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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 도입 목소리에 억울한 정유사, 눈총 받는 이유[이코노Y]

코로나19 사태 당시 2조원 이상 자금 부담 완화 등 정부 지원 받아

울산시 남구 석유화학단지.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정유사를 거느린 석유화학업체에 대한 이른바 ‘횡재세’ 도입 주장이 야당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석유화학업체들은 억울함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유가와 정제 마진 동반 상승에 재고 평가 이익 등을 합산해 이례적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지난해를 제외하면 정유 사업 수익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석유화학업계에선 “코로나19 사태가 극에 달해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국제유가를 기록한 2020년에 수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을 때도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는데, 난방비 폭탄 해소를 위해 세금을 내라는 주장은 과도하다”는 노골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두고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은 아니었지만, 세금 납부 유예 등의 우회적인 정부 지원을 통해 코로나19 사태 당시 조 단위 지원을 받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야당은 이른바 ‘난방비 폭탄’ 문제가 불거진 이후 초호황을 누린 정유사에 대해 횡재세 개념의 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횡재세 도입 목소리에 불씨를 지핀 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약 7조2000억원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정부에 제안하면서 “재원 확보를 위해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과도한 불로소득, 또는 과도한 영업이익을 취한 것에 대해 전 세계에서 이미 시행하듯 횡재세 개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정유사가 거둔 초과 수익에 대해 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 같은 정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별도의 횡재세 관련 입법을 추진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달 31일 정부를 향해 “추가 경정 예산안 처리나 고유가 과정에서 이익을 본 정유사들에 부담금이나 자발적 기금을 마련하게 하는 횡재세적 성격의 전향적 대책을 만들어 달라”고 언급했다. 김 의장은 “현행 석유사업법 18조에 따라 국제유가의 등락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산업부 장관이 부과금을 거둬 에너지 취약계층에 쓸 수 있다”고도 했다. 

정유사에 대한 횡재세 부과 목소리는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지난해 6월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정유사에 대해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얻은 초과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쏟아졌다. 당시 정유 사업을 영위하는 석유화학업체들이 정부의 유류세 인하 확대에 적극 동참해 인하분을 석유 제품 가격에 즉각 반영하면서 횡재세 도입 목소리도 잠잠해졌는데, 최근 난방비 폭탄에 또 다시 횡재세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유사를 거느린 석유화학업체들 사이에선 “코로나19 사태 위기 당시 정부 지원을 받지도 못했고,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에도 적극 참여해왔는데,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 대한 부담금을 내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하소연이 많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표정 관리’

정유사가 있는 석유화학업체들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들 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들 업체에 2020년 4∼6월분 석유 수입·판매 부과금 징수를, 국세청은 4~6월분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등의 세금 납부를 3개월 유예했다. 당시 정부는 이 같은 지원을 통해 2조원 이상의 자금 부담 완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한국석유공사는 석유 제품 수요 급감에 저장 공간 부족한 석유화학업체들에 대해 저장탱크 임대 등에 나섰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횡재세 도입 국가가 많지 않은 데다, 석유를 생산하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 석유를 수입해 석유 제품을 만드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많다. 영국 등이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 성격의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 비교하면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정유 사업은 국제유가 상승이 이익으로 직결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석유화학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를 제외한 2012년~2021년 10년간 정유 사업의 순이익률은 2%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산된다. 

정유 사업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석유화학업체들은 표정 관리에 나선 분위기다. 1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은 보도자료에서 사상 최대 실적인 연간 실적이 아닌 영업손실을 기록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먼저 언급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LG화학은 지난달 31일 실적 발표 보도자료에서 연간 실적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LG화학의 연간 실적은 2021년보다 감소하긴 했으나, 지난해 4분기 실적보단 양호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유사가 있는 석유화학업체들이 기본급 10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한 것이 알려지면서 횡재세 도입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업체 입장에선 사상 최대 실적이 대대적으로 알려지는 게 오히려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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