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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범은 우리 주위에 있다…'회사원·무직·주부·' 많아

['보험사기' 올해는 잡힐까] ①
2021년 사기 적발액 9343억...미적발 더하면 2조 추정
회사원·주부 등 일반인 사기 가담 심각
'즉시 환수' 보험사기법 통과 절실한 보험업계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9343억원. 지난 2021년에 적발된 ‘보험사기’ 액수다. 연간 1조원에 가까운 돈이 보험사기로 지급됐다. 물론 이는 적발된 금액일뿐이다. 미적발된 금액까지 더하면 보험사기액이 연 1조5000억~2조원에 이르고, 사회보험 부정수급까지 더하면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사기로 보험금이 줄줄 새고 있는 셈이다.

당국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보험사기 증가로 가입자 피해가 커지면 당국이 강조하는 금융안전성에도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감독당국도 소비자보호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보험업계 간담회에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 상반기 통과’를 특별히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023년은 보험사기 피해가 줄어드는 ‘터닝포인트의 해’가 될 수 있을까.

적발액 매년 증가세...연간 8만~9만명 가담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보험사기 적발액은 ▶2017년 7302억원 ▶2018년 7982억원 ▶2019년 8809억원 ▶2020년 8986억원 ▶2021년 9434억원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22년 8월까지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만 6892억원으로 지난해 적발액은 1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적발인원은 ▶2017년 8만3535명 ▶2018년 7만9179명 ▶2019년 9만2538명 ▶2020년 9만8826명 ▶2021년 9만7629명 등이다. 매년 8만~9만명에 달하는 인원이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실정이다.

[자료 금융감독원]
보험사기 적발 비중은 생명보험보다 손해보험이 압도적으로 많다. 2021년 보험사기 적발액(9434억원) 중 손해보험 적발액만 8879억원으로 전체의 94.1%를 차지했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은해 남편 계곡 살인사건’은 생명보험금 지급을 목적으로 대표적인 보험사기다. 다만 생명보험금 사기 사례는 자동차·실손·여행자·골프 보험 등 손해보험 종목 대비 현저히 적다. 2021년 보험사기 적발액에서 살인·상해 보험사기는 52억원에 그친 반면, 병원 진단서 조작, 자동차 사고 및 수리비 조작 등 ‘내용 조작’으로 보험금을 부당 편취한 사례는 5713억원에 달했다.  

보험사기 가담자들의 유형은 매우 평범(?)한 편이다. 2021년 직업별 보험사기 적발 통계를 보면 1위는 회사원(보험업 외)으로 총 1만8718명, 전체 19.2%를 차지했다. 2위는 ‘무직·일용직’으로 총 1만2293명(12.6%), 전업주부가 1만885명(11.1%)으로 뒤를 이었다. 보험사기 적발자 빅3가 회사원, 주부, 무직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도 구성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반 학생’의 보험사기 적발수도 4035명(4.1%)에 달하며 전체 4위를 기록했다. 특히 20대의 보험사기는 최근 3년간 연평균 15.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 ‘내부의 적’도 문제다. 2021년에 보험업 모집종사자(설계사)는 1178명(1.2%)이나 보험사기에 적발됐다. 업계에 따르면 무직이나 전업주부 통계에는 퇴사한 보험설계사가 상당수 섞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관계자는 “전현직 설계사들은 교묘하게 사기 보험금을 타는 데 능숙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주로 주변 사람들을 선동하고 보험사기를 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환수율이 중요한데 10%에 불과해 
지난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3호 국회(임시회) 개회식에서 의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연합뉴스]

보험사는 머리가 아프다. 1조원에 달하는 적발액에 미적발까지 감안하면 수조원의 돈이 매년 줄줄 새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반사효과를 보기 전인 2019년 손보사 총 순익은 1조5000억원을 기록했는데 같은 해 보험사기 적발액만 8800억원을 기록했다.  

또 지난 5년간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보 등의 보험사기 적발액은 각각 1조2242억원, 1조464억원, 1조329억원이었다. 회사별로 매년 평균 2000억원가량의 보험금이 증발했다. 보험사기가 늘어날수록 보험사 순익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당국과 보험업계가 마냥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2016년 처벌을 한층 강화한 보험사기특별방지법을 제정했고 지난 몇 년간 보험사기 포상액을 꾸준히 상향해왔다. 올해부터는 보험사기 신고 포상금이 최대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무려 두 배나 뛰었다. 보험사기를 잡아내려면 주변 지인의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보험사기 적발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환수’되느냐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큼 즉시 환수가 가능하게 법을 바꾸는 것도 경각심 고취에 도움이 돼서다.

보험금 환수는 최종 사법조치 결과가 나온 후 진행된다. 하지만 재판 종료시점까지 긴 시일이 소요돼 지급보험금 소진 등 재산 부족으로 환수율이 저조한 실정이다. 보험금 반환청구권 소멸시효도 5년으로 짧다. 이에 최근 5년간 보험사기 적발액 환수율은 10%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보험사기특별방지법에 환수 관련 조항이 없는 것이 독으로 작용된 셈이다. 보험업계가 2월 임시국회 때 ‘즉시 환수’ 조항이 있는 새 보험사기특별방지법 통과를 ‘업계 숙원’으로 표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험사기에 대한 국민 관심도도 더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기 지급액이 많아질수록 보험사 손해가 커져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보험사기가 늘어날수록 내 보험료가 오른다는 얘기다. 보험사기를 단순 보험사의 피해로만 바라보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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