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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만원 ‘화병’, 3000만원에 낙찰”…서울옥션 새해 첫 경매부터 ‘10배’ 터졌다 [가봤어요]

고미술품서 동시다발적 유찰·경합 눈길
19세기 ‘서수낙원도’ 2억5000만원 낙찰
천경자 이름 알린 ‘정’은 6억에 낙찰

지난달 28일, 2023년 새해 첫 오프라인 경매가 열린 서울옥션 강남센터 경매장에 사람들이 가득차있는 모습. 경매사가 천경자 화백의 작품‘정(靜)’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김서현 기자]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치열한 전화 경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억5000, 2억5000만원 부르셔야 합니다.”

지난 2월 28일, 2023년 새해 첫 오프라인 경매가 열린 서울옥션 강남센터 경매장에서는 입찰자들간의 치열한 경합이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적게는 50만원 단위로 시작된 경합이 순식간에 100만원, 200만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가열된 분위기에 낙찰액이 추정가를 훌쩍 웃돌기도 했다. 

치열한 경합으로 ‘이변’ 속출한 고미술품 경매

지난 2011년 ‘진품명품’에서 최고가 15억원을 찍었던 작품 ‘석천한유도’. 출품 소식이 전해져 경매 시작 전부터 눈길을 끌었으나, 위탁자의 개인사정으로 출품이 취소됐다. [제공 서울옥션]

이번 경매장에선 기대를 모았던 대작의 안타까운 유찰 소식과 함께 예상치 못한 작품들의 치열한 경합이 동시에 펼쳐져 열기를 더했다. 특히 이번 경매에선 의미있는 작품이 다수 출품된 ‘고미술품’ 분야의 이변이 속출했다. 

화면을 가득 채운 소나무와 영지 버섯의 모습이 인상적인 겸재 정선의 대작, ‘수송영지도’를 비롯해 보존 상태가 좋아 역사적, 사료적 가치가 높은 조선 전기 ‘나전모란당초문화형반’ 등이 주요 작품에 이름을 올렸지만 유찰됐다.

2011년 ‘진품명품’에서 최고가 15억원을 찍었던 작품 ‘석천한유도’는 경매 시작 전부터 출품 소식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위탁자의 개인사정으로 출품이 취소돼 아쉬움을 남겼다. 해당 작품은 조선 후기 도화서 화원 불염재 김희겸의 작품으로, 그의 작품이 경매에 출품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희겸의 초상화 작품은 이번 출품작을 포함해 총 3점밖에 남아있지 않다. 

환수의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주목받은 ‘백자청화오리형연적’은 그 역사적 의미를 인정받아, 추정가액 5000만~8000만원을 훌쩍 넘긴 8600만원에 낙찰됐다. [제공 서울옥션]

반면 낙찰된 작품들 가운데 치열한 경합을 이끌어낸 작품들도 다수 있었다, 유찰된 나전모란당초문화형반과 함께 환수의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주목받은 ‘백자청화오리형연적’은 그 역사적 의미를 인정받아, 추정가액 5000만~8000만원을 훌쩍 넘긴 8600만원에 낙찰됐다.

해당 작품은 상단, 몸통, 하단에 그려진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당시 조형성과 중요성을 인정받아 조선고적도보 제15권 ‘도편’에 수록됐다. 일본인에 의해 국외로 반출된 후 어렵게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작품이다.

서수낙원도(瑞獸樂園圖)는 최고추정가인 2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제공 서울옥션]

19세기 후반에 그려진 길상화(부귀와 행복 등 염원을 사물에 의탁해 그려진 그림), 서수낙원도(瑞獸樂園圖) 역시 최고 추정가인 2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중앙에 자리한 봉황을 중심으로 우측에는 사슴·학·기린, 좌측에는 오리·난조·공작·용·거북이 배치돼있으며 이는 부부화합과 다남을 의미하는 암수와 새끼 아홉 마리의 조합이다. 

이처럼 서수와 십장생이 한 화면에 함께 등장하는 모습은 지난 19세기부터 나타나는 길상화의 특징이다. 18세기부터 이어오던 궁중장식화의 전통이 확대되고, 소재가 다양해지는 시대의 흐름을 보여주며 그만큼 큰 공력이 들어가,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이왕가미술공장’명 화병은 시작가인 340만원의 9배에 달하는 3000만원에 낙찰됐다. 사진은 해당 작품이 서울옥션 경매 프리뷰 전시장에 비치돼있는 모습. [사진 김서현 기자]

가장 큰 이변을 남긴 작품은 바로 ‘이왕가미술공장’명 화병이었다. 해당 작품을 두고 전화 참여 컬렉터 간에 치열한 경쟁이 이뤄져, 50만원으로 시작됐던 인상 단위가 순식간에 100만, 200만원 단위로 치솟았다. 패들이 수십 차례 위아래를 오간 끝에, 낙찰액은 시작가인 340만원의 9배에 달하는 3000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추정가액(400만~800만원)과 비교했을 때도 4배를 웃도는 수치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섬세한 세공, 모양세의 수려함 등 희소성에 대한 매니아 응찰자 분들의 가치평가가 작품 경합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천경자 이름 알린 ‘정’은 6억에 낙찰…“거래 자체로 의의”

근현대 작품군에서도 일부 유찰이 있었지만, 이배 작가의 ‘Brushstroke S11’을 비롯해 하종현, 김환기 등 인기 작가의 작품이 줄이어 낙찰되며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뽐냈다.

천경자 화백이 작가로서 처음 이름을 알린 초기 대표작,‘정(靜)’은 6억원에 낙찰됐다. [제공 서울옥션]

경매 시작 전부터 이목을 끌었던 천경자 화백의 초기 대표작 ‘정(靜)’은 6억원에 낙찰됐다. 추정가 9~12억원보다는 낮은 수치지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이같은 대작의 거래가 성사된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는 추세다. 

‘정’은 천 화백이 고향을 뒤로하고 상경해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 때의 작품으로, 작가의 대표적인 소재 ‘여인상’의 시작점이라는 데서 의미가 크다. 지난 1955년 대한미술협최전 대통령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서의 입지를 처음으로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주황, 적색이 가득찬 색채와 대담한 구성은 작품 ‘정’에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부여한다. 해바라기는 맥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고, 그 안에서 검은 고양이를 품에 안은 소녀는 놀라 불안하고 긴장된 얼굴로 옆을 응시한다. 인물과 이를 둘러싼 배경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이번 경매와 관련해 “경매 현장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셔서 여전히 미술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뜨겁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며 “특히 천경자의 ‘정’을 비롯해 환수에 의미가 있는 고미술품 등, 그만의 가치를 지닌 작품들이 낙찰되는 모습을 보여 더욱 의미 있었던 경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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