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대신 ‘단백질’ 선택하니…흑자 전환 성공했다 [1000억 식품의 비밀]
국내 3대 분유업체가 선택한 ‘단백질’...매일유업과 업계 1위 다퉈
‘성인영양식’ 내세워 전 연령층 공략 나서, 3년 누적 매출 ‘3000억’
“이 제품이 여기꺼였어?” 일상에서 종종 들리는 이 말은 잘 만든 대표 상품 하나가 기업 전체를 먹여살린다는 공식을 보여준다. 제품의 매력이 브랜드의 가치를 결정 짓는 시대. 식품 업계는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천억 클럽’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효자 식품’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고객의 입맛과 니즈를 단번에 사로잡은 식품의 성공 비결이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자.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국내 3대 분유업체, 일동후디스의 매출을 지난 3년간 끌고 간 효자 아이템은 다름 아닌 ‘단백질’이다. 일동후디스가 단백질 시장 선두업체로 자리 잡으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배경에는 단백질 보충제 ‘하이뮨’의 공이 컸다. 하이뮨은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의 야심작이기도 하다.
‘하이뮨 프로틴 밸런스(하이뮨)’는 지난 2020년 2월 출시된 이후 매년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한 제품이다. 출시 첫해 매출액 300억원으로 시작해 2021년은 1050억원, 이어 지난해에는 1650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3년간 누적 매출 3000억원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30% 성장하면서, 일동후디스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내리막 행보를 끊고 흑자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매일유업 ‘셀렉스’와 연일 1위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단백질 시장에서 출시 2년만에 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하이뮨의 흥행 덕분에 일동후디스는 지난 2021년 시장에서 ‘나홀로 성장세’를 기록한 바 있다. 동기간 남양유업의 분유 매출액이 전년 대비 13.7% 감소하고 매일유업은 14.7% 줄어든 반면, 일동후디스는 16.4% 증가했다. 저출산 여파로 수년간 부진 행보를 이어온 분유 시장에서 ‘고령화’라는 기회를 잡아, 실적이 반등하도록 이끈 1등 공신이 바로 하이뮨인 셈이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성인’으로 눈길 돌렸다
실제로 하이뮨은 출시 당시 ‘성인건강영양식’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웠다. 기존에 분유시장에서 집중 공략하던 영유아뿐 아니라 중장년·고령층으로 타깃을 넓혀, 연령층을 폭넓게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품력을 인정받는 데 크게 일조한 1등 공신은 ‘산양유’다. 산양유는 모유와 비슷한 단백질 구조를 가지고 있어 소화흡수가 잘 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일동후디스는 약 3년에 달하는 개발과정을 거쳐 산양단백질을 기반으로 제품에 프락토 올리고당 등 8가지 기능성 영양성분을 첨가했다.
하이뮨이 인기를 끌면서, 산양유를 활용한 ‘산양분유’ 카테고리 내 제품들 역시 역으로 반사효과를 누린 것으로 파악됐다. 900억원에 달하던 산양분유 매출액이 지난 2012년 저출산 이슈로 반토막이 났지만, 산양유의 효능에 대한 소비자 학습이 이뤄지면서 다시 500억원대로 반등했다는 후문이다.
일동후디스가 ‘하이뮨’이라는 제품을 선택한 데에는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이금기 회장의 승부수가 통했다. 서울대 약대 출신인 이 회장은 ‘산양유’를 저출산의 난제에 빠진 분유시장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무기라고 봤다. 이에 중장년층과 노년층까지 전 연령대 고객군을 확보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을 지시해, 하이뮨의 탄생을 이끌어낸 것이다.
일동후디스 측에 따르면 하이뮨의 전신은 지난 2008년 요양원, 보호시설 등을 대상으로 제공하던 ‘하이이뮨’이다. 높은(high) 면역(immunity)이라는 뜻을 지닌 이 제품은 자연 손실되기 일쑤인 단백질을 고령층이 쉽게 보충할 수 있도록 제작된 바 있다. 현재의 하이뮨은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하이이뮨’에 들어간 산양유를 되살려 리브랜딩한 모습이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대표 상품인 ‘하이뮨 프로틴 밸런스’ 뿐만 아니라 ‘하이뮨 케어메이트’를 중심으로 케어푸드 시장에서의 입지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며 “올해는 18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이뮨의 흥행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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