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도 군침'...매력적인 시장된 상조산업
'8조 시장' 성장한 상조업, 여행·웨딩 등 상품 다변화
보람상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장의 리무진을 20대 이상 운용
작은 장례, 유품정리 등 맞춤서비스 강화 예정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지난 몇년 간 상조업계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꾸준한 서비스 확충으로 오히려 성장세를 보여왔다. 특히 온라인(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며 상조회사들도 장례문화에 사이버 추모, 인공지능(AI) 추모 등의 서비스를 도입하며 변화를 꾀한다. 웨딩, 여행상품 등도 상조업계에서 꾸준히 팔리는 상품들이다. 아직도 상조회사가 단순 ‘장례식’만 대행해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제 상조업은 보험업계가 군침을 흘리는 매력적인 시장이 됐다.
상조업계 ‘차별 서비스’로 소비자 신뢰도↑
상조는 상부상조(相扶相助)에서 나온 말로 사전적 의미는 '서로서로 돕다'라는 뜻이다. 전통적인 두레나 품앗이 등의 상부상조하는 풍속은 21세기에도 나눔과 공동체 문화로 승화되고 있다. 상조업체가 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모두 상부상조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같은 이유로 상조업을 찾는 고객은 점차 늘어나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선불식 할부거래업체(상조업체) 수는 72개이며, 가입자 수는 757만명, 선수금 규모는 7조897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가입자 수(420만명)와 선수금(3조7370억원) 대비 몸집이 두 배가량 커졌다. 코로나19 확산, 경기침체 등 정상적 경영활동이 어려웠던 시기에도 지난 몇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온 셈이다.
이처럼 상조업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자 최근 보험업계는 상조산업 진출을 타진 중이다. 지난해 7월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최근 상조 시장 진출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건의문을 금융위 내 금융규제개혁 태스크포스(TF)에 제출했다.
보험사들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헬스케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데 이어 그 마지막 단추로 상조업을 연결해 생애주기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또한 최근 상조업계는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소비자들이 ‘상조’를 대하는 인식은 장례서비스에 한정돼 있었다. 또 영세 상조업체의 잦은 페업으로 고객 피해가 커지자 상조업계에 대한 불신도 컸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상조’를 대하는 태도나 인식은 장례상품과 서비스를 취급하는 경향이 짙다”며 “상조가 가진 본뜻은 장례행사만이 아닌 예부터 내려오는 ‘상부상조’의 정신에 얽힌 모든 서비스를 말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본래의 의미가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은 이유는 업계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 등이 기저에 깔려있고 장례 위주의 서비스로 기반을 다져온 것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보람상조와 프리드라이프 등 업계 상위사들 중심으로 고객중심 경영을 확대하며 상조업 인식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1991년부터 상조업을 시작한 보람상조는 업계 최초로 가격정찰제를 시행하며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보람상조는 링컨, 벤츠를 거쳐 업계 최초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본토 미국에서 개조해 국내로 들여와 장의 의전차량의 고급화도 주도했다. 보람상조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장의 리무진을 20대 이상 운용 중이다. 업계서 유일하게 리무진을 본사 직영으로 관리하고 있어 타사 대비 최적의 차량 관리가 가능하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생각보다 장의 의전차량에 대한 유족들 관심이 높다"며 "대형사들의 이런 세심한 고객 관리가 쌓여 상조업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보람상조는 기존의 칙칙한 장례식장 분위기를 바꾸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최근 보람상조는 직영장례식장인 '보람 의정부 장례식장'의 내부시설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했다. 분향소는 고급스러운 대리석 제단과 은하수 조명 등을 활용해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이외에도 유족 및 조문객 편의시설로 매점과 무인카페, 휴게공간, 야외 테라스 등을 마련했다. 기존의 차갑고 무거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유족들이 고인과 아름다운 작별을 할 수 있도록 고객 중심의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대형 상조사들은 장례서비스 뿐만 아니라 웨딩, 크루즈, 리빙, 주얼리 등 고객의 ‘라이프 사이클’을 관리하는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토탈 라이프케어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보험사들이 상조업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상조문화는 점차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 가속화로 인구가 줄고 혼자 사는 1인가구는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국내 1인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에서 33.4%를 차지했다. 국내 10가구 중 3가구는 혼자 사는 사람인 셈이다. 주로 가족들이 장례를 치뤄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1인가구들은 향후 장례문제가 현실적인 고민거리다.
혼자 살아도 ‘장례식’ 걱정 없네
이에 일본에서는 1인가구들을 위한 ‘작은 장례식’ 문화가 확산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변화하는 인구구조에 맞춰 ‘작은 장례식’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1인 장례상품 및 서비스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국내 장례식도 점차 가족장이나 1일장의 형태를 띈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도 예상된다. 이밖에 특수청소 형태의 ‘유품정리’ 서비스 또한 1인가구 증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확대될 서비스로 꼽힌다.
온라인 추모서비스의 진화도 눈여겨 볼 만하다. 상조업계에 따르면 ‘작은 장례식’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는 것과 비례해 온라인 추모를 원하는 조문객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일본에서도 로봇스님을 통한 장례식 진행,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가상 묘지 등 국내에는 없는 다양한 서비스가 구현되고 있다. 보람상조를 비롯한 상조업계 상위사들은 온라인 추모관, 인공지능(AI) 추모서비스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추모앨범이나 고인에게 쓰는 하늘편지, 고인과의 사진을 저장하는 추억 보관함 등이 온라인 상에서 구현된다. 생전 고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홀로그램이나 AI를 통해 고인과 대화하는 서비스도 활발히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고인 ‘추모 물품’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빈소의 제단에 바치는 헌화부터 영정사진, 고인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 고인이 아꼈던 물건, 고인에게 쓴 손 편지 등에서 이제 고인의 생체원료가 담긴 주얼리, 생체보석까지도 간직할 수 있다.
보람상조 관계자는 “상조업계가 다변화된 상품 및 서비스를 지속 개발한다면 이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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