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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보다 LCD에 집중하는 삼성전자, 울상된 삼성디스플레이

삼성 OLED, 같은 크기 QLED보다 최대 400만원 저렴
QLED 우월성 강조했던 전략 OLED 도입 후에도 유지
삼성디스플레이는 부담…“LCD보다 아래라는 인식 확산 우려”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이 초대형 77형 TV용 QD-OLED를 제품을 관람하고 있다. [제공 삼성디스플레이]

[이코노미스트 이건엄 기자] 삼성전자가 퀀텀닷(Q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이 탑재된 ‘삼성 QD-OLED TV’를 액정표시장치(LCD) 기반의 QLED TV 보다 한 체급 아래로 포지셔닝(Positioning, 고객에게 브랜드의 위치를 각인 시키는 작업)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QD-OLED가 LCD보다 못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같은 자발광 패널인 LG OLED와의 경쟁에서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1일부터 사전 판매에 돌입한 ‘삼성 OLED’의 판매 가격을 QLED 보다 낮게 책정했다. LCD 기반의 QLED가 QD-OLED를 탑재한 삼성 OLED보다 한 체급 위라는 것을 시장에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 OLED의 가격은 최상위 모델인 77형이 799만원에 책정됐다. 이는 비슷한 크기의 2023년형 네오 QLED 8K(1280만원)보다 400만원 이상 저렴하다. 특히 4K 해상도가 적용된 네오 QLED 75형(809만원)보다도 가격이 낮다. 사실상 삼성 OLED를 네오 QLED보다 한 체급 아래의 제품으로 설정한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OLED가 고객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선 QLED가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이라며 “OLED 방식이 더욱 진보되고 기술적으로 개선된다면 플래그십 모델로 고려할 수 있지만 당분간은 QLED가 최상위 모델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OLED 내려치기 전략이 QD-OLED 패널 공급자인 삼성디스플레이에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QD-OLED가 QLED보다 아래라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할 경우 같은 자발광인 LG OLED와의 경쟁에서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TV 시장 1위 업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포지셔닝이 QD-OLED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특히 QD-OLED 보급 측면에서도 대형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지금과 같이 판매에 미온적으로 나설 경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을 활용해 TV를 생산하는 제조사는 삼성전자와 소니 외에는 마땅치 않다. 소니의 경우 지난해 QD-OLED 패널을 탑재한 TV를 출시했지만 아직 주류 모델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QD-OLED가 이제 막 태동했다는 점에서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QD-OLED의 체급을 LCD 기반의 QLED보다 낮게 유지할 경우 자발광 패널 시장에서의 QD-OLED 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삼성 디지털프라자 대치본점에서 2023형 Neo QLED 8K 85형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세계적 추세와 반대되는 행보

삼성전자의 이런 포지셔닝은 세계적 추세와 반대되는 행보다. 실제 LG전자와 소니, 샤프 등 글로벌 주요 TV 제조사들은 OLED 기반의 자발광 TV를 LCD TV 보다 상위 제품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대다수 브랜드가 OLED를 LCD 이후의 차세대 패널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같은 전략을 취하는 것이 OLED를 부정해왔던 과거의 행적과 관련이 깊다고 보고 있다. QLED가 OLED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지속해 홍보해 왔던 탓에 OLED TV를 당장 플래그십 모델로 삼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월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QLED TV가 올레드 TV보다 우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계 모든 TV 제조사가 OLED 밑에 LCD를 놓고 판매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삼성 역시 이를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QLED와 OLED의 제품 포지셔닝을 놓고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발광이 LCD보다 좋다는 것은 이미 시장에서도 다년간의 학습으로 충분히 알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OLED 채택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삼성전자지만 향후 시장 반응에 따라 OLED를 QLED보다 높은 프리미엄 모델로 격상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QD디스플레이는 나노미터 크기의 퀀텀닷 소재를 색채필터로 활용하는 디스플레이다. 기존 액정표시장치(LCD)보다 색 재현력 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QD디스플레이는 파란색 OLED 소자를 발광원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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