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반도체 학과 vs 지방대 의대, 선택은? [임성호의 입시지계]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이공계 보단 지방이라도 의대로…급격한 의대 쏠림 현상
서울 상위권 대학 인기 공과대학 학생 이탈로 이어져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지방 의대에 합격한 학생들이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이공계로 진학하고 있다는 기사를 흔하게 접할 수 있었다.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보다는 이공계를 선택해 대기업에 취업하고 미래 산업을 발굴하는 쪽으로 모인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2023학년도 입시에서 이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공계보다는 지방이라도 의대를 선택하는 기류로 급선회 된 것이다. 급격한 의대 쏠림 현상은 서울 상위권 대학의 인기 공과대학 학생 이탈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 취업 보장’ 학과…합격생 대거 등록 포기
반도체학과를 예로 들어 보자. 현재 이 학과는 대기업과 명문대학이 연계해 학과를 개설하고 취업까지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반도체 학과를 집중 육성한다’는 정책 발표까지 더해져 해당 학과에 우수 인재들이 급격히 유입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현재 연세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삼성전자와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SK하이닉스와 연계해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반도체시스템공학과, 포항공과대 반도체공학과는 삼성전자와 연계돼 있다. 모두 졸업 후에 연계 기업에 취업이 보장된 학과들이다.
이러한 파격적 조건으로 이들 학과는 모두 해당 대학 내에서 의학계열 다음 정도 순번으로 합격 점수가 높은 학과로 꼽힌다.
2023학년도 정시모집에선 이러한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결과가 속출했다. 반도체학과 합격생이 대거 등록을 포기하고 지방권이라도 의대로 빠져나가는 분위기가 포착된 것이다. 정부정책, 대기업 취업보장 등도 의사라는 직업에 밀린다는 이야기다.
연세대 반도체공학과의 경우 정시 모집인원이 10명인데, 등록포기자가 13명이나 됐다. 정시는 3번의 원서접수 기회가 있기 때문에 동시 합격을 할 경우 한 곳으로 최종 등록을 해야 한다. 연세대 반도체공학과는 최초 합격 10명 전원이 등록을 포기한 것이다. 결국 전체 지원자의 10등 커트라인이 등록포기자 속출로 최종 23등까지 합격시켰다는 의미다. 합격선도 상당히 내려간 셈이다.
결국 연세대 반도체공학과 학생들은 같은 군에 속해있는 고려대엔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서울대 또는 의대로 빠져나갔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16명 모집에 무려 44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최초 지원자의 16등에서 커트라인이 형성됐으나, 등록포기자 대량 발생으로 60등까지 커트라인이 내려갔다는 의미다. 16등과 60등의 합격선은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라인도 마음만 먹으면 약대 정도 이상의 의학계열도 노려볼 수 있는 수준의 학생들이다. 이러한 현상은 고려대, 서강대에서도 동일한 패턴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취업난 속에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고 정부가 앞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정책 학과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공계 우수 인재들이 모두 의학계열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해석 할 수 있다. 미래의 새로운 산업분야에 대한 발굴과 치열한 글로벌 경쟁 시대에 대응하는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는지 긴급 점검을 해야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의사, 정년 없는 고소득 직업 매력적
학생들 입장에서 이러한 선택을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의사라는 직업이 취업이 보장되는 명예직인 것은 물론 고소득에 정년이 없어서다. 여기에 의사 수도 부족해 앞으로 의대를 더 신설해야 한다라는 정부의 정책 의지도 의대 쏠림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학생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과거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서 고교 졸업 후에 선발하는 학부 선발로 전환했고 치대, 약대 또한 전문대학원에서 학부 선발로 모두 전환됐다. 1년에 의대, 치대, 수의대, 한의대, 약대 선발 인원은 7000명 규모다.
이공계 모집인원이 대학에서 1500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5개 대학 정도에 버금가는 규모다. 산술적으로 학생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이들 대학의 모집규모는 과거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상황이다. 그만큼 들어가기도 예전보다 쉬워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최상위권이라 경쟁, 합격점수가 크게 하락한 상황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들은 의학계열에 초집중하고 있는 양상이다.
지금 수험생 학부모들은 과거 학력고사, 수능 초창기 세대다. 이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국내 경기침체, 직업의 불안정성 등을 경험한 세대이기도 하다. 자녀에게 기업의 근로자 신분과 전문적 의사로서의 선택지가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기업 근로자로서의 가치관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고 미래 직업 가치관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줄 수 있는 기업과 정부의 구체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공계 고급 인재에게도 의사보다는 이공계 선택을 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2023학년도 서울대 의대 정시 합격생 등록포기생은 0명이다.
