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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주식은 경기보다 앞선다”…3월이 저점인 이유[이코노 인터뷰]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인터뷰
“명목 GDP 대비 코스피 저평가 구간”
“작년 주식 폭락 때도 수익률 4% 선방”…올해는 삼성전자, 2차전지 등 유망
韓은 이미 경기침체 돌입…“집값, 1년 더 하락할 수도”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가 지난 15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시장은 언제나 똑똑하다.” 이 말은 최근에 와서 투자자들에게 더 실감나게 들린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데도 시장금리는 이보다 하회하며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현상’이란 분석도 있지만,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이상한 현상이 아니라 시장이 중앙은행보다 더 똑똑하기 때문”이라며 “연내 기준금리가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닥터둠’으로 불렸던 김 교수는 요즘 ‘킹영익’(이름에 왕을 뜻하는 King을 붙인 합성어)으로 인정받는다. 오라는 곳도 많다. 국민연금 등의 기관부터 대기업, 금융사 등 안 부르는 곳이 없다. 지난 15일 오전 일찍 ‘이코노미스트’와 만난 김 교수는 인터뷰 후에도 한 대형 보험사에 강의가 있다며 나갈 채비를 했다. 

김 교수가 유명해진 것은 2021년 6월 3300을 돌파한 코스피가 4000을 간다는 기대가 높았을 때, 2200을 예견했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단 1년 만에 2134.77까지 주저앉았다. 당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할 때 김 교수는 “역사상 가장 심한 거품이 발생했다”고 경고했다. 지금 그는 주식 저점을 설명하며 자산을 확대하는 기회의 시기를 강조한다. 

“이미 경기침체 경험 중…연말 기준금리 인하 나타난다”

Q 우리나라만 아니라 글로벌 경기가 침체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 우리나라는 이미 경기침체에 빠진 것 같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소비와 투자, 수출 등 좋은 지표가 하나도 없다. 이렇게 경기가 나빠지게 되면 가장 어려운 곳은 가계와 자영업자들이다. 특히 가계 중에서도 30대가 돈을 너무 많이 빌려서 주식에 투자하고 집을 구매했다. 30대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는데 한 달에 100만원을 벌면 거의 절반을 은행에 원리금으로 내고 있다는 의미다. 

중소기업도 어렵다. 중소기업의 50% 정도가 이자보상비율이 1미만으로 나온다. 1년 간 영업이익을 내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경기가 더 나빠지면서 가계가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중소기업도 굉장히 어려워진다. 기업 실적은 올해 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Q 무역수지는 적자 행진 중인데, 수출경기가 쉽게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 

-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예를 들어 한국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달한다. 세계 경제가 나쁘면 제일 먼저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는다. 그래서 주요국과 비교해 지난해 코스닥이 많이 떨어졌고, 그 다음이 코스피였다. 원/달러 환율도 고공행진 했다. 수출 의존도가 워낙 높은 나라기 때문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한국 경제를 ‘세계 경제 풍향계’ ‘탄광 속의 카나리아’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경제를 보면 세계 경제 흐름을 알 수가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산출하는 국가별 경기선행지수를 보면 한국이 평균을 선행한다. 우리 경제를 먼저 봐야하는 이유다. 지금은 미국보다는 한국 경제, 한국의 금융시장에 더 관심을 가질 때라고 본다. 

서울 남산에서 시민들이 기업, 은행 등 빌딩이 밀집한 도심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Q 미국이 경제지표의 기준이 되고 있는데, 한국 경제 지표가 중요한가?

- 중요한 지표들은 미국이 기준이 되는 것이 맞지만 10년 단위로 미국 주가가 좋았다가 나빠졌다를 반복했다. 달러 사이클과 같은데, 달러 가치가 오를 때 미국 주가가 좋았고, 달러 가치가 떨어질 때 우리나라 주가가 좋았다. 지금 달러 가치가 고점을 치고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런 흐름이 상당히 오래갈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미국 주식 비중을 많이 줄이고 한국 주식을 해야 된다고 말한다. 

Q 미국의 경제 상황은 어떻게 보는지.

- 올 2~3분기에 미국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1인당 실질 가처분 소득은 줄고 있다. 임금보다 물가가 더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 가계 저축률이 지난해 연평균 3.3%였다. 2000년 이후로 연평균 6.7%를 기록했는데, 2005년 이후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이미 모아놓은 돈을 많이 썼다는 의미다. 주가만 아니라 미국 집값도 떨어지고 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결국 소비가 줄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 인상 후 나타나는 효과를 보면 약 12개월 후에 나타났다. 금리를 인상한 뒤 1년이 지나면 소비가 제일 많이 감소하는 것이다. 지난해 3월부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계속 금리를 인상했으니까 그 효과는 올해 2분기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Q 그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방향은 어떻게 보고 있나.

-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더 낮아질 수가 있고, 4분기로 가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고민이 많을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4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물가는 1월에 예상보다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리면 한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은 끝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4분기에는 한은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

Q 우리나라 수출이 좋아지려면 어떤 방법이 있다고 보는지?

