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이하 국수본부장)에 임명된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 학폭 논란이 일자,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정 변호사는 25일 입장문을 통해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2017년 한 자립형사립고에 다니면서 기숙사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동급생에게 8달간 언어폭력을 행사해, 그 이듬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재심과 재재심을 거치고 전학 처분을 받았다. 

당시 해당 고등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피해 학생 측은 정 변호사의 아들이 ‘넌 사료나 처먹어야 한다’ ‘좌파 뺄갱이’ ‘왜 인간이 밥 먹는 곳에 오냐? 구제역 걸리기 전에 껴져라’ 등의 말을 들었다고 호소한 것으로 기록됐다. 또 이후 이 학생은 “죽을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냥 내가 참고 전학 갈까 생각했지만,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설득해서 신고하게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피해 학생은 정신적 고통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정상적인 학업 생활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호소에도 정 변호사 측은 '전학 처분이 지나치다'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정 변호사 아들은 결국 전학 처분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논란에 야권 측은 정 변호사의 임명 취소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키우기도 했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시·도당 및 지역위원회 을지로위원장 리더십 워크숍에 참석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잔인한 학교폭력 소재를 다룬 드라마 ‘더글로리’가 현실에 나온 것 같아 충격이다”며 “필요하다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서 관련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역시 “한마디로 ‘더 글로리’ 현실판”이라며 “아빠가 법조계라 재판 걸어도 이긴다며 지속적으로 가해를 일삼은 정순신 아들의 학폭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이후 대처과정에 법조 권력을 동원해 아들을 변호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라며 “정순신 본부장 임명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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