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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식’ 꼬리표 떼고 일상식 안착…‘비비고 죽’ [1000억 식품의 비밀]

상품죽 시장 1위 ‘양반죽’ 맹추격…최근 ‘소프트밀’로 이름 바꿔

햇반 소프트밀 제품 이미지. [사진 CJ제일제당]

“이 제품이 여기꺼였어?” 일상에서 종종 들리는 이 말은 잘 만든 대표 상품 하나가 기업 전체를 먹여살린다는 공식을 보여준다. 제품의 매력이 브랜드의 가치를 결정 짓는 시대. 식품 업계는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1000억 클럽’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효자 식품’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고객의 입맛과 니즈를 단번에 사로잡은 식품의 성공 비결이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자.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바쁜 일상 속, 간편한 방식으로 속을 든든히 채울 수 있는 ‘죽’. ‘밥 만한 게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하는 죽은 오랜 기간 사랑 받아왔지만, 여전히 환자식이라는 강력한 꼬리표 안에 갇혀있었다. 이 공식을 깨뜨리고 죽을 일상식 반열에 들여온 제품이 있으니, 바로 지난해 11월 ‘소프트밀’로 이름을 바꾼 CJ제일제당(097950)의 ‘비비고 죽’이다. 

소프트밀(前 비비고 죽)은 론칭 1년 5개월 만인 2020년 4월에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바 있는 CJ제일제당의 효자 제품이다. 지난 2021년에는 9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누적 매출 2300억원을 돌파해, 메가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소프트밀은 출시 당시 상품죽 시장 성장도 수반할 정도의 성과를 냈다. 통계분석전문기업 닐슨미디어코리아에 다르면 통계 기준 지난 2017년 720억원대 규모였던 상품죽 시장은 비비고 죽 출시 이듬해인 지난 2019년 1400억원대로 커졌다. 지난해에는 1700억원대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된 영향으로 가정 내 취식이 크게 늘고, 간편식 트렌드가 지속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시장 점유율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런칭 초기 4%대에 불과했던 점유율은 ▲2019년 33.1% ▲2020년 37.8% 로 급격히 뛰었으며, 2021년에는 1위(41.8%)인 동원 F&B 양반죽과 근소한 차이인 41.7%를 달성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어 지난해 역시 상반기 기준 시장 점유율 40.1%를 기록하며 동원(42.5%)과 근소한 차이로 시장 리딩에 성공했다. 동원의 양반죽은 지난 2001년부터 쭉 1위를 유지해온 바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 

주로 1인분 용기 형태로 출시되던 과거의 간편죽 제품들과 달리, 소프트밀(前 비비고 죽)은 상온 파우치 패키지 형태를 시도해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사진 본죽, 오뚜기, CJ제일제당]

업계 최초 ‘상온 파우치’에 ‘맞춤형 고명’...새로운 시도 빛났다

소프트밀의 인기 비결로는 무엇보다 1인분 용기형 제품으로 가득했던 죽 시장에 상온 파우치 패키지(1~2인분)를 처음 내놓았다는 점이다. 유통 형태 자체를 뒤바꾸며 새로운 시도를 아끼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품죽 시장에 혁신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다.

죽 메뉴를 다변화하고, 개발 단계에서부터 투자를 더해 맛의 품질을 높였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CJ제일제당은 전문점 수준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자사 연구개발(R&D) 기술력을 아낌없이 동원했다. 햇반과 비비고 국물요리 등 상온 가정간편식(HMR) 기술력과 노하우를 죽에 접목해 주 원재료인 쌀, 육수, 원물 3대 핵심 속성에 연구개발을 집중했다. 또 국내 식품업체 중 유일하게 재료가 자잘해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던 기존의 슬라이스 방식을 벗어나 메뉴에 어울리는 고명을 넣고 고명의 양, 크기, 슬라이스 방식도 다양화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직접 조리하기 번거로운 죽을 집에서 만드는 방식 그대로 구현해, 정성이 담긴 차별화된 제품으로 탄생시켰다”며 “전자레인지에 간편하게 데워먹을 수 있음에도 독보적 맛과 품질을 선보여 상품죽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바꾼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밀’의 전신인 ‘비비고 죽’패키지 이미지. 지난해 11월 브랜드와 패키지가 바뀌었다. [사진 CJ제일제당]

한편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비비고’ 브랜드를 달고 판매하던 죽 제품을 ‘햇반’ 라인업으로 옮겨, ‘햇반 소프트밀’로 브랜드와 패키지를 변경했다. 쌀 가공 전문 브랜드 이미지를 확대하고, 전문 브랜드로서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제품의 품질을 더욱 높이기 위한 승부수다. CJ제일제당은 이번 변화를 통해 26년간 쌓아 온 대표 식품 햇반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토대로 국내 유일의 ‘맞춤식 자가도정 기술’을 소프트밀에 적용해, 죽에 적합한 최적의 쌀알 식감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다가오는 포스트코로나시대에도 상품죽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프리미엄급 제품의 메뉴를 확대하고,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등 노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죽이 아프거나 소화가 안되는 사람들만 먹는 음식이 아닌, 평상시 하나의 메뉴로 즐기는 ‘일상식’으로 더욱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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