필자는…
1996년부터 교육회사에 몸담아 현재 종로학원, 종로학력평가 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초중고 학력평가 시험을 만들었고, 대학 입시 분야를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언론사 고교평가 자문은 물론 교육방송과 교육 정책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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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23학년도 입시에서 이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공계보다는 지방이라도 의대를 선택하는 기류로 급선회 된 것이다. 급격한 의대 쏠림 현상은 서울 상위권 대학의 인기 공과대학 학생 이탈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 취업 보장’ 학과…합격생 대거 등록 포기
반도체학과를 예로 들어 보자. 현재 이 학과는 대기업과 명문대학이 연계해 학과를 개설하고 취업까지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반도체 학과를 집중 육성한다’는 정책 발표까지 더해져 해당 학과에 우수 인재들이 급격히 유입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현재 연세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삼성전자와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SK하이닉스와 연계해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반도체시스템공학과, 포항공과대 반도체공학과는 삼성전자와 연계돼 있다. 모두 졸업 후에 연계 기업에 취업이 보장된 학과들이다.
이러한 파격적 조건으로 이들 학과는 모두 해당 대학 내에서 의학계열 다음 정도 순번으로 합격 점수가 높은 학과로 꼽힌다.
2023학년도 정시모집에선 이러한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결과가 속출했다. 반도체학과 합격생이 대거 등록을 포기하고 지방권이라도 의대로 빠져나가는 분위기가 포착된 것이다. 정부정책, 대기업 취업보장 등도 의사라는 직업에 밀린다는 이야기다.
연세대 반도체공학과의 경우 정시 모집인원이 10명인데, 등록포기자가 13명이나 됐다. 정시는 3번의 원서접수 기회가 있기 때문에 동시 합격을 할 경우 한 곳으로 최종 등록을 해야 한다. 연세대 반도체공학과는 최초 합격 10명 전원이 등록을 포기한 것이다. 결국 전체 지원자의 10등 커트라인이 등록포기자 속출로 최종 23등까지 합격시켰다는 의미다. 합격선도 상당히 내려간 셈이다.
결국 연세대 반도체공학과 학생들은 같은 군에 속해있는 고려대엔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서울대 또는 의대로 빠져나갔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16명 모집에 무려 44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최초 지원자의 16등에서 커트라인이 형성됐으나, 등록포기자 대량 발생으로 60등까지 커트라인이 내려갔다는 의미다. 16등과 60등의 합격선은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라인도 마음만 먹으면 약대 정도 이상의 의학계열도 노려볼 수 있는 수준의 학생들이다. 이러한 현상은 고려대, 서강대에서도 동일한 패턴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취업난 속에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고 정부가 앞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정책 학과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공계 우수 인재들이 모두 의학계열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해석 할 수 있다. 미래의 새로운 산업분야에 대한 발굴과 치열한 글로벌 경쟁 시대에 대응하는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는지 긴급 점검을 해야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의사, 정년 없는 고소득 직업 매력적
학생들 입장에서 이러한 선택을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의사라는 직업이 취업이 보장되는 명예직인 것은 물론 고소득에 정년이 없어서다. 여기에 의사 수도 부족해 앞으로 의대를 더 신설해야 한다라는 정부의 정책 의지도 의대 쏠림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학생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과거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서 고교 졸업 후에 선발하는 학부 선발로 전환했고 치대, 약대 또한 전문대학원에서 학부 선발로 모두 전환됐다. 1년에 의대, 치대, 수의대, 한의대, 약대 선발 인원은 7000명 규모다.
이공계 모집인원이 대학에서 1500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5개 대학 정도에 버금가는 규모다. 산술적으로 학생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이들 대학의 모집규모는 과거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상황이다. 그만큼 들어가기도 예전보다 쉬워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최상위권이라 경쟁, 합격점수가 크게 하락한 상황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들은 의학계열에 초집중하고 있는 양상이다.
지금 수험생 학부모들은 과거 학력고사, 수능 초창기 세대다. 이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국내 경기침체, 직업의 불안정성 등을 경험한 세대이기도 하다. 자녀에게 기업의 근로자 신분과 전문적 의사로서의 선택지가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기업 근로자로서의 가치관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고 미래 직업 가치관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줄 수 있는 기업과 정부의 구체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공계 고급 인재에게도 의사보다는 이공계 선택을 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2023학년도 서울대 의대 정시 합격생 등록포기생은 0명이다.
필자는…
1996년부터 교육회사에 몸담아 현재 종로학원, 종로학력평가 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초중고 학력평가 시험을 만들었고, 대학 입시 분야를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언론사 고교평가 자문은 물론 교육방송과 교육 정책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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