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풍파 견딘 ‘벤처 거목’ 남민우 다산 회장의 조언…“살아남아라”
다산네트웍스 30주년 기념행사 개최…새 CI 공개
‘4전 5기’ 남민우 회장 “다산은 영원한 벤처 회사”
4세대 인터넷은 자동차…신규 솔루션 개발 ‘박차’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살아남아라.”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대표이사)은 창업 후 30년의 과정을 되돌아보는 자리에서 ‘생존’을 강조했다. 남 회장이 다산네트웍스를 설립한 시점은 1993년 3월 3일. 다산네트웍스는 30년간 사업을 영위하면서 국내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다산네트웍스는 3일 성남 분당구 판교 다산타워에서 설립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다산그룹은 현재 네트워크·제조·벤처 사업 분야에서 17개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으로 성장했다. 임직원만 2000명, 연간 매출은 8000억원 수준이다. 그룹의 모태가 된 다산네트웍스는 통신·인터넷 장비 분야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했다. 200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다산네트웍스를 비롯해 솔루에타(코스닥 상장)·DZS(나스닥 상장) 등이 다산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꼽힌다. 솔루에타는 소재(전자파 차단)·제조(마스크 필터)·부품(자동차)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DZS는 세계 시장에 통신 장비를 제작·판매하는 사업자다.
남 회장이 이끈 다산네트웍스가 그간 올린 성과는 1세대 벤처기업인의 성공 사례로 늘 거론됐다. 남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이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추억했다. 숱한 부침과 위기를 넘었기 때문이다. 그가 발표 중 뱉은 말들도 ‘성공과 성과’보단 ‘위기와 생존’을 담고 있었다.
‘4전 5기’ 다산네트웍스, 사업 다각화 성과
다산네트웍스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도, 2001년 부푼 정보기술(IT) 풍선이 터질 때도 흔들렸다. 2004년엔 연구개발(R&D)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가 겹치면서 ‘파산’을 걱정하기도 했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불리는 세계 금융위기의 파도도 정면으로 마주했다.
남 회장이 다산네트웍스의 30주년을 ‘4전 5기’로 정리한 이유다. 그는 “1991년 사업을 시작하고 1993년 법인화를 이룬 후 숱한 위기를 마주했지만 결국 생존했다”며 “4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사업이 지금은 매출 8000억원의 어엿한 중견 그룹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남 회장이 숱한 위기를 넘긴 과정은 그에게 ‘1세대 벤처기업인’ 외에도 다양한 수식어를 붙여줬다. 또 국내 벤처업계 거목(巨木)이란 별칭이 대표적이다. 남 회장은 ▲벤처기업협회 회장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또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공동으로 설립하고, 현재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남 회장은 이날 후배 창업가·경영자에게 전할 조언을 묻는 말에 “살아남는 게 최고다”라며 “크든 작든 회사가 숨 쉬며 살아남아야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생존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남 회장은 생존 비결로 ‘사업다각화’를 꼽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야기된 경기 위축은 숱한 기업을 생존 기로에 놓이게 했다. 남 회장은 그간 구축한 매출 다변화 구조로 이를 비교적 큰 위기 없이 넘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산은 지금 크게 4가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매출이 준 영역이 있다면 다른 사업에선 성과가 나와 큰 위기 없이 어려운 시기를 지났다”며 “2008년 경영 위기 때 깨달은 사업적 접근이 코로나19 시기를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남 회장이 향후 30년의 핵심 키워드로 ‘사업다각화’를 꼽은 이유다. 남 회장은 다산네트웍스 앞으로의 핵심 사업으론 ‘자동차 분야’를 소개했다. 인터넷은 ▲사무 공간 ▲가정 ▲개인(스마트폰) 순으로 확장했다. 통신·인터넷 장비가 핵심 사업인 다산네트웍스는 이 같은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매출을 일으켜왔다. 시대 변화를 읽고 무선랜(Wi-Fi) 솔루션을 독자 개발하며 사업적 외연을 키워왔다.
다산네트웍스는 스마트폰 다음으로 인터넷이 들어갈 장비가 ‘자동차’가 되리라 판단하고 관련 시장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남 회장은 “인터넷 확산의 제4의 물결이 자동차 분야에서 일고 있다”며 “여기에 올라타 지금까지 다산이 해왔던 IP 네트워크 사업의 경쟁력 기반으로 자체 이더넷 통신 기술을 자동차 전장산업에 적용, 뚜렷한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산네트웍스는 현재 현대모비스와 차량의 유무선 통신 통합 제어 장치인 CCU(Central Communication Unit)의 이더넷 소프트웨어 개발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와는 중장비의 유무선 통신을 관리 및 제어하는 TGU(Telematics Gateway Unit)도 개발 중이다. 다산네트웍스는 그동안 벤처기업으로 육성해온 물류 자회사 ‘문화유통북스’를 합병해 올해부터 로지스틱스 플랫폼 사업 육성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 같은 사업 확장 의지를 담은 신규 기업로고(CI)도 공개했다. 남 회장은 “신규 CI는 안정과 균형 속에서 성장을 추구하는 다산의 경영 목표를 담았다”며 “문자 ‘A’에는 상승하는 에너지를 표현하는 한편 전체적으로 안정과 균형의 대칭미를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30년을 향한 비전으론 ‘영원한 벤처기업’을 내걸었다. 남 회장은 “외형을 키우는 데 집중하기보다 혁신·도전·창조의 기업가정신이 항상 살아 숨 쉬는 기업문화를 이어갈 것”이라며 “인류의 더 나은 삶에 기여하는 혁신과 도전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산그룹에는 솔루에타·DZS 외에도 ▲자동차부품 기업 디엠씨(DMC) ▲산업용 열교환기 기업 디티에스(DTS) ▲반도체 석영제품 제조 기업 에이지(AGE) 등이 소속돼 있다. 육성 스타트업으로는 ▲한국전자투표 ▲다산카이스(IoT) ▲호코스(화장품) ▲스타콜라보(패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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