- 수출하는 국가를 다양하게 분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중국 수출 비중은 전체의 26%까지 갔다가 지난해 23%로 떨어졌다. 대신 늘어난 지역이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지역이다. 지난해 18.3%까지 높아졌다. 이런 국가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최대 흑자국도 베트남이었다. 중국은 이제 노트북, 핸드폰, 자동차 등 우리가 생산하는 물건 대부분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아세안 국가들은 그러지 못한다. 인도의 인구가 중국을 추월하고 있다는데, 인도 시장에도 많이 진출해야 한다. 인도에 가면 일본차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차도 많이 팔릴 수 있는 시장이다.

주식 저점 매수 기회왔다

Q 이렇게 경기가 나쁜데 주식은 오를 것으로 판단하시는지?

- 코스피는 여전히 너무 저평가되어 있다. 주가는 경기를 선행한다. 2021년 6월에 주가가 고점을 쳤다. OECD와 우리나라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같은 해 5월에 이미 정점이었다. 올해 경기는 나쁘겠지만 주가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도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를 전망하면 3월에 저점이 나올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올해 코스피가 2700도 넘을 수 있다고 본다. 명목 GDP로 보면 코스피의 적정 수준은 3000이 넘는다. 그만큼 저평가 됐다는 것이다. 3분기에 조정을 보겠지만 큰 흐름은 상승세다.

지난해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를 기록했지만 지금은 3.5%까지 떨어졌다. 은행으로 가던 자금이 줄고, 머니마켓펀드(MMF) 규모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MMF 설정액이 150조원을 넘었고 최근엔 200조원도 넘었다. MMF는 수익에 따라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는 자금이다. 그 자금이 주식시장에 들어온다고 본다.

Q 어떤 종목이 유망하다고 보는지?

- 경기 수축 국면에서는 케이티(KT) 같이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방어주를 사라고 했지만, 지금은 삼성전자, 네이버, 2차전지 등 성장 가능성이 있는 주식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유망한 섹터가 2차전지라고 본다. 이미 많이 올랐지만 조정을 거칠 것으로 본다. 지금은 내연기관차는 없애고 전기차로 이동하는 추세다. 수요가 엄청 늘어나고 있는데다 우리나라는 2차전지를 가장 잘 만든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의 주식을 산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Q 부동산 시장 관심도 많다. 부동산은 금리보다 경기에 더 민감하다고 했는데?

- 부동산 가격은 하락 초기 국면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가격 기준으로 보면 집값은 지난해 6월이 정점이었고, 약 8개월째 떨어지고 있다. 집값의 하락 사이클은 8개월 내에 그친 적이 없다. 집값을 결정하는 것은 초기에는 금리고, 갈수록 경기다. 쉽게 말해 금리가 내려도 소득이 있어야 집을 살 텐데, 경기가 나빠지면 임금이 오르지 않아 집을 살 여유가 없다. 

집값은 과대평가돼 있다. 지금 서울의 경우 ‘연 소득 대비 주택구매가격 비율’(PIR)이 19배까지 올랐다. 중산층이 19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중간 가격 수준의 집을 마련한다는 이야기다. 장기 평균은 12배다. 

Q 부동산 시장이 언제쯤 풀릴 것으로 보나

-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해 10월에 정점을 찍고 지금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한번 떨어지면 19개월 동안 떨어진다. 앞으로 1년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지금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데, 결국 강남과 용산 지역 규제도 풀고 총부채원래금상환비율(DSR)도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통계청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보며 거시경제 흐름 읽어야

Q 지금 1억원이 있으면 자산 배분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지?

- 올해는 약 60%를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고 본다. 나머지 20%는 은행 예금과 채권에 넣으면 된다. 다만 주식 투자도 3분기에 조정장이 올 수 있어 나눠서 살 필요가 있다. 증권사 데이터를 보면 20~30대의 주식 수익률이 가장 낮았다. 대출을 받거나 한 번에 몰아서 투자하기 때문이다. 100세까지는 투자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선 거시금융 흐름을 알아야 한다. 꼭 봐야하는 지표가 있다면 OECD나 우리나라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를 보면 도움이 된다. 

Q 시장을 예견하고 맞췄는데, 지난해 교수님의 수익률은 어땠는지?

- 지난해 코스피가 24%가량 떨어졌는데 내 수익률은 4%정도를 기록했다. 올해도 수익을 냈는데 코스피 상승에 비하면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이 하락할 때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나의 원칙은 ‘원금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원금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지난해는 수익률보다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고 봤다. 

Q 요즘 기준금리는 오르는데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있다.

- 시장금리는 미래의 경제 성장률, 물가가 반영돼 있다. 그래서 기준금리보다 선행한다. 기준금리는 현재의 경제 성장률과 물가를 고려해 정책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한은은 지금 당장 물가가 높기 때문에 이를 보고 금리를 판단하지만 시장금리는 앞을 내다보고 변동된다. 미래를 반영하는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인과관계를 보면 시장금리가 기준금리의 향방을 설명해준다. 그래서 시장이 훨씬 더 똑똑하다고 말한다. 과거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있다면 중앙은행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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