 비트코인 가격에 맞춰 지수화한 ‘CFR 암호화폐 펀드 지수’를 보면 잘 드러난다. 암호화폐 시장의 침체기가 시작된 지난해부터는 해당 지수가 비트코인 가격보다 월등하게 나타났다.
대표적인 암호화폐 펀드 중 하나는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다. 그레이스케일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다양한 암호화폐에 대한 신탁,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제공하는 회사다. AUM은 17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현 시점 암호화폐 투자 분야에서 가장 큰 업체 중 하나다.
AUM이 89억 달러인 ‘멀티코인캐피탈’은 논문 기반 투자 회사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전망이 보이는 시나리오를 찾아 분석한 후 경쟁력 있는 프로젝트를 선정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유명하다. 현재 멀티코인캐피탈은 인프라, 레이어 1, 레이어 2, 엔터프라이즈 등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판테라캐피탈’은 벤처 캐피탈(VC), 토큰 판매, 2차 시장 거래 등 다양한 자산 클래스에 투자하고 있다. 이 업체는 리플, 어거, 메이커DAO 같은 프로젝트에 투자한 실적을 갖고 있다. 한때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투자 수익률이 무려 10135%라고 밝혀 주목을 끈 바 있다. AUM은 현재 38억 달러로 추정된다.
테라·FTX 이어 또 ‘파산 위기’ 크립토 펀드
하지만 암호화폐 펀드가 투자의 만능 열쇠는 아니다. 지난해 6월 암호화폐 헤지펀드 3AC의 붕괴 사례를 보듯 규모가 크고 유명하다고 해서 항상 안전한 것도 아니다. 일반 증권시장에서도 펀드 투자의 실패사례가 존재하는 것처럼 암호화폐 펀드 투자도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3AC는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1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관리했다. 하지만 테라 생태계 투자 실패로 인해 2021~2022년 약 30억 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AC뿐만 아니라 블록파이, 셀시어스, 보이저디지털 등 여러 블록체인 업체들이 파산신청을 했다.
최근에는 FTX 파산 사태 이후 풍파를 맞은 제네시스캐피탈도 파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은 인용해 제네시스의 모회사 ‘디지털커런시그룹(DCG)’이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채권단과 비밀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지금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이르면 이번 주 미국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큰손으로 불리는 DCG의 자회사 제네시스 파산이 현실화하면 암호화폐 시장이 또 다시 침체기로 접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어진 상승세에 FTX 사태 이전 수준의 가격을 회복했던 비트코인은 19일 오후 5시 2만83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17~18일 이틀 내내 2만1000달러대를 유지한 것이 무너져, 24시간 전 대비 2.11%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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