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배구조 개선” 언급에 상생 강조한 포스코
정부, 주인 없는 기업 CEO 선임 절차 개선
최대주주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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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재계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금융위원회 2023년 업무보고를 받고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선진화를 언급했다. 금융위의 ‘업무보고 결과 서면 브리핑’ 자료를 보면, 윤 대통령은 금융회사를 포함해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과거 정부 투자 기업 내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이라는 것이 작동돼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스튜어드십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이다. 주인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고객 자산을 수탁‧운용하는 기관투자가가 투자 기업에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해 기업 가치와 고객 이익 증대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주인이 없는, 소유가 완전히 분산된 기업들은 과거에는 공공재, 공익에 기여하는 기업들이었기에 정부가 일일이 경영에 관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면서도 “소유가 분산돼 지배구조 구성 과정에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엔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선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경영권을 독점하거나 특정 경영인의 비위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바로잡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주인 없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12월 취임한 서원주 국민연금공단 기금이사(기금운용본부장)도 KT, 포스코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지배구조가 여러 주주로 분산된 기업들의 CEO 선임에 대해 ‘셀프‧황제 연임’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원주 기금이사는 “소유 분산 기업들이 CEO 선임을 객관적·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해야 불공정 경쟁이나 셀프 연임, 황제 연임 우려가 해소되고 주주 가치에 부합한다”고 했다.
최정우 회장, 임기 완주할까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이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언급한 하루 뒤인 지난달 31일 포스코홀딩스가 2월 16일 이사회를 열어 본사를 포항으로 이전하는 안건을 심의한다고 전해졌다. 포스코홀딩스는 이사회 심의 후 3월 1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본사 이전을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포항 지역민의 반발을 샀던 본사 이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는 평가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2월 포항시, 포항시의회, 포스코 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등과 올해 3월까지 포항으로의 본사 소재지 이전 추진을 합의했는데, 이후에도 시민단체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급기야 대책위는 최정우 회장 퇴진 운동을 이어갔고 지난해 10월엔 회사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해 1억여원의 재산상 이득을 취한 혐의로 최정우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달 10일엔 서울 수서경찰서 앞에서 최정우 회장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대책위는 “최정우 회장이 포항으로의 본사 이전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상황에 포스코홀딩스 측이 본사 이전 방침을 재차 확인해준 셈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포스코홀딩스 측과 대립각을 세운 포항 지역 민심을 잠재우고 본사 이전 논란을 종식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그간 포스코그룹 회장이 정권 교체 이후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퇴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최정우 회장이 역대 최초로 연임 후 임기를 마친 회장으로 남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최근 정부 안팎의 분위기를 보면 최 회장의 퇴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데, 포항으로의 본사 이전을 통해 지역 상생을 강조하고, 최 회장을 둘러싼 부정적 여론